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좋다] NEIS,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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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좋다] NEIS, 매트릭스
  • 문세기
  • 승인 2003.06.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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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대부분이 현재 혹은 미래의 학부형이라고 본다면 현재 정부와 전교조 사이에 극한 대립을 낳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NEIS에 대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의 NEIS 사이트(http://www.neis.go.kr)에 방문해보면 개략적인 내용이 설명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현재 각 학교별로 전산화되어 있는 학생기록부 전산화시스템(소위 CS라고 한다)을 전국단위로 통합하고 이 데이터베이스를 필요로 하는 정부부처나 학교, 개인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학생 선발을 위해 학생부자료를 열람한다든가, 학부모가 학생의 성적이나 학내 활동 상황을 조회한든가, 교육부에서 인사업무를 위해 교사의 인사기록을 참고한다든가, 확장해서 보건복지부에서 질병관련 통계 업무의 자료로 활용하는 등의 활동이 이 NEIS 시스템 서버에 접속하여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근거가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세계 초유의, 최고의 시스템이고 인터넷강국 대한민국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란다. 어찌보면 자랑스러워 할 일 임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목소리가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교조가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NEIS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학생기록부에는 개인의 성적, 키, 체중, 성격, 학교활동, 징계사항 등의 시시콜콜한 얘기들이 담길 수 밖에 없고(이중 많은 부분들이 대학에서 학생 선발시 사용된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를 국가가 통합해서 소유하고 통제하는 것은 결국 인권을 침해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NEIS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편리하다고는 하나 그것이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비슷한 논쟁 끝에 폐기된 전자주민증의 선례가 있었음에도 충분한 협의 없이 사업을 밀어붙인 정부의 책임이 큼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정보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수집되고 가공되고 통제되는 것은 무척 불쾌한 일이다.

그러나 어디 NEIS뿐이랴 인터넷을 통해 나를 포함한 수 많은 사람들의 정보가 떠다니고 있는 상황 아닌가. 이번에 개봉되는 매트릭스2가 더 찌릿한 기분을 느껴게 할 것 같다. 권력이 프라이버시를 지배하는 세상, 기계가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세상. 

 문세기(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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