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사업이 '안전함을 지지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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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사업이 '안전함을 지지하다' 2
  • 이흥수
  • 승인 2008.11.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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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보건 기획칼럼]3-2

이 글은 구강보건사업지원단(http://oralhealth.hp.go.kr/)에서 발행하는 웹진 '건강 길라잡이' 에 게재된 칼럼의 전문이다. 본지는 앞으로 매주 한편씩 해당 웹진의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 

지난 3-1칼럼에 이어서…

안정성에 관한 문제는 ‘가치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
그러므로 안전성에 관한 문제는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가 된다. 즉 안전성은 과학적으로 규명되어야 하는 것이지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혼재된 자리에서 토론하여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일반대중의 90%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안전성이 입증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90%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위해도와 위해도 인식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위해도는 과학의 문제이며, 위해도 인식은 제공된 정보의 양과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 이흥수 교수
예컨대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발암성의 위해도를 4종류로 분류한다. 불소는 그 중 그룹 3인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할 수 없는 물질로 분류된다. 그룹 4는 사람에게 발암성이 없을 것 같은 물질이다. 어떤 사람들은 ‘보아라 세계보건기구조차도 불소의 발암성 여부를 단정하고 있지 못하지 않는가’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사람들의 위해도 인식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음주는 그룹 1 즉,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되고, 커피조차도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물질 단계인 그룹 2로 분류된다. 미국의 국립독성프로그램(NTP)은 발암성을 (A) 사람에 대한 발암성이 알려진 물질, (B) 사람에 대한 발암성이 있을 수 있는 물질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불소는 (A)(B)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 즉 불소는 발암물질이 아니다. 그러나 왜곡된 정보를 듣는 사람은 불소를 발암물질로 인식한다.

만약 어떤 물질에 대한 실제의 위해도 보다 위해도 인식이 높다면 올바른 정보의 제공이나 홍보가 안되었음을 질타할 수는 있을지언정,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부 사람들이 수불사업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돗물에 없는 ‘불소’를 타는 ‘인위적인’ 행위라는데 기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꼭 인위적으로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수돗물의 원수가 이미 자연적으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에서 목표로 하는 불소농도와 유사하면  자연적인 수돗물불소농도조정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water fluoridation) 시행여부를 파악할 때는 인위적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지역과 자연적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지역으로 나누어 조사한다. 중국의 경우는 자연적 수돗물불소화농도조정사업지역으로 분류된다. 세계치과연맹(FDI)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에서 인위적 수돗물불소농도조정지역과 비슷한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는 인구는 2억명이나 되며, 식수의 불소농도가 1.0ppm을 초과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도 7천7백만명이나 된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하지 않아도 이미 수돗물에는 불소가 존재한다. 다만 그 양이 미미할 뿐이 것이다(민물의 불소농도는 대개 0.3ppm 이하이다).

세계 각국은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과는 별개로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식수의 기준을 설정하여 관리한다. 우리 나라 수질기준에서 수돗물의 불소허용농도는 1.5ppm이하이고, 시판되는 샘물(생수)은 2.0ppm이하이다.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은 1.5ppm이하이고 수질 기준이 까다로운 일본은 0.8ppm이하이다. 벨기에와 프랑스도 그 기준이 1.5ppm이하이다. 미국은 식수의 최대 허용 불소농도를 4ppm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 우리나라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에서 불소의 농도는 0.8ppm이다. 우리나라의 유명약수에는 불소가 많이 들어 있다. 오색약수의 불소농도는 1.3ppm, 평창의 가리골 약수는 1.5ppm, 청송의 달기 약수는 1.2ppm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식수의 이름은 ‘독극물이 들어 있는 물’이 아니라 몸에 좋다는 ‘약수’임을 상기해 보자.

우리는 살면서 많은 가치의 충돌을 경험한다. 동강 댐 건설문제는 수자원 확보 대 환경보호라는 가치의 충돌이며, WTO협상은 농민의 생존권 대 수출증대라는 가치의 충돌이다. 이것들은 추구하는 가치의 차원이 다른 가치의 충돌이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의 안전성 문제는 가치의 충돌이 될 수 없다.

수돗물불소농도저장사업의 목적은 건강증진!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의 목적은 치아우식증예방을 통한 건강증진이다. 만약 안전성 때문에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반대한다면 그 목적은 건강보호일 것이다. 건강보호 없는 건강증진이란 성립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안전성 때문에 본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이나 사업을 찬성하는 사람 모두 건강보호 및 건강증진이라는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돗물불소화의 안전성 문제는 과학적 판단의 문제이지, 가치 판단의 문제도 가치 충돌의 문제도 아닌 것이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전술한 바와 같이 치아우식증우식예방효과가 높으며 안전하다는 전제에서 제안된 공익사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가 수불사업시행결정을 위한 판단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 안전하고 치아우식증예방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만족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먹지 않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며, 있는 그대로 사는 것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분들의 사고도 존중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 안전하지 않고 치아우식증예방효과가 없다면, 다른 모든 논의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우식예방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다른 가치 판단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치아우식증예방효과 및 안전성에 있어서는 ‘다르다’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안전성이 있느냐 혹은 없느냐 즉 맞느냐 틀리냐의 이분법만이 성립할 뿐이다. 안전성 이외의 문제에서는 ‘틀리고 맞고’가 없다. 다만 서로가 다를 뿐이다. 다른 것에 대하여 굳이 나무랄 이유는 없다. 내가 왜 그와 다른지 설명하면 족한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안전성을 거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안전성은 분명 과학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과학적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머지 부분을 토론하여야 토론다운 토론이 될 수 있으며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시행여부를 위한 선택의 객관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허준’에서 광해군은 허준을 믿기에 비상을 서슴없이 먹는다. 그렇다면 왜 일부 사람들은 치과의사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더구나 세계보건기구 등 유수한 전문기관이 그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혹여 치과의사가 과연 허준 만큼 백성의 안위를 위해 헌신했는가라는 점으로 말씀하신다면 그 대답은 ‘죄송하다’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래도 불소로 충치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 허준을 닮으려는 우리 치과의사들의 소망이다. 

(끝)

이흥수(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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