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자본 맞선 대안적 MSO 만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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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자본 맞선 대안적 MSO 만들 터”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8.12.0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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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니튼치과그룹·(주)에즈메드 임지준 대표

장애인 구강건강 선구자에서 ‘개원의로’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아마 2001년 2월이었을 게다.

현재는 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조영식 교수가 당시 치협 기획이사를 맡아 이리저리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무료치과진료 활동들을 치협 차원에서 모아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 때다.

치협에서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는 치과계 단체 및 개인을 초청해 간담회를 하는 자리를 마련했었는데, 당시 본지에 입사한지 한달도 채 안된 수습이었던 기자는 선임기자를 따라 그 자리에 취재를 갔었고, 거기서 현 (주)에즈메드 대표이자, 제니튼치과그룹 대표인 임지준 원장을 처음 보게 됐다.

이후 스마일재단, 장애인치과학회,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설립을 물밑에서 주도하며, ‘봉사’라는 영역으로 치우쳐 있던 장애인들의 구강건강 문제를 ‘제도권’ 안으로 영입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 바로 그다.

때문에 그는 자주 건치신문 지상에 오르내렸고, 2005년 이후 언론지상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그를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자주 만나게 됐는데 당시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생계가 어려운 장애인들의 구강건강을 위해선 재정적 지원이 필요해 재단을 만들었고, 그들이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기에 병원을 만들었으며, 그들만의 특수한 진료를 학문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학회를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장애인들이 어느 치과를 가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배출되는 치과의사들은 장애인 진료 영역을 정규과목에서 배울 수 있도록 장애인치과학을 전문과목으로 만드는 것이다.“

당시 그는 아마 서울 치대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장애인치과학교실을 개설해, 첫 장애인치과학 전문교수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좌절됐고,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도 위탁운영기관인 서치 측과의 불협화음으로 그만 두게 됐으며, 2005년 사당동에 민간 처음으로 장애인전문치과병원인 ‘따뜻한 치과’를 개원했으며, 그 이후 3년간 그를 보지 못했다.

개원의는 의사라기보단 ‘경영자’

그를 다시 만난 건 지난달 26일 송파구에 위치한 (주)에즈메드 사무실에서다.

“학계 쪽에만 있다가 2005년 처음으로 개원을 했는데, 직접 개원을 하다보니 치과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힘들었어요. 개원의는 의사라기 보다는 ‘경영자’에 더 가깝더군요.”

개원을 해서나마 장애인 진료를 하고 싶었지만, 개원환경은 그의 뜻을 펴기엔 그리 녹록치 않았던 모양이다. 일단 스텝들 월급 줘야하고, 병원 운영비도 뽑아내야 하며, 자신의 임금도 가져가야 하니….

진료에만 신경 쓰며, 그가 생각하던 참다운 의술인의 삶을 기대하기에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경영을 고민하게 됐단다.

“개원을 하면, 어떻게 경영을 잘 할까를 항상 고민해야 해요. 저도 그랬죠. 하지만 치과의사가 모두 경영에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가 말한 ‘여기’란 바로 (주)에즈메드란 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과 제니튼치과그룹 결성이다.

상업적과는 다른 ‘사회공익적 MSO’

(주)에즈메드는 병원경영지원회사, 즉 작년 복지부가 의료법 전면개정안을 추진하며 도입하고자 했던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이하 MSO) 이다.

MSO는 외부자본을 끌어와 표준진료지침도 제공하고, 경영메뉴얼도 제공하며, 공동 마케팅도 해주는 등 소위 치과경영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 겉모양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시커멓기 그지 없다.

그걸 일일이 나열하긴 힘들겠고, 한가지만 짚으면, 자본을 투자했으니 배당금을 뽑아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니 가입된 치과에 돈이 되는 진료를 강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임지준 대표도 예치과와 메디파트너처럼 프랜차이즈를 넘어 자본과 결합한 MSO를 꿈꾸는 것일까?

“예치과 같은 네트워크나 거대자본과 결합해 상업성을 추구하는 모델이 아닙니다. 제가 추구하는 모델은 미국 교정치과의사들의 네트워크인 ‘OCA 모델’이죠. OCA는 공동구매, 공동학술연마 등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석연치 않다. 공동구매, 공동학술연마 등을 통한 경영지원이라면 굳이 MSO를 만들 필요까지는 없지 않는가?

임 대표는 “개원의들이 원하는 것은 병원 지출을 줄이고, 매출을 늘리는 것 이것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에게 더 나아가 사회에서 인정 받는 것”이라며 “환자들의 치과상식이나 권리의식이 높아져 진료에 대한 컴프레인이 많은 상황에서 돈 보다는 환자들이 치과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길 바라고 있다”고 말한다.

“공동구매 등을 통해 지출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약하다”는 게 임 대표의 생각.

사회공헌활동을 하려 해도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돈을 기업 등으로부터 협찬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덩치가 커지면 파워도 커지는 법. 즉, 대규모 그룹을 만들어 힘을 모으면 보다 수월히 기업으로부터의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임 대표의 구상이다.

임 대표는 “에즈메드는 공동구매 제공 뿐 아니라 기업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그룹의 봉사활동 지원 등을 하게 된다”며 “300개 규모의 치과그룹 뿐 아니라 치과기공사 그룹, 나아가 메디컬그룹까지 총 1천개 기관이 참여하는 규모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재 정부가 MSO를 추진 중인데, 진짜 MSO가 합법화되고, 대형자본들이 치과의료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그들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들만의 대안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례 없는 ‘초대형 치과네트워크’ 탄생

제니튼치과그룹은 지난달 25일 전문지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주)에즈메드가 만든 첫 번째 그룹인 제니튼치과그룹은 11월말 현재 176개의 치과(400여 명)가 가입서명을 했으며, 300개 치과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300개 치과 모집이 완료되면 더 이상 회원기관을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회원자격은 의무를 다 하지 않는 등 계약사항을 위반해 그룹 내부 윤리법률위원회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만 60세가 돼야 자동 상실되는데, 때문에 처음 300개에 끼지 못하면, 탈퇴자가 나와야 가입을 할 수 있다.

임 대표는 “그룹 임원의 임기는 2년인데, 연임이 금지돼 있고, 그룹 내부에는 학술위원회 등이 별도로 구성돼, 학술연마, 봉사활동 등을 하게 된다”면서 “오는 13일 오후 5시 서울대학교치과병원에서 사업설명회를 할 계획이고, 공식 창립발기인대회는 내년 1월 10일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에 따르면, 실제 그룹 회원을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한 것은 8월부터란다. 불과 3~4개월만에 200여 치과를 모으고, 내년 1월 출범하면 5개월만에 300개 치과를 모으게 되는 셈이다.

“실제 시작은 작년 5월부터였어요. 근데 경기가 좋아서인지 모두들 시큰둥 하더군요. 그런데 올해 불황이 닥치니 여기저기서 가입하겠다고 나서더군요.”

제니튼치과그룹 탄생에 최근 불어닥친 ‘불황’이 한 몫 한 셈인데, 가입자들 대부분이 임 대표(91학번) 보다 어린 후배들이라고 한다. 또한 3~4명씩 대규모로 공동개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재원 마련 회심의 카드 ‘제니튼 초이스’

제니튼치과그룹은 가입비가 없다. 회비도 없다. 그렇다고 치과이름에 ‘제니튼’을 넣어야 한다던지 하는 등 강제규정도 없다.

아니 강제규정이 있기는 하다. 허위부당광고나 덤핑 등 비도덕적 행위를 하면 윤리법률위에서 제명된다. 진료 수준을 높이기 위한 공부를 소홀히 해도 제명된다. 소정의 진료봉사활동에도 참가해야 한다.

임 대표는 “입회비와 정기적 회비는 없지만, 회원치과로서 따라야 할 계약 조건이 있다”며 “처음 입회할 때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계약서에서 제시한 의무사항이나 조건을 지키지 않을 시에는 자동 탈퇴 처리된다”고 말했다.

그룹 안에 별도의 윤리법률위원회가 있는데, 6개월마다 심사를 해서 계약사항을 위반할 경우 자동 탈퇴시킨다고 한다.

반면 혜택은 많다. 공동구매를 통해 경영 지출을 줄일 수 있는데, 단순한 공동구매가 아니라 ‘제니튼 초이스’라는 회심의 카드가 숨어 있다. 유닛체어, 임플란트 등 주요한 치과 기자재 및 재료를 ‘제니튼 그룹’이 선택한 최상의 제품으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룹이 선정한 ‘최상의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품질이 우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공동구매 계약을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1차에서 선정된 품목당 3~4개의 제품은 최종적으로 전 회원들의 여론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거기서 가장 높은 표를 얻어야 한다.

‘제니튼 초이스’에 선정되기 위한 경쟁과정에서 보다 저렴한 공동구매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물론 그룹의 운영자금도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임 대표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사람들에게 돈을 걷기는 힘들지만 그에 상응하는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면서 “스마일재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돈이 아닌 ‘사랑의 스케일링’이라는 사업에 동참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에즈메드는 치과, 치과기공사, 메디컬 그룹 통합해서 비치과 부분에서도 ‘제니튼 초이스’ 상품을 선정할 계획이다.

노트북, 자동차, 신용카드, 심지어 골프장에 이르기까지 “제니튼이 선택한 최고의 ○○○”로 선정해 주고, 보상으로 협찬 등을 받아, 에즈메드의 운영과 사회공익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임플란트, 유니트체어 등 당장 중요한 몇 개 치과품목은 거의 선정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며 “치과부분에서는 최종적으로는 100개 정도의 품목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회공헌과 진료표준화를 ‘동시에’

제니튼치과그룹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출신만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서울대만의 우월감이나 배타성 때문이 아니라 바로 ‘진료표준화’ 때문이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수 밑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에 완전히 일치하진 않더라도 비슷한 진료 패턴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임 대표는 “중요한 것은 회원치과의 진료의 질이 똑같이 높아야 하는 것인데 당장은 힘들기 때문에 같은 학교 출신치과만으로 구성해 최소한의 수준을 맞췄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연구와 학술활동으로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룹은 별도의 구강외과 중심의 치과병원(수련기관)을 만들어 그 수련기관에서 배출한 치과의사만을 그룹에 가입시키는 방법으로 표준화를 추진해 갈 생각이다.

그리고 그 치과병원에서 환자의 1/3에게 무료진료를 해주는 방식으로 진료봉사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진료표준화와 사회공헌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에 총 116개의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이 있는데, 제니튼치과그룹과 연계시켜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제니튼’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최상이란 뜻의 제니스에 On을 더해 ‘최상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의미란다.

시장화의 광풍이 몰아닥치고 있는 치과의료계에, 제니튼치과그룹이 ‘최상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으로 모범적인 치과네트워크의 전형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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