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충치예방! 다시 치과인이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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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충치예방! 다시 치과인이 나설 때
  • 편집국
  • 승인 200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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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던 치과인들의 대국민 충치예방 노력이 최근 일부 수불 반대론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고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이번 수불 사태를 계기로 치과인들의 태도가 미진하고 안이했다는 반성의 소리도 높다.

몇몇 단체들은 치과인들이 다시 일어서야 할 때라며 캠페인 등 적극적인 충치 예방 사업을 벌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무작정 사업을 벌이기 앞서, 이젠 수불사업만이 아닌 ‘충치예방’이라는 커다란 패러다임 속에서 각각의 치과인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선차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충치 예방!’ 이를 위해 각각의 치과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본 보는 지난달 20일 충치예방연구회와 공동으로 ‘충치 예방을 위한 치과인 좌담회’를 개최했다.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충치 예방을 위한 치과인 좌담회

사회│박길용(건치신문 발행인)
패널│송근배(경북 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
신이철(건치 중앙집행위원장)
황윤숙(대한치과위생사협회 정보통신이사)
윤호영(충치예방연구회 사무국장)


충치! OECD 국가 중 최고

▲ 박길용
박길용 : 충치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매우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충치 현황이 어떤지 송근배 교수님이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송근배 : 12세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구치에서 충치를 경험한 치아수가 1971년 0.6개에서 2000년에는 3.3개로 500%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주요 OECD 국가 중에서 최고를 나타내는 부끄러운 수치입니다.

▲ 송근배
또한 한국인이 앓고 있는 10대 만성질환 중 1위가 충치입니다. 이렇듯 충치발생이 증가하면서 더불어 치과관련 진료비도 90년 대비 240%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5세 아동들은 평균 5.48개의 충치를 경험했고, 더욱 심각한 것은 이중 절반 정도인 2.57개의 치아는 치료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충치예방을 위해 몇 개 지역에서 수불 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2010년 목표치를 달성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충치예방을 위한 실천방안

: 정말 충치의 심각성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저도 십몇년간 개원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충치예방만큼 힘든 일이 없습니다. 각 단체들은 충치예방을 위해 어떤 실천 방안을 고민하고 계시는지 들어봅시다.

: 오늘 좌담회 제목이 “다시 치과인이 나서자”인데, 우리가 언제 나선 적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모두 웃음) 먼저 말씀드렸듯이 충치는 우리 국민들의 만성적인 질병이고, 이로 인한 예산과 진료비용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르고 있지만, 과연 우리 치과인들이 충치의 심각성과 예방사업의 절실함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 지부터 반성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 신이철
신이철 : 아시다시피 저희 건치는 창립이래 수불 사업의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최근 수불사업이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데, 그 원인은 홍보의 부족과 충치에 대한 국민들의 심각성 불인식에 기인합니다.

현재 아동들의 충치가 심각한 상태인데, 이 또한 어른들의 안이한 의식에서 기인된 것입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국민들의 구강보건교육에 힘을 쏟고, 보건소와 학교 구강보건실 등 공공의료기관의 활동에 지역 개원의가 적극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윤호영
윤호영 : 올해 큰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구강보건교육의 체계화를 위한 교육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등 각각의 대상별 구강교육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걸맞는 학습지도안과 교육매체를 개발해낼 계획입니다.

또한 이들 교육의 담당자들을 위한 연수프로그램까지 기획하고 있는데 저희들은 이를 통해 그동안 개별적으로 진행되어 온 구강보건교육의 체계화를 위한 일대전기를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사견입니다만 작년에 일주일동안 복지부 직원과 함께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충치예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우리는 수년간 예방과 관련된 홍보사업을 진행해왔고 충치예방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일선 치과계나 복지부는 지금까지 충치예방에 무관심했다고 생각합니다.

▲ 황윤숙
황윤숙 : 현재 우리 협회는 치과위생사들의 ‘교원교육 이수’가 가능토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양호교사의 대부분이 구강건강에 무지함에도, 치과위생사들은 교원교육 이수가 불가능해 양호교사가 되는 길이 막혀있습니다.

때문에 현재 협회에서는 학생들의 구강건강과 충치예방에 치과위생사들이 주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교육특위를 구성 중입니다. 아울러 수불 사업에도 적극 나설 것이며, 대도시 보건소에 구강보건실이 마련되면 치과위생사가 파견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치과의사들도 치과위생사들이 공공의료에서 예방사업을 함께 푸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 치과위생사들도 집단적인 시스템 속에서 자기의 위상과 역할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데, 최소한 구강보건실이 있는 학교만이라도 치과위생사 출신 양호교사를 등용할 수는 없습니까?

: 뉴질랜드의 경우 규모가 큰 학교엔 치과위생사가 별도로 있고, 나머지 학교는 파견근무를 합니다. 우리도 전문적인 구강교육을 받은 치과위생사가 양호교사를 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게 필요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양호교사가 필요한 구강교육을 받아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치과위생사가 파견근무를 할 수 있게 제도를 바꾸는 것을 검토해야만 할 시기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방 정책 우선 순위 필요

: 치과계 각 단위마다 예방사업들을 나름대로 진행하고 계시는데, 정책에 대해 각 단위마다 예방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입장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 우선은 ‘충치예방’이라는 커다란 목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각자가 사업만 벌인다고 해서 무조건 예방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합의하에 각 분야별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 대학 예방치과학 교실에서는 “연령별로 자일리톨이나 불소 등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갚 등에 대한 연구를 한다던가, 장애우나 60세 이상 노인 등을 특정 표본화 해 국민 구강건강 상태를 끊임없이 체크해 정책화 하는 방식으로 예방사업을 풀어낼 수 있습니다.

: 노동자 구강검진을 많이 해왔던 치과의사들을 만나보면 위해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치아손상보다도 충치의 심각성을 얘기하면서 노동자 구강검진보다도 수불사업의 전면적 확대가 시금하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충치발생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을 역으로 반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각 단위별로 충치예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한 게 사실이지만, 정책적인 관점에서 충치예방을 위해 분야별로 추진해야할 정책들 중 우선 순위부터 정해 가중치를 정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 정책부문에서 구체적인 우선 순위부터 정해야 한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현 조건에서 선차적으로 힘을 쏟아야 할 정책사업은 무엇입니까?

: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수불사업을 힘있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7일 치과계 대부분 단체 대표자들이 모인 가운데 수불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날 회의에 참가한 대부분의 담당자들은 충치예방의 가장 중요한 정책사업이 ‘수불’이라는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당장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예방사업인 수불사업에서부터 제동이 걸리다보니, 그 밖의 다른 예방사업들도 힘있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충치 예방 위한 공공의료의 과제

: 그래도 이제는 구강보건과가 생기고 별도의 구강보건사업 예산도 책정돼 각 보건소에서 실란트사업을 진행하는 등 예방사업이 정부 차원에서 부족하나마 진행되고 있어 다행입니다.

: 지난 97년에 구강보건과가 생겨나고, 99년 구강보건법이 입안되는 등 충치예방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마련된 것은 우리나라 구강보건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구강보건실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고 있다가, 치아홈메우기 사업 등 막상 ‘예방’ 업무가 떨어지니 이제는 일손이 모자라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시군구단위 보건소에는 구강보건실을 설치하고 있으나, 광역시도 단위에는 구강보건실이나 독립된 구강보건담당자가 마련되지 않아 구강보건관련 업무가 국가적 차원에서 일사분란하게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 현재 구강보건과 대부분의 예산이 노인무료의치사업에 투여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공중의료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불소 도포 등 예산의 50% 이상은 충치예방에 들어가게 해야 합니다.

: 공공의료가 확대되는 게 우리의 소망이지만, 이를 위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싸워 따낸 예산마저도 충치예방과 홍보를 위한 예산이 거의 없습니다. 금연 등은 천문학적인 홍보비를 책정하면서도 말입니다. 

각 단체들은 제각기 노력하겠지만, 수불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예방사업의 예산을 책정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공공의료 부분에서 예방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예산 책정·인력 확보와 함께 상근인력의 처우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전국 각 보건소에 많은 수의 치과위생사들이 근무하고 있지만, ‘전문기술직’ 규정에 묶여 예방사업을 주도적으로 풀기보다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뒤치닦거리나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예방사업을 나름대로 주동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7급 이상의 관리직에 올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직급 변화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직급 변화 등 공공의료부분 인력의 처우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충치 심각성·예방 중요성 알려야

: 앞에서 장시간 토론했듯이, 다양한 정책입안과 행정 추진 등이 필요하고, 이와 함께 전문적인 홍보사업이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충치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이렇듯 심각한데, 지금까지 예방을 위한 홍보는 잘 안되어 온 것 같습니다.

: 학부 과정에서 예방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는데, 대부분 다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국민들도 아무리 홍보를 잘 해도 다 잊어버릴 것입니다. 그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관성적인 홍보보다는 금연이나 암과 관련된 다큐멘터리처럼 ‘충캄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방영해 충치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향후 제작할 홍보물의 내용이 무엇보다 ‘충치예방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홍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충치예방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화적인 접근법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한의학의 경우 ‘허준’ 드라마 하나로 한의사들의 위상도 높아지고, 한의학에 대한 국민들의 친근함도 더 좋아졌습니다.

: 그와 관련해 저희는 충치예방과 관련된 3D 애니메이션을 개발 중입니다. 이 만화에는 주인공인 귀여운 ‘치캄 캐릭터가 등장하고 치과의사도 등장해 보다 재미있게 국민들이 충치예방법을 배우고 그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치과인 예방교육 강화 절실

: 대국민 홍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몇가지 방안이 제시되었는데, 이러한 방법들을 추진해 나가는데 명확한 주체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이에 대해서는 치과계가 보다 포괄적인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건치에서는 ‘아름다운 재단 1% 나누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각 제과업체와 연계해 각 상품 가격의 1%를 충치예방의 기금으로 조성하게끔 하고, 대신 그 상품에 설탕을 덜 넣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입니다. 즉, 치과인은 치과인 나름대로 충치예방 사업을 벌이고, 기업들은 기업 나름대로 여기에 동참할 수 있게 독려하는 것이지요.

: 그런데 일선 치과의사들을 대하다 보면, 수불 홍보에서도 애매한 관점을 가진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대국민 홍보도 중요하지만, 치과인들에 대한 예방교육 강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와 함께 교육대학 학생들, 특히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충치예방’에 대한 교양과정을 가질 수 있게 커리큘럼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치예방을 위한 홍보는 누구만 하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식의 사업이 아니라 그 필요성을 느낀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합니다.

: 치과계는 매우 건강한 전문가 집단입니다. 공공의료 확대·수불사업 등을 얘기하면,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함께 할 수 있는 집단입니다. 다만, 아직 치과인들 사이에서도 수불 등 전문적인 충치예방 사업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항편입니다. 이 또한 향후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전 치과인이 나설 수 있는 계기 필요

: 앞으로는 전 치과인이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충치예방! 다시 치과인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것이 오늘 토론의 결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계에서 충치예방을 위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며, 또한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는 향후의 과제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정리 : 강민홍, 이인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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