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꿈]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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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꿈]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한국
  •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8.07.30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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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제1부 베트남 여성이 본 전쟁 - (8)

 

본 연재글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연재글 첫회부터 읽기를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우리는 유대인 안네의 처지에 대해서는 안네의 일기를 읽지 않아도 많이 안다.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나치의 만행에 대한 미국의 승리는 너무나 당연한 역사적 필연으로 생각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영화에서, 다큐멘터리 따위에서 얻은 우리의 지식은 3·1운동 하면 유관순을 떠올리듯이 유대인 학살하면 안네를 떠올린다.
무엇보다 가해자인 독일이 무릎을 꿇고 자신들의 야만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런 연상이 역사적 진실로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럼으로써 안네가 평화의 역사적 상징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어찌 보면 유대인 문제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서는 그러한 정치적 상징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베트남 처녀 투이의 처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베트남전쟁은 미국이 독립선언문에서 외쳤던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부정한 최악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베트남전쟁의 진실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베트남에 대한 무의식적인 우월감만 가지고 있다. 베트콩은 공산 빨갱이고 교활한 빨갱이 때문에 월남이 패망하고 공산 빨갱이가 집권했다고 배웠다. 숭고한 미국이 나치와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 언론은 아직도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이 동아시아 피해국에 사과는커녕 오히려 목에 뻣뻣이 힘을 주고 있듯이 미국과 우리는 베트남에 대해 그렇게 하고 있다. 베트남전쟁이 미국 야만의 상징이고 우리가 반성할 대상임을 우리는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투이의 일기가 보여준 베트남전쟁은 우리가 깊이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진실한 접근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

송필경(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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