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6.10항쟁 21돌, 치과의사 다시 시국선언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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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6.10항쟁 21돌, 치과의사 다시 시국선언을 하다
  • 김형성
  • 승인 2008.06.0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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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이 이명박 정부만의 것은 아니었다.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는 철저히 계급(?) 이익적인 내각과 대운하를 제외하면 지난 100여 일 동안 정부가 발표하고 국민의 불만을 샀던 굵직한 정책들인 의료민영화, 광우병위험 미국쇠고기 수입, 수돗물을 비롯한 공공기관 민영화 등등은 이미 참여정부, 멀게는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정책들이다.

이런 부의 양극화, 서민생존 파탄, 기본권 말살의 정책들은 한미FTA의 주요현안들이었으며, 전 정부의 말대로 외부충격을 통해 한국경제를 뒤흔들려는 새로운 시장지상주의자이자 자본가와 그 동료들의 정책들이었다.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중운동 단체들은 노무현 정권부터 끈질기게 이 논제들을 가지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고 건치도 함께 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광대한 촛불 저항은 솔직히 예견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과 어린 ‘촛불소녀’들의 저항은 단순한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모든 ‘아빠’들의 기름값 생활고와, 엄마들의 걱정인 ‘광우병’ 먹거리 문제, ‘우리’학생들의 0교시 부활을 비롯한 교육개악과 각종 민영화 조치에 대한 폭발이었다.

거리는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로 강을 이루더니 드디어는 전국 대도시마다 촛불의 강이 넘치고 10만 군중이 시청과 광화문을 가득 메워 87년 6월을 저마다 입에 올리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럴때까지도 정부는 거짓과 속임수로 국민을 능욕했으며 심지어 ‘비’운동권 시민들을 향한 물대포 직격탄으로 그들의 눈을 멀게 하고 어린 여학생을 땅바닥에 팽개쳐 군홧발로 짓밟으면서 배후를 운운하는데 급급했다.
 
오늘에서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재협상 제스처가 나왔지만 이미 군중의 분노를 끄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협상에 있어 상식을 깨어버린 정부의 권위는 국민에게나 국제사회에서나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뜻이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모든 정부가 하는 말이었다. 광우병에 걸리든 말든 미국 쇠고기를 국민에게 먹이는 게 좋을 거라고 말하는 정부, 돈 있는 국민들이 더 고급스런 의료혜택을 받는 데만 골몰하는 정부, 0교시 수업 부활과 끝없는 시험 속에 아이들을 내모는 교육제도로 ‘스빠르따’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부, 수돗물을 장사꾼들에게 맡겨 더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비상식적인’ 공공부문 민영화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정부에게 우리는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직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바꾸고 새 내각을 구성하고, 국회 원내 다수의석을 여당이 차지한다고 해서 모든 정책과 국정에 정통성을 가진다는 착각이 지금의 촛불의 강을 만들었고,  그 권위는 스스로 나온다는 착각이 폭력진압의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의 안하무인적인 재협상 불가론이 뉴스에 흘러나온 지금, 재협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가진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와 독선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촛불집회와 폭력 진압이 앞으로 또 있게 될 것인가.
 
지금 우리의 시국선언은 87년 민주화투쟁을 기념하기 위해서도 아니요, 미국산 쇠고기문제와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것만도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라는 역사의 물음에 스스로 몸을 던져 답하고 있는 것이다.

 

김형성(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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