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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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불교
  • 이동호
  • 승인 2008.10.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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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친구들 이야기-(24)

9월 27일 목요일 새벽의 강변풍경입니다.  이틀 전, 캄보디아에서 추석을 보냈습니다.  캄보디아는 중국과 유교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아 우리와는 축일이나 절기가 전혀 다릅니다. 이곳에서는 추석이나 추수감사절이 없습니다.

그대신 거의 모든 절기가 불교와 연관이 깊습니다. 쫄츠남이라는 4월의 설날도 불교식 설입니다. 우리의 추석인 9월의 보름 다음날, 캄보디아에서는 전국적으로 절에서 큰 행사가 열립니다. 그 이름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해가 뜨기 전에 사람들은 절을 찾아 예물을 바치고 기도를 합니다. 이들의 예물은 꽃과 음식, 그리고 돈입니다. 아주 우연하게도 숙소 근처 왕국 앞의 큰 절에서 새벽에 이 행사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새벽 4시반, 방문을 두드리는 정효경 선생님의 노크소리에 겨우 눈을 떴습니다. 밖에서 오형진 선생이 기다리고 있었고 함께 바싹강변 새벽산책을 따라 나섰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잠도 없군'하는 구시렁이 절로 나왔지요.

산책을 할거면 아침 해가 뜰 무렵, 6시 정도 일어나도 될 텐데 무슨 한밤중에 단잠을 깨우냐는 거였지요. 하는 수 없이 새벽잠이 적은 두 사람을 따라 강변을 한 30분 산책했습니다. 강변에서 밤을 샌 노숙자들과 새벽부터 장사를 준비하는 몇몇 사람들만이 새벽을 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변을 한 바퀴 돌아 왕궁 쪽으로 들어서자 그 앞의 큰 사찰에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시간은 5시 정도 되었을까?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 먼 시간이었지만 절 안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이 날 새벽의 공양행사를 사진으로 담게 되었던 것입니다.

절 마당에는 꽃과 공양음식을 파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마당에서 절로 올라가는 계단의 양쪽으로는 어린아이를 안거나 곁에 누인 채로 뭔가를 기다리는 여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절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신발을 맡아주고 돈을 받는 신발보관 장수였습니다. 절 안에는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없으니 혹시 신발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신발을 맡아주는 거지요.

이 날로부터 사흘 동안은 우리나라의 사월초파일처럼 많은 캄보디아사람들이 절에 공양을 올리고 소원을 비는 특별한 기간이라고 하는 얘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습니다. 알롱껑안의 몇몇 학생들도 이날 새벽, 가까운 절에 공양을 드리러 갔다고 하더군요.

대다수 국민들이 독실한 불교신자들인 캄보디아에서도 이런 행사는 일상적인 행사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두새벽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성껏 촛불과 함께 예물과 돈을 접시에 담아 바치고 기도를 올리는 모습은 이방인의 눈으로도 아주 특별해보였습니다.

우리가 절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기도를 마치고 막 바깥으로 몰려나오고 있었습니다. 손에는 촛불과 향불, 그리고 예물을 담은 접시를 든 채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의 쌀 담는 큰 대야에 그들의 예물과 지폐를 부어 담고는 천천히 내려가더니 사찰을 한 바퀴 돌아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탑돌이와 같은 의미로 보였습니다. 그들이 든 촛불들로 사찰안은 캄캄한 새벽인데도 제법 훤해보였습니다.

특이한 모습은 새벽공양을 드리러 온 사람들 대다수가 젊은이들이었다는 것입니다. 10대,20대의 젊은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새벽부터 이 사찰을 찾는 걸까요?  그들이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어떤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제 오랜 전쟁과 가난에서 막 벗어나 희망찬 미래를 쫓아서 달려가야 할 그들이 이곳에서 간절히 마음으로 간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런 의문들을 안고 사찰을 벗어나면서 어쨌든 이 나라에서는 여전히 불교가 젊은이들의 마음  속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방황하는 그들에게 정신적인 안식처가 되는 것인지, 혹은 신앙적 힘과 용기를 주는 것인지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수도 프놈펜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이 부유한 절이 이 많은 젊은이들을 포함한 사람들로부터 거두어들인 많은 예물들과 돈으로 살찌어 갈 때, 과연 이 나라의 불교는 사회를 위해, 또 소외된 이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한 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절을 나와 다시 강변으로 걸어가자 비로소 동쪽으로부터 서서히 여명이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차츰 밝아 오면서 절 안의 그 많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주변은 다시 평범한 새벽 일상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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