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당신들의 선진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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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당신들의 선진화 전략
  • 김형성
  • 승인 2008.09.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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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서비스 산업 선진화 방안 발표를 보고

 
바야흐로 선진화 시대다. 공기업 선진화, 서비스 산업 선진화, 전력산업선진화.....

이명박 정부가 개혁이나 민영화라는 단어 대신 선진화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촛불이 거리를 가득 메우던 6월이었다. 공기업 민영화를 앞세워 대대적인 개혁이미지와 함께 공격적으로 공공성을 사적 시장에 내팔려 했던 정부의 의도는 뜻하지 않은 광우병 쇠고기 정국에 휩싸이면서 더불어 의료, 교육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자각과 교양이 높아짐에 따라 민영화 반대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었다.

당시 정부는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 방안을 내놓았다가 민심의 호된 비판을 받고 물, 전기, 의료는 민영화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이제 종부세 인하와 감세정책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지금은 그런 약속을 지킬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18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은 방송통신, 법률, 보건, 식품 등 모든 영역에 있어 자본의 무한한 공략을 가능케 하려는 광범위한 시장화전략의 일환으로서, 특히 의료부분은 의료공공성의 유일한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건강보험을 외곽으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선진’적인 민영화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 설립 주체에 관한 근간을 흔드는 방안도 포함하는, 영리법인 논란을 피해가는 실질적 영리화  전략의 다름 아니다.

‘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의 내용은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평가,교육,상담 등을 제공하는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아직은 건강보험과 같은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건강관리의 영역을 미리 ‘법령’으로 명시함으로써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들의 영업 영역을 법과 제도로 정비해 주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민간보험회사가 이러한 사업까지 겸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우려해 현재 보장받지 못하는 미래의 보장범위를 미리 법으로 명시하여 확실히 시장화로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전문자격사제도 선진화’의 내용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도 병의원, 약국, 치과 같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며, 복수의료기관의 설립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사실상의 영리법인 허용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비영리법인 설립으로도 충분히 의료기관의 설립이 가능함에도 대형화,전문화(이미 대형화, 전문화된 병원은 차고 넘친다. 오히려 이러한 대형전문화된 병원들이 의료계의 양극화와 진료왜곡의 일부 책임이 있다는 의견은 접어둔다.)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비전문자격사(일반인)의 영업행위를 보장하고 복수의료기관을 설립하게 함으로써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쉽게 투자자에게 돌려줄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의 다름 아니다.

또한 전문가단체와의 의견마찰을 애초에 피할 수 있도록 복수 전문가단체 설립을 가능케하고자 하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로써 ‘영리법인화’라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부담스런 말을 듣지 않으면서도 완전한 시장화를 만들어내려는 실질적 ‘영리화’전략을 가능케하는 것이다.

선진화라는 단어에 아마도 이 정부는 미국화란 단어를 쓰는 것이 본인들에게는 가장 흡족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의료현실을 목도한 우리에게 ‘선진화’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것은 바로 ‘복지 선진화’, 즉 의료, 교육, 주택걱정을 국가가 덜어주는 진정한 국가 복지를 일컫는 것이다.

선진화라는 한 단어 앞에 전혀 다른 상상력을 발휘하는, 돈벌이에 혈안이 된 국가운영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더욱 쓸쓸하다.

 

김형성(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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