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해외 의료자본 손 들어준 경제특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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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해외 의료자본 손 들어준 경제특구법
  • 편집국
  • 승인 2003.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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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 사회특수층 위한 의료특구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경제자유구역지정법(이하 경제특구법)은 우리사회의 의료보장체계에서 벗어난 의료기관의 설립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실질적 폐지를 뜻하며 정부가 경제특구 내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료행위에 대해 모든 통제권을 실질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난 10월 31일 헌법재판소가 의료기관 강제지정제를 현행 의료보험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합헌판결을 내린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이기도 하다. (결국) 경제자유특구는 사회특수층을 위한 의료특구로 전락할 것이며, 우리사회의 의료보장체계를 무너뜨리는 암적 존재로 작용할 것이다.”

위의 내용은 지난해 11월 14일 국회를 통과한 경제특구법에 대해 다음날 발표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의료연합. 대표 최인순)’의 성명서 내용 중 일부분이다. 지난해말 16대 대통령 선거에 묻혀 재정경제부에서 10월 17일 발의한 이후 다른 민생법안들과는 달리 전격적으로 한 달이 채 안되어 국회를 통과하고 만 경제특구법.

그래서 오는 7월 1일부터 정식으로 시행될 이 경제특구법에 대해, 더욱이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 전용의료기관의 설립만을 규정하고 있는 이 법의 통과에 대해 왜 이들은 “우리사회의 의료보장체계를 무너뜨리는 암적 존재”라는 무서운 표현을 들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사실 이들의 성명서 내용은 조금 엉뚱해 보이기도 한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경제특구법이라면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당연히 필요해진 법이 아닐까? 더욱이 이 법 제2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및 약국의 개설’ 조항에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의료업과 약업을 행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 “우리사회의 의료보장체계를 무너뜨리는 암적 존재”라는 표현은 참으로 생경하게만 들린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제23조 제1항에 “경제자유구역에 개설할 수 있는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으로 개설할 수 있는 종별을 의료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 및 요양병원”으로 해 놓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특구법에서 규정하고 있다시피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이라는 표현 때문에 무심코 흘려 넘기고 마는 함정. 경제특구에 들어서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은 과연 외국인들만 진료해서 병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난해 통과한 경제특구법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만 한다. 또한 그랬을 때에만 위에서 언급한 보건의료연합이 발표한 성명서의 의미도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제특구에 들어서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은 내국인 즉, 한국인들까지 진료하지 않고서는 경영의 수지를 맞출 수가 없다. 더욱이 그것이 개인의원이 아닌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인 바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우선은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설립한 뒤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추후 내국인들에 대한 진료를 슬그머니 허용하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경제특구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하고, 또한 반대를 해야만 하는 이유인 것이다.

경제특구법에는 외국인들의 생활여건의 개선을 위해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의 설립과 함께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을 허용해 놓고 있다.

그런데 이들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에 있어 중요한 점은 의료기관의 설립 때와는 반대로 내국인의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외국인들의 국내투자가 늘어나고 외국인 회사가 증가하더라도 국내에 이주해 살게 될 외국인들이 전용 교육기관을 설립해야 할만큼 늘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의료시장 개방의 전주곡

따라서 경제특구법에서 의료기관 설립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다음의 두가지 규정이다. 하나는 해외송금을 가능케하는 제21조의 경상거래에 따른 지급규정으로 의료기관의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앞의 성명서에서도 이미 언급하고 있듯이 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기관 강제지정의 예외 조항을 삽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외의 의료자본들이 WTO의 의료시장개방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요구하고 있는 핵심사항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의료시장개방을 실질적으로 막아왔던 조항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건치신문 제129호/2002년 6월 22일자 커버스토리 참조. 치협은 이들 두 조항의 폐지에 앞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 현재 취약한 상태에 있는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외국의 의료기관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 이후 본격적인 의료시장개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재정경제부는 경제특구법을 통해 의료시장개방에 대한 전주곡을 울리고 있는 셈이며, 이 과정에서 국내 의료계가 아닌 해외의 의료자본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구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특구 전국적으로 설치 가능

물론 혹자들은 경제특구가 지역적으로 한정된 지역에서만 설치되는 ‘특구’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마치 현재 북한에서 지정하고 있는 신의주특구나 금강산특구, 개성특구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일 뿐이다.

이미 법안의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 재정경제위는 애초 재정경제부에서 제안한 경제특구의 지정기준, 즉 “국제공항·국제항만·광역교통망·정보통신망·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의 공급수준”을 “교통·통신·용수·전력 등 기반시설”로 수정해 지정기준을 크게 완화한 바 있다. 물론 이 조항은 국회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정부의 원안대로 통과가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각 지자체들의 이해는 광역의 시도 지자체가 경제특구의 유치에 사할을 걸고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애초의 정부 원안대로도 경제특구의 설치가 전국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이는 재정경제위에서 지정기준에서 제외했던 국제공항과 국제항만 시설을 갖추고 있는 지역을 들어보면 더욱 명확해 지는데, 현재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인천과 부산, 평택, 군산, 목포, 여수, 광양, 제주 등 상당한 지역에 이르고 있다.

또한 현재 외국의 자본들이 이에 그치지 않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안의 경제특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과 또한 법안의 지정기준대로 한다고 해도 울산과 대구 등의 지역에서 조건을 갖춘 후 경제특구를 요청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 등 급격히 전국적으로 확산될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들어올 외국회사가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경제특구를 지정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들어올 외국계 회사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병원의 경우 외국인 전용이라는 규정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이미 이 법을 발의한 재정경제부 관계자들도 경제특구에 외국기업들이 들어오지 않고, 한국 기업들로 가득찰 것 같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이미 고부가 가치산업으로 이행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시장의 현실(고임금)을 감안해 볼 때 인접한 북한이나 중국에 비해 경제특구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경제특구법에서 규정하고 있듯 국내기업의 위장진입(경제특구법에서는 주식의 10%만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어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으로 나타나게 될 위험성이 상존하며, 의료기관 역시 국내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형병원이 특구내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결국에는 국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할 것이며, 현재 전경련에서 특구내외의 기업간의 형평성을 이유로 특구의 전국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경제특구가 전국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조세권 포기

이외에도 지적되고 있는 경제특구법의 문제점은 파견근로의 확대와 월차휴가 폐지 등 노동조건의 악화, 환경관련 각종 인허가 사항의 특혜로 인한 환경의 파괴, 교육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공교육의 붕괴 등 실로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조세권에 대한 포기선언’이다. 실제로 경제특구에 입주한 업체들은 투자액 1000만불 이상만 되면 소득세, 법인세 3년간 완전 면제, 그 이후 2년간 50% 감면, 연구개발용품 및 자본재 수입 2년간 관세 면제, 취득세, 재산세, 종토세 3년간 완전 면제와 그 후 2년간 50% 면제의 혜택이 부과된다.

결국 경제특구가 성공한들 노동조건과 환경문제 등 국민들의 생활 수준만 낮추게 될 뿐 결코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부가 가치산업의 경쟁시대에) 밑바닥(저임금)을 향한 경쟁’이라는 비판이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경제특구법 제정을 둘러싼 문제점들을 의료부문을 중심으로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오는 7월 1일 발효될 경제특구법이 우리 국내 의료계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무조건적으로 해외의료자본의 손을 들어줘 국내의료시장을 조속히 개방시키려는 저의를 숨기고 있는 법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의료시장개방의 전주곡인 경제특구법은 당연히 폐지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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