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이전협상, 최선의 결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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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 이전협상, 최선의 결과라고?
  • 편집국
  • 승인 200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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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협상결과 정당화에 급급한 정부

정부가 용산기지이전을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용산기지이전협정을 의결하고 내달에 국회비준 절차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무회의 의결 직후 용산기지이전협정 전문과 해설자료를 발표한 정부는 한국 측에 불평등한 협상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정당화하는데 급급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협정 전문과 해설자료는 오히려 그 동안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의혹과 문제점을 확인해주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용산기지이전비용을 한국 측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정부는 용산기지이전이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계획과는 별개의 것으로 지난 15년 간 한국 정부가 유지해 온 정책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리고 90년 합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용산기지이전을 요구한 이상 이전비용을 한국 측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은 부시행정부 출범이후 줄곧 논의되었던 주한미군재배치 계획과 연동되어 진행되고 있고 이를 통해 미국은 평택기지를 장기적으로 동북아의 전략기지로 삼을 계획이라는 점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용산기지이전협정과 함께 국회비준이 2년밖에 안된 LPP 개정을 서두르는 것도 주한미군재배치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측에서 이전을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 이전비용을 부담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미국 측의 과도한 이전비용 요구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용산기지 이전을 정부가 15년 동안 정책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추진했다고 볼 수 없거니와 이전비용 전액부담이 90년 합의각서를 인정한 것이 아닌 국제사회의 관행을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90년 합의각서는 위헌적이고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 정부가 말하는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합의 자체가 무효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용산기지이전협정이 90년 합의각서를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1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 보고서에서 밝혀졌듯이 정부 협상팀은 90년 합의각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가운데 협상을 진행해왔다. 또한 최근까지 국방부는 90년 합의의 원칙을 견지해왔다고 주장해왔다.

게다가 정부는 용산기지이전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GPR에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한국 측의 필요에 따라 미군의 한국에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지와 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순리’리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군사전략에 따른 주한미군 기지이전을 위해 한국이 4조원에 이르는 대체부지와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어떻게 ‘순리’인가? 정부의 이러한 저자세 대미의식으로 말미암아 위헌적이고 절차상 하자가 있는 90년 합의각서의 효력을 인정하여 불평등한 협상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닌가?

정부가 이행약정(IA)을 국회동의가 필요치 않은 SOFA 부속문서로 두는 것 또한 타당하지 않다. 정부는 이행약정(IA)이 이전협정(UA)의 이행에 관한 절차적, 기술적 세부사항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국회동의절차를 밟은 것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IA에서 담고 있는 기술양해각서(E-MOU), 비용집행절차합의서 및 시설종합계획(MP) 등의 문서들은 재정소요를 확인케 해주는 것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정부는 IA문서들을 한미간 협의기구에 불과한 SOFA합동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독일의 Rhein Main 공군기지이전과는 달리 용산기지이전은 사업규모가 크고 가변요소가 많기 때문에 기본원칙이 정해지기 이전에 MP가 작성될 수 없고 MP가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총 소요예산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말대로 용산기지이전은 사업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집행단계마다 새로운 변수들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MP와 이에 따른 비용규모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 동안 시민단체들이 IA 문서들이 국회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IA문서들이 SOFA 합동위원회에서 체결될 경우 미국 측의 의도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용산기지이전비용에 미2사단 재배치비용이 포함되어 있을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정부가 MP를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기지와 미 2사단 모두 평택의 캠프 험프리로 확장이전 할 예정인데 용산기지 대체기반시설이 작전 사령부로 개편될 미 2사단의 대체시설과 별개의 것이냐는 의혹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UA가 우선 체결되어야 MP와 총 비용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UA가 우선 체결되어야 MP가 나온다고 주장하면서 UA가 국회통과도 되지 않은 마당에 정부가 대체부지 매입에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정부는 ‘예비 MP’를 기초로 추산된 대략의 소요비용을 국회동의가 아닌 검토보고로 처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MP를 제출하지도 않고 총 소요액을 산정하지도 않은 채 기지이전에 대한 일방적인 부담을 확정짓는 협정체결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또한 정부는 미 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 측이 전적으로 부담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미 2사단 이전에 따른 대체부지 매입비용을 한국 측이 제공한다는 사실은 숨기고 있다. 국방부가 장영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 2사단 대체부지 매입비용으로 한국 측은 5천 8백억원 정도를 부담할 예정이다. 그 결과 정부 측 주장과는 달리 미 2사단 이전을 포함한 LPP 개정으로 한국 측 부담은 기존 LPP 협정 당시보다 증가되었다. 미국의 재배치계획에 따른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에 토지를 무상공여한다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때문에 한국 측 부담이 증가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용산기지이전협정안이 최선의 협상결과인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회계연도와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맞춰 밀어붙이기식으로 이전협정체결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용산기지이전협정의 본질은 90년 합의각서의 원칙에 따라 한국 측이 이전비용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시설종합계획이나 총비용에 대한 국회동의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듯 일방적인 협상결과를 국민들이 이해하고 동의할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박정은(평화군축센터)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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