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 “정부는 나 몰라라” 방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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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강화 “정부는 나 몰라라” 방안일 뿐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8.10.3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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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공급자·학계 ‘한목소리’…국고보조금 약속 전제돼야

“정부는 뒷 짐만 진 채, 보장성 강화하려면 보험료 더 내라고 하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는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형근 이하 공단)이 지난 30일 마포구 공단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첫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지역본부별 순회 공청회’를 개최했다.

의약단체 관계자를 비롯 200여 명의 청중이 몰리는 등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서는 공단 건강보험연구원 김정희 부연구위원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으며, 이어 패널토의 및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인제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의 좌장으로 진행된 패널토의에서 가입자 측에서는 동대문문화원 권태하 이사와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사무총장, 보건환경문제연구소 이인재 소장이, 학계에서는 서울 의대 이진석 교수가, 의료계에서는 대한의사협회 전철수 보험부회장과 대한병원협회 성익제 상무이사가 토론을 벌였다.

또한 경제계 대표로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정태 상무가, 마지막으로 정부 관계자로 보건복지가족부 이창준 보험급여과장이 패널토의를 벌였다.

“보험료 ‘더 내는 만큼’ 보장성 확대해 줄게!”

‘보장성 강화 방안’(이하 방안) 발표에서 김정희 부연구위원은 “우선적용 항목 조사 결과 초음파, MRI, 산소발생기, 의치, 치아홈메우기 등 11개 항목이 보험 적용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반면 무료 인공수정과 무료 예방접종은 국가가 해야 할 항목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방안에서는 보장성 강화 대상 선정 시 ▲진료비 크기 ▲치료 효과성 ▲국민 수용성 3가지 사항을 고려했으며, “저소득층, 중증질환 진료비부터 우선 낮추고, 국민요구는 크지만 재정지출 규모가 큰 항목”을 보장성 확대 원칙으로 삼았다.

그 결과 본인부담률을 의원급은 30→35%, 병원급은 40→50%, 종합병원급은 50→60%, 종합전문병원급은 50→70%로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보험료 추가 인상 없이 ▲소득수준별 본인부담 상한액 인하 및 차등 적용(1800억 소요) ▲희귀난치성 질환자 본인부담 경감(20→10%, 1400억 소요) ▲암환자 본인부담 경감(10→5% 1300억 소요) ▲고도비만 치료(1,000억 소요)의 보장성 확대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1안)

보장성 확대가 필요한 선택항목은 8가지 인데, ▲초음파(6600억) ▲MRI(2600억) ▲70세 이상 노인 의치(1조) ▲치석제거(7000억) ▲5~14세 대상 치아 홈메우기(1300억) ▲5~14세 대상 불소도포(180억) ▲광중합형복합레진(5300억) ▲한방 물리요법(300억) 등이다.

이러한 선택항목의 급여화는 오로지 ‘보험료 인상’을 전제돼야 하는 것인데, 2안은 초음파와 한방이 포함돼고, 3안은 2안에 노인의치가 포함되며, 4안은 3안에 나머지 치과항목들이 포함된다.

김 연구위원은 “선택항목까지 모두 보장성 강화가 이뤄질 경우 3조 8,780억 원의 재정이 필요하며, 보험료율 인상률은 16.9%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는 게 뭔데?”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토론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들이 제각각 갈리었지만, “정부가 그간 법적으로 지원해야 함에도 미이행한 국고지원금 2조2천억 원을 왜 지원하지 않느냐”와 “보장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 이진석 교수
서울 의대 이진석 교수는 “접근하는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면서 “이번 정부의 방안도 본인부담상한제 등 전반적으로 상당히 전향적인 안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방안은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정을 모두 보험료 인상으로만 떠 넘기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정부는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 그동안 미지원한 국고지원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떠한 언급도 없이 보험료를 인상하겠다는 것을 국민들이 과연 수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총 김정태 상무도 “정부가 법적으로 정해진 지원액보다 적게 지원했을 때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그간 밀린 국고지원액 2조2천억 원만 지원해도 보험료 인상 없이도 보장성 강화가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이인재 가입자 대표도 “법적으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가 아니라 ‘지원한다’기 때문에 강제이행해야 한다”면서 “보험료 인상만 논할 것이 아니라 미지급된 국고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용유발적 재정지출 구조’ 개선책은 왜 빠졌나

특히, 정부의 방안은 ‘비용유발적인 재정지출구조’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전면 빠져있어, 가입자 대표들의 강한 성토가 이어졌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사무총장은 “매년 보장성이 강화됨에도 불구하고, 본인부담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보장성 강화와 보험료 인상을 논의하기에 앞서 비용유발적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지에 대한 논의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강 총장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쓸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제시한 대상항목들이 과연 비용효과적인 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서울 의대 이진석 교수도 “지출구조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부의 방안은 지불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기본항목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본인부담율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문제”라며 “본인부담률은 대상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고, 미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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