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누가 대의원총회 결의의 참뜻을 왜곡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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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누가 대의원총회 결의의 참뜻을 왜곡하는가?
  • 편집국
  • 승인 200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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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전문의제 도입 확정

“이제 더 이상 시행을 유보한다는 것은 복지부로서는 너무 큰 부담입니다.”
지난달 23일 치과의사전문의제도(이하 치의전문의제) 도입 방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복지부 김점자 구강보건과장이 내년 모집 전공의들부터 치의전문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끝내 속내를 비추고 말았다.

지난 1962년 첫 전문치의 자격시험이 무산되면서, 이후 치과계 내의 갈등으로 한없이 미뤄져만 오던 치의전문의제. 급기야 1996년 공직지부에서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1998년 마침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된 이후로도 약 5년에 걸친 뜨거운 공방. 치과계 내 초유의 치의국시 거부파동과 이후 범대위에서 탈퇴한 치협과 범대위간의 갈등.

그리고 2001년 제50차 치협 대의원총회(이하 50차 총회)에서의 전격적인 기존 치의들의 기득권 포기와 함께 선회한 8% 소수정예안까지. 그야말로 우리 치과계의 치의전문의제 도입을 위한 역사는 파란만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를 잠자코 지켜보아야만 했던 복지부 담당과장의 감회 섞인 발언은 지난 50차 대의원총회 결의 전까지 치의전문의제에 대한 각자의 이기적인 접근 방식이 난무했던 우리 치과계로선 더욱 남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50차 총회의 결의는 치과계 전체와 국민들을 위해 기존 치의들의 기득권을 대승적 차원에서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결단을 내렸던 우리 치과계의 자랑스런 한 모습이 아니었던가?

자랑스런 치과의사들

그러나 지난달 10일 복지부에서 발표한 ‘치의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에 관한 규정 및 동 시행세칙(안)’은 이러한 치과의사들의 자부심을 한 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요소들을 안고 있어 치과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발표한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이 앞으로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수정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발표된 안이 지난 50차 총회 이후 약 2년간에 걸쳐 복지부와 치협의 치열한 협의과정을 거쳐 나온 안이라는 점, 그리고 관례상 대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복지부의 입법예고(안)대로 입법화되는 것이 상례라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라 아닐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미 지난해 3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1차 의료기관 전문과목 표방이 금지(치과의원만 해당)되었고, 더욱이 50차 총회의 결의에 기반해 만든 치협의 치의전문의제(안) 중에서 인턴의 수련병원 지정기준안(구강악악면외과를 포함한 4개과→3개과)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관철되었다는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은 도대체 어떤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기에 치과계 내에서 이러한 우려들을 자아내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느슨한 (인턴 및 레지던트의) 수련치과병원 지정기준(이하 수련병원 지정기준)과 치의전문의제 시행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가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에 대한 복지부의 소극적 대처라 할 수가 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지난달 23일 서울 치대병원 강당에서 진행되었던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의 세부조항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8% 소수정예 유지 못해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9명의 연자들은 이재봉 서울 치대 교수와 채근직 변호사 등 2명을 제외하고는 치협의 치의전문의 8% 소수정예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찬성의 뜻을 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의전문의제의 도입 취지 자체가 환자에게 특수한 서비스(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이를 필요로 하는 환자의 수가 많지 않으므로(전체 치과진료의 10% 미만) 치의전문의는 당연히 소수여야만 하고, 또한 진료의 효율성과 비용 등을 감안할 때 1차 진료기관의 의뢰환자만을 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치협의 치의전문의제 시행안 마련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고, 또한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 강연을 맡은 김동원 원장(김동원 치과의원)은 FDI의 치의전문의 정의 규정 등의 예를 들어 “치의전문의제의 확립을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치의전문의 수 제한, 1, 2차 의료기관의 합리적인 분포가 필수조건”이라면서 “현재 우리 치과계의 의뢰환자 건수와 선진각국의 치의전문의의 수를 감안해 치의전문의를 8%로 유지하고 탈락자들을 감안해 전공의의 정원은 12%선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이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치협 고문 전현희 변호사의 지적처럼 “여기 모인 사람들 중 거의 모두는 치의전문의의 8% 유지에 합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입법예고(안)대로 한다면 이를 유지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치과의사 출신인 전현희 변호사가 아주 단정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입법예고(안)의 인턴과 레지던트의 수련병원 지정기준의 느슨함에 있다.

입법예고(안)에서는 “인턴은 구강악악면외과를 포함한 3개과 이상, 레지던트는 구강악악면외과를 포함한 4개과 이상을 갖춘 병원”이라고 하고 있는데, 지난 2000년 치협에서 실시한 ‘수련병원 실태조사’ 당시 82개 병원 중 절반이 넘는 44개의 병원이 구강악악면 포함 3개과 이상을 갖추고 있어, 현재 200여 개로 늘어난 치과병원 중 100개 이상의 병원이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치의전문의 수의 8% 제한은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문의 시험 합격률을 낮춘다(?)

물론 입법예고(안)에서는 복지부 장관이 인턴과 레지던트의 정원을 각 수련병원별로 정하게 하고 있고 또 김동현 원장의 말대로 미국의 경우(1995년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치의전문의 시험 응시자 1,017명 중 35%인 356명만 합격, 보철전문의 경우 91명 중 18.7%인 17명만 합격. 보철전문의의 비율은 전체 치의전문의의 5%)처럼 전문의 시험을 통해 걸러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에서도 이미 “치의전문의 자격시험의 합격자는 1, 2차 시험에서 각각 총점의 60% 이상 득점자로 한다”고 규정해 놓았고, 또한 우리나라 자격시험의 관례상 이를 통해 불합격자를 양산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결코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전민용 건치 공동대표의 주장처럼 이는 “수련병원의 이해를 반영한 치협과 복지부의 안일한 발상”이며 “이후 자격시험에 불합격한 수많은 전공의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또 다른 문제를 야기” 할 수도 있는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함께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장계봉 전 치협 법제이사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는데, 그는 “협회의 결의사항인 소수정예의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수련병원 지정기준을) 11개 치과대학에 국한해야 하는데 현재 수련병원의 (경영여건상) 현실을 감안할 경우 구강외과를 포함한 4개과 이상 설치(안)이 합리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련병원 지정기준을 입법예고(안)으로 할 경우 치의전문의가 과다하게 배출될 수밖에 없고, 또한 그렇게 된다면 현재의 의과전문의제도에서 보듯 과잉 치의전문의의 1차 의료기관 진출과 그에 뒤이은 차별화 광고전략(전문과목 표방) 등으로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건치 전민용 공동대표의 주장처럼 “전공의들의 수련 등은 3차 기관이라 할 수 있는 대학병원과 대형 종합병원 등으로 한정하고, 그 밖의 2차 의료기관들에서는 저임의 전공의 대신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를 확립하고 예상되는 경영상의 어려움은 수가체계의 개선과 정부의 지원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이상의 치의전문의 수 8% 유지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논란이 우리 치과계 내부의 문제라면 치의전문의제의 확립을 위한 전제조건의 하나인 의료전달체계의 확립문제는 의과까지 포함한 의료계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가 있다.

때문에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점자 과장도 “2008년까지 한시적으로만 1차 기관(치과의원)의 전문과목 표방금지(2002년 3월 의료법 개정)와 진료과목 표시금지(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중)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을 뿐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한 어떠한 대안도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과의 전문의제가 전현희 변호사의 지적처럼 “국민의 건강향상을 위한 필수요건인 전문적 진료가 가능하도록 전문의료기술을 습득한 (소수의) 자에게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행 당시 만연했던) 개원가의 무질서한 전문과목 표방을 막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과다한 전문의 양성 ▲전문의의 비전문의화 ▲1차 의료인력의 부족 ▲진료비용의 상승(개원 전문의의 경우 1차 진료에 흔하지 않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전문 장비를 갖추어 진료원가를 상승케 한다) 등의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현재 정부 차원에서도 ‘주치의’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는 등 현재의 왜곡된 의과의 전문의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는 만큼 단지 몇몇 수련병원들의 경영상의 이유를 들먹여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치의전문의제의 시행에 처음부터 걸림돌을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전현희 변호사의 지적처럼 “금번 치의전문의제의 시행에 있어 제1차 고려요소는 국민의 (구강)건강 증진이며, 치의들의 이해조정은 부차적 요소가 되어야 하며, 치의들의 이해조정도 결코 (치과계 내) 어느 한 집단의 이해만을 옹호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이 지난 50차 총회에서 기존 치의들이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했던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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