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꿈]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상태바
[지.평.꿈]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8.09.16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 연재] 제2부 전쟁 박물관-서문


본 연재글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연재글 첫회부터 읽기를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역사학자 토인비가 비행기를 타고 로키산맥을 넘을 때 옆에 함께 탄 친구가 말을 걸었다. “여보게, 저 눈 덮인 로키산맥이 아주 멋지지 않는가?” 그러자 토인비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단지 장엄하기만 한 자연경관보다는 인간의 역사가 깃든 아테네의 작은 동산이 더 좋다네.”


‘무릇 인간의 냄새가 나는 모든 것은 역사다’라고 볼테르는 말했다. 인간의 냄새, 게다가 영혼이 깃든 냄새가 스며있다면 그 역사는 참으로 숭고하다 할 것이다.

역사는 옛날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거울이 되는 것이 바로 역사인 것이다. E.H. 카는 이에 대해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 전쟁기념관 입구 표지판

인간이 어떻게 야만상태에서 문명상태로 발전했는가라는 것이 역사의 큰 주제이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진보하였고 그리하여 지금의 인간은 문명인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는가?  인간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지난 2천년 동안 제대로 실행한 적이 있었던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거나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21세기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인간이 제대로 진화하려면 얼마나 오랜 세월이 더 필요할까?

20세기의 인간이 여전히 불완전하고 사악한 이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베트남전쟁만큼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달리 없을 것이다. 1억 5천만 인구의 거대 산업국가 미국이 겨우 2천만 인구의 가난한 농촌 사회 베트남에 저지른 베트남전쟁은 20세기 야만을 요약하고 응축한 대표적 사례이다.

현대의 대규모 전쟁은 소수의 권력과 자본의 이해에 따라 치러졌다. 전쟁의 속성이 언제나 그렇듯 죄 없는 사람들만 엄청나게 희생당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전쟁이든 결코전쟁기념관 입구 표지판  일어나서는 안 되고 전쟁이 일어나려면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전쟁을 이끌어 가는 자는 더 많은 힘과 자본과 영향력을 가진 세력이다. 지금도 여전히 반복하는 전쟁에 대해 세계 유일 패권국인 미국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까닭은 아주 분명하다.

미국이 저지른 베트남전쟁의 참상과 진실을 보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호찌민 시에 있는 전쟁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여기에는 참혹한 침략을 견디어 온 피눈물 나는 역사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그 한 방울의 피눈물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숭고한 인간의 냄새를 머금고 있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우리에게 강요한 허위를 벗겨내고 역사의 진실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우리는 친절한 안내자가 필요하다. 그 안내자는 역사의 사실을 나열만 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몰랐거나 또는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풍부한 배경 정황을 곁들여야 한다.

더욱이 베트남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우리는 비켜나갈 수 없는 반성이 필요하다. 부끄러움을 한 점도 숨겨서 안 되고 얼버무려서도 안 되고 적당히 망각해서도 안 된다. 

이런 해설자의 자질을 완벽하게 갖춘 분이 바로 구수정 선생이다. 구수정 선생은 1993년부터 베트남에서 역사학 공부를 하고 있다. 1997년 논문을 준비하다가 한국군의 잔학행위를 기록한 베트남 공식 문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구수정 선생은 20세기가 지나기 전에 진실을 세상에 알릴 것을 결심했다.

여성임에도 베트남 곳곳에 있는 한국군 양민학살의 증거를 발품으로 샅샅이 파헤쳤다. 이 보고서를 1999년 주간지 ‘한겨레21’을 통해 공개하자 일부 참전군인에게 거센 항의를 지금까지 받고 있다. 당시 이들은 한겨레신문사 사무실을 점거하고 사무실 집기를 무차별 파괴했다.
 
우리는 일제의 야만에는 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우리의 야만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는다. 내 눈에 있는 대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 티끌만 찾아내는 어리석은 사회 분위기가 매우 안타깝다.

나는 2001년에 베트남 진료단 일원으로 베트남에 첫발을 디뎠다. 그때 구수정 선생의 인솔로 전쟁박물관을 관람하였다. 2008년 1월 26일 베트남 우정회 회원들과 호찌민 시를 방문하였다. 역시 구수정 선생이 해설하는 전쟁박물관을 다시 찾았다.

전쟁박물관은 회색과 잿빛 콘크리트로 지은 3개의 건물로 되어 있다. 가운데 3층 건물의 ‘미군범죄전시관’, 오른쪽으로는 단층인 ‘역사진실관’과 기념품 가게, 왼쪽으로는 옛 감옥 일부를 재현한 ‘감옥전시관’이 있다. 마당에는 전쟁 당시의 비행기, 탱크, 포들을 전시하고 있다 

(계속)

 

송필경(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동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