[여행스케치] 경주 남산 부처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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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경주 남산 부처바위
  • 박종순
  • 승인 2004.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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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펼쳐진 불국정토


그간 내게 경주 남산은 쉽게 근접할 수 없는 높은 산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그건 남산의 그 수많은 유적들을 한 번에 다 볼 욕심으로 스스로 쌓아 놓은 높은 산이었을 것이다. 요즘 여기저기 다니며 느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양을 보고 다니느냐 보다는 한 곳에서 얼마나 좋은 느낌을 느낄 수 있는갚가 훨씬 중요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지난 식목일 연휴에 드디어 경주 남산을 목표로 길을 떠났다. 이틀 동안 여유 있게 찬찬히 살피려는 마음으로 다가갔지만 아쉬움 가득한 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흔히 부처바위라 불리는 탑골 마애 조상군에서는 정말이지 하루 종일 그곳에 있으면서 햇빛에 따라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감춰버리기도 하는 수많은 조각들을 모두 만나고 싶은 마음 가득했기 때문이다.

높이가 9m 정도 둘레가 30m 정도인 큰 바위에 사면으로 무려 35개체 정도의 조각들이 새겨져있다. 그 곳에는 불상, 보살, 비천, 스님, 신장상, 마애탑, 나무, 천개(天蓋), 사자 등 다양한 조각들이 모여 있다. 또한 이 바위는 사방 사불정토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부처님이 만들어 내는 불국정토를 말하는 것으로 태양보다 더 무한한 부처님의 빛이 고르게 비추는 곳이다. 이 바위는 속에 비로자나 부처님이 계신 셈이고 사방에 각각 불국정토를 표현해 놓은 것이다.

이 바위의 북면에는 중앙에 석가여래 좌상이 있고 머리 위에 천개가 떠 있으며 좌우로 신라 목탑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9층과 7층의 마애탑이 새겨져있다. 동면에는 가장 화려한 극락정토를 표현한 것으로 중앙 본존불과 좌우 협시보살 그리고 주변엔 여섯 명의 비천상, 공양드리는 스님과 보리수, 사라수라 여겨지는 나무들이 새겨져 있다.

남면에는 감실을 만든 듯하게 파고 삼존불을 모셨으며 남면 앞쪽으로는 여래입상이 서 있는데 손을 배에 올리고 있어 안산불(安産佛)로 모시고 있으며 삼층석탑 하나가 서 있다. 서면에는 면적이 좁은 탓으로 불상과 나무, 비천상이 새겨져 있다.

언젠가 다시 이 바위를 찾을 때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숨은 그림 찾기를 하면서 환상의 파노라마를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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