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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꿈] 일기 속에 응축된 베트남 역사[기획연재] 제1부 베트남 여성이 본 전쟁 - (7)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8.07.16 12:24

 

본 연재글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연재글 첫회부터 읽기를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안네의 일기는 그 자체로 완숙한 문학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작가 지망생인 안네는 이 일기를 언젠가 발표할 염두를 두고 쓰고 다시 고쳐가며 썼다. 열서너 살의 소녀가 쓴 것으로 도저히 믿기 힘든, 언어의 기교가 세련되어 작가적 천재성이 번쩍인다. 또한 성에 대해 눈을 뜬 사춘기의 어쩔 수 없는 성적인 고민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다. 조숙한 소녀의 페미니스트적인 면 그것만으로도 안네의 문학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까지 우리가 알았던 안네의 일기는 안네의 아버지가 성적인 묘사를 삭제한 것으로 나치에 대한 고발과 저항만을 앞세운 정치적인 의미에 비중을 두었다. 1947년 출간할 당시 어린 소녀의 감미롭고 황홀한 성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그대로 싣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1991년이 되어서야 전체 분량의 25%에 해당하는 성적 묘사부분 150여 쪽을 복원한 무삭제판이 세상에 나왔다.

흔히들 유대인 학살을 인류의 가장 야만적인 전쟁 범죄라 한다. 유대인이라는 집단은 2천 여년 간 유럽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면서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의 민족들과 어쨌든 애증을 나누며 부대끼고 살았다. 사랑도 있었고 미움도 쌓였을 것이다. 가까이서 부대끼며 쌓인 미움이 뭉쳐지고 뭉친 것이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이다. 이렇게 본다면 안네는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역사적 상황에 있었던 것이다. 

투이의 일기는 외면적으로 보면 일기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품에 불과하지만, 역동적인 베트남 역사가 함축된 에너지 덩어리다.

‘도미노 이론’이라는 허무맹랑한 가설로 시작한 미국의 베트남 파괴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B-52 전폭기를 주축으로 한 미공군기는 12만 번이나 전략폭격에 나서 베트남 국토를 초토화하였고, 특히 밀림에 쏟아 부은 고엽제는 그 후유증이 3세에 이어질 정도로 잔인한 것이었다. 미국의 베트남전쟁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 못지않은, 어찌 보면 더 야만적인 범죄라 볼 수도 있다. 투이는 여성이기에 참혹한 전장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지옥 같은 상황에 스스로 몸을 던진 것이다.

   
 
   
 
(계속)

송필경(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동대표)

송필경 논설위원  spk1008@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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