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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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 이채택
  • 승인 2008.09.03 18: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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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못
 

한바탕 몰아친 정국의 회오리 속에 어느 듯 여름이 물러가고 있다.

어지러운 나라를 탐하느라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몇 년 동안 야생화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지난 2년 정도는 탐사를 자주 다니지 못하는 소강기를 보냈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예전과 달라진 나와 그리고 이웃이 등장했다.

여름이면 항상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수생생물이다. 한번 다녀와야지 했던 것이 2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어느 일요일 아침 혼자서 그 연못으로 달려갔다. 변함없이 어리연꽃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보이는 잎 하나하나가

가을이면 뿌리를 내려 새로운 개체가 된다. 그러한 왕성한 번식력 탓에 연못을 모두 덮어버릴 기세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영원히 무너질 것 같지 않던 권력도 그 끝이 있듯이 이들에게는

가뭄이 적이다.

몇 년 전 가뭄으로 물이 말라 대부분이 죽고 일부의 개체만 살아남았다. 올해는 다시 개체가 증가하여 옛날의

모습에 근접하고 있다. 어리연꽃은 연꽃이라 불리지만 수련과가 아니라 용담과 식물이다. 오후가 되면 꽃잎은

녹아 없어지고 꽃봉오리는 물속으로 들어간다.

오랜만에 점심시간에 주변을 살펴보러 갔다. 버려진 논으로 뒤쪽 지하수가 스며 나오는 곳에 조그만 물웅덩이가

있다. 그곳에서 시작되는 수로에 식충식물인 통발로 보이는 개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꽃이 피어야 그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꽃대조차 보이지 않고,  그 옆에 낮 익은 꽃이 보인다. 물속에서

봉긋 솟아오른 하나의 꽃이 묘한 느낌을 준다. 물속에 잠겨 있는 커다란 잎이 질경이를 닮아서 물질경이라고

불리는 수생식물이다. 제초재로 인해 보기가 어려워진 식물인데 요즘 들어 휴경지가 늘어나면서 간혹 보이는

식물이다. 흰색에 분홍색이 가미된 청순한 느낌의 꽃이 꽃줄기 끝에 하늘을 향해 1개가 핀다. 논이나 연못에서

보이는 식물이다.

돌아오려다 혹시나 하여 위쪽의 웅덩이로 발길을 돌렸다. 자주 들리던 곳이라도 새로운 식물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반기고 있는 수련이 보였다. 수련과 식물은 특이한 잎 모양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식물이다. 분명히 지난해까지 보이지 않던 식물이다. 휴경지였던 이곳을 밭으로 일군 이들이

심어놓은 것일까.

잎의 크기로 볼 때 자란 햇수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수련인데 그렇다면 야생 수련일 수도 있어 보인다. 수련은

주로 공원등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못에서 관상용으로 심어진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처럼 한적한 산속 조그만

웅덩이에서 만나니 조금 생소하다. 부디 야생의 수련이길 바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람꽃 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 사람이나 아름다운 꽃이 될 수는 없다.

올 여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을 또 다시 보고야 말았다.

그들과 함께 하느라 꽃 소식이 한 동안 중단 되었었다. 나 또한 아름다운 꽃으로 살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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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택 2008-09-04 10:56:23
40대에는 총알이라고 하더니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가을이네요.
앞으로는 한 달에 한번은 무슨일이 있어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늦으면 독촉하세요.

박은아 기자 2008-09-04 10:13:56
기다리고 기다리던 들꽃이야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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