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앞니를 갈아내는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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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앞니를 갈아내는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 강신익
  • 승인 2003.0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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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속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성년이 되었다는 증표로 앞니를 뾰족하게 갈아내는 의식(儀式)을 행하고 있다. 이러한 관습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말고도 여러 종족에서 발견되는데 그렇게 하는 목적도 다양하다.

예컨대 아마존 유역의 어떤 종족은 뾰족한 앞니를 아름다움의 징표로 삼아 어린아이의 앞니를 끌로 갈아내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관습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식인물고기 피라니아의 이빨을 숭배하여 그것을 모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발리섬에는 아직도 여자아이가 사춘기를 지나면 역시 6전치를 갈아내는 습관이 남아있는데 이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여섯 가지의 심각한 죄를 짓지 않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치아의 손상이 생존을 위한 노동의 결과인 경우도 있다. 그린란드에 사는 에스키모 원주민 여인들은 물개 가죽을 다듬기 위해 치아를 너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심각한 마모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또 그들은 생고기를 주식으로 했기 때문에 치아의 손상은 곧 죽음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치아가 다 빠져버린 노인을 황량한 들판에 홀로 두고 와버리는 것이 전혀 잔인한 짓이 아닌 것으로 그려진 영화도 있었다.

이런 현상이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남극지방에 사는 어떤 종류의 물개는 숨을 쉬러 올라올 얼음 구멍이 얼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얼음을 갈아내야 하기 때문에 이빨이 쉽게 손상되고 그 결과 평균수명이 다른 종류의 물개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들에서 현대 치의학을 공부한 치과의사들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소한 아름다움을 위해서 아홉 살짜리 소녀의 앞니를 갈아내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썩은 이를 때우기 위해 썩은 부분보다 몇 배나 되는 정상적인 치질을 갈아내지 않는가?
한 개의 빠진 이를 해 넣기 위해 두세 개의 정상적인 치아를 갈아내는 것은 소녀의 앞니를 갈아내는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이번 호부터 인제 의대 강신익 교수의 ‘그림속 치과이야기’ 칼럼을 연재한다. 칼럼을 통해 ‘치아건강’을 위한 인류의 다양한 노력과 경험들을 살펴봄으로써, 국민구강건강을 책임지는 우리네 치과의사들이 진정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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