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민간의보 활성화’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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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민간의보 활성화’ 차례인가?
  • 김창보
  • 승인 2008.07.3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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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창보 소장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웹진에 기고한 사설이다.

제주도에서 국내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논란이 일단락되었다. 제주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국내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막아 이명박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하나의 큰 축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물론 언젠가는 이들이 또 다시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제주도민의 조사 결과에서 국내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반대한다는 의사가 확인된 만큼 다시 또 추진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국내 영리법인 병원 도입 문제가 이처럼 다행스럽게 일단락되어 한숨을 돌리려 했는데, 지금 의료민영화의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이번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차례이다.

전 국민의 개인질병정보를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와 연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것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정책 자료집인 「성공 그리고 나눔」에도 명시되어 있던 것이며, 지난 3월초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서에서도 언급됐던 내용이다.

그것이 이번에 「보험업법」 개정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의 내용은 매우 교묘하게 구성되어 있다. 금융위원회(과거 금융감독위원회)가 보험사기 예방 차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경우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교묘한 포장술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민간보험회사가 직접 요청하는 게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요청하는 것으로 포장했다. 민간보험회사가 금융위원회 뒤로 숨어 직접 화살을 맞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둘째는 ‘보험사기’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보험사기’와 관련된 사람의 정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포장은 쉽게 들통 나기 마련이다. 「공공기관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미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위해 요청하거나 경찰과 검찰이 범죄수사에 필요해 요청할 경우 공공기관은 이에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보험사기와 관련된 것 역시 이런 조항에 의거하여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보험업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금융위원회’가 이런 범죄수사나 재판에 필요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국민의 개인질병정보 열람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범죄가 아니라 범죄로 ‘의심’이 되더라도, ‘보험사기’에 대한 확증이 아니라 ‘보험사기로 의심’ 되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사실 이렇게 되면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기를 핑계로 온 국민의 개인정보 열람을 남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금만 의심이 되더라도 이를 확인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손쉬운 확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민의 사생활 침해와 정보유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데 있다. 만일 ‘의심’이 되어 개인정보를 확인한 결과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그 사람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아마도 이에 대한 윤리적 검토조차 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이런 식으로 금융위원회를 통하여 개인정보의 확인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보험회사들은 수많은 국민들을 ‘보험사기 범죄 잠재적 가능자’로 여기며,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보험회사들은 전국민의 개인질병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보험업법」 개정안은 금융위원회를 앞장세우고 ‘보험사기’를 명분삼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보를 보험회사에게 빼돌리려고 하는 통로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다.

이를 통해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도모할 작정인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지만,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입만 열면 ‘안 한다, 안 한다’ 하지만, 결국 할 것은 다 하려 든다. 의료민영화 안 한다면서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추진했고, 이것이 막히니 이제는 전국민 개인정보를 민간보험회사에게 넘겨줘서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만일 이명박 정부가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 온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게 넘겨주려 시도한다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만큼이나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외교면 외교, 경제면 경제, 교육이면 교육,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식으로 자꾸만 국민들과 갈등을 빚는 정책을 내놓으려는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정말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인지 정말 궁금할 뿐이다.

김창보(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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