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코 앞에 다가온 태풍의 눈, 경제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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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코 앞에 다가온 태풍의 눈, 경제특구
  • 편집국
  • 승인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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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계 근간 흔들린다


발등의 불, 경제특구

경제특구가 온다.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을 통과하면서 이달부터 공식 발효하게 된 것. 이에 따라 그동안 물밑에서만 진행돼 오던 각 지자체들의 경제특구 지정신청이 봇물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 말까지 최소한 인천과 부산, 그리고 광양 등 3곳이 경제특구로 지정받게 될 전망이다.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을 위해 외국의 자본을 대규모로 유치해보겠다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로 이어져온 정부의 구상이 이제 바야흐로 실현의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동계와 교육계, 의료계 등의 반발은 만만치가 않다. 이미 지난달 25일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을 통해 경제특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건치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비정규직공대위, 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 7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경제자유구역법페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해 경제특구저지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치협과 의협, 약사회, 병협을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 역시 경제자유구역법을 통한 해외 의료기관의 유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이 경제특구 지정에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경제자유구역법안이 외자유치를 위해 외국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등 각종 혜택만 주는 것이 아니라, 파견근로허용을 비롯한 노동권과 환경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으며, 얼마 되지도 않을 외국인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한다는 명목아래 국내 교육시장과 의료시장을 무조건 개방하려는 속셈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는 오히려 “전국을 경제자유구역화 해야 한다”는 입장 아래 “입주기업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경제자유구역법의 본질”이라면서, 외국기업에 대한 국내기업의 역차별 철폐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언뜻 복잡해 보이는 논쟁의 한꺼풀을 벗겨보면 경제특구지정을 둘러싼 각 단체들의 주장이 보다 간결해질 수 있다.
그러면 이제부터 경제특구지정을 둘러싼 의료계 내의 논쟁을 중심으로 정부의 경제특구 지정 방안의 문제점들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기로 하자.

도입되면 내국인 진료 허용 불가피

올해 안으로 경제특구 지정이 확실시되고 있는 인천과 부산, 그리고 광양시 중에서 해외 의료기관 유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자체는 인천시다. 영도지구와 송도지구, 그리고 청라지구 등 총 3개지역 5,798만 평의 경제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시는 현재 동북아 메디칼허브 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하버드 의대 등 4개의 초대형 외국병원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미 4개 외국병원과의 구체적 협의 과정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의 주장에 대해 병협에서는 “총 인구 257만명에 지나지 않는 인천시에 왜 4개의 초대형종합병원이 필요한갚라며 인천시 구상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실제 현재 인천시와 협상 중인 외국병원들은 병원 개설시 수익확보를 위해 ‘내국인 진료허용’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천시는 현재 경제자유구역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국인 진료허용을 관철하기 위한 각종 압력을 정부에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솔직히 경제특구 내에서 근무하게 될 외국인들이 과연 얼마나 된다고 외국병원을 유치해 외국인 전용병원을 개설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는 범국민대책위 이병도 보건의료위원의 말처럼, 처음부터 정부가 의료시장개방을 전제로 경제자유구역법을 구상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실제 이러한 정부의 숨은 의도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재경부는 법 시행 전인 올 초부터 이미 언론을 통해 ‘내국인 진료허용’의 불가피성을 홍보해 왔으며,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내국인 진료허용’을 반대하고 있다는 복지부의 김화중 장관조차 “특구내에 들어서게 될 외국계 병원들은 건강보험 강제지정기관에서 제외된 만큼 내국인 진료를 허용할 경우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까지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 경제자유구역 폐지및 의료시장 개방저지를 위한 의료공대위가 지나달 17일 복지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허용 추진

이와 함께 주목되고 있는 사실은 종합병원과 병원, 치과병원 및 요양병원만으로 한정하고 있는 특구내 외국인 전용의료기관을 의원급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는 정부 당국의 움직임이다.

어떠한 법안이든 시행하고 난 뒤 그 문제점들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상식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외국인들 역시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의료수요가 종합병원보다는 의원급에 더 많을 것”이라는 논리 아래 법 시행 전부터 이를 검토하고 있는 정부(복지부)의 태도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더구나 의원급 개설까지 허용할 경우, 현 법안이 외국면허 소지자들에게 국내면허 취득에 상관없이 병원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이미 치과계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필리핀 치대 유학생들의 국내 유입으로 많은 문제들을 양산한 바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법안에서 ‘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G7, 유럽연합, OECD국가의 순으로 단계적인 개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WTO 의료시장개방 협상이 다자간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 중 어느 한 나라에만 개방하더라도 WTO에 가입한 모든 국가에 동시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일갈하고 있는 치협 이병준 치무이사의 말은 매우 시사적이다.
“경제자유구역법의 교육과 의료관련 조항은 특구내 외국인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도입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의료수준을 감안해 볼 때 굳이 외국병원을 유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금 법안에서 담고 있는 외국병원에 대한 지원의 반만으로도 이미 국내 유명종합병원에서 외국인 전용병원을 운영해보겠다는 취지를 병협을 통해 정부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국내 의료시장에 끼치게 될 막대한 영향까지 무시해가며 외국자본의 유치라는 목적 하나로 무작정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경제특구, 실현가능성은 있는가?

무한경쟁 시대인 세계화 시대에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실현’이라는 정부의 경제특구에 대한 구상 자체에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오는 2007년까지 금융, 외환시장을 OECD 국가 수준으로 자유화해 외국의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물류 중심지화, 비즈니스거 점화, 첨단기술산업 클러스트(집적단지)화를 이루어내겠다”는 정부의 실제 구상이 오히려 OECD 등 국제적인 수준에도 못미치는 노동권과 환경권 등의 엄청난 제한을 통해 경제특구를 마치 60-70년대의 저임금 노동정책을 기반으로 한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5개년 계획쯤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거대한 저임금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 이미 우리나라의 노동집약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경제특구 자체에 대한 외국기업의 입지조건에서도 우리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 앞선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21세기에 걸맞는 고부가가치산업 중심의 인프라를 구축해 자연스럽게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외국기업들도 유치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21세기의 화두인 기업의 창의성 제고를 위해 인력에 대한 집중투자를 이뤄내야만 한다. 그런데도 외국자본 유치라는 이유만으로 경제특구를 국제적인 기준에도 못미치는 노동권과 환경권의 제한을 통해 이뤄내려는 시도는 곧바로 우리나라의 경제특구를 노동집약적인 전세계 사양산업들의 집합지로 전락하게 만들고 말 것이다.

이는 이미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의 ‘국내 대기업보다도 경쟁력이 없는 외국기업들의 유치 전망 속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경제력 우위에 대한 자신감으로 경제특구를 대하고 있는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의 주장을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현재 재계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특구의 전국화 ▲특구내 국내재벌 참여 허용과 외국기업과 동등한 혜택 부여 ▲제조업, 서비스업 전반에 걸친 노동자파견제 확대 ▲특구내 단체행동권 제한 등이다.

결국 재계는 국가적 차원의 해외자본 유치보다는 이를 기화로 자신들의 이해를 적극 반영해 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특구의 전국화라는 재계의 일관된 주장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다.

이제라도 경제특구 구상 제고해야

정부는 이제라도 경제특구 구상을 재고해야 한다. 21세기에 그것도 중국시장과 인접해 있는 상태에서 노동권과 환경권을 제한하는 노동집약적인 구상으로는 경제특구가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적어지는 것이다.

단순히 ‘해외자본 유치라는 목적으로 “왜, 그리고 어떤 해외자본을 유치할 것인가 하는 애초의 특구 구상 취지를 망각해 버린 현재의 정부 태도는 마땅히 비판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21세기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를 지향하는 국가적 목표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경제특구 지정을 적극 저지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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