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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양지와 그늘이 되는 건치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8.12.07 22:51


택시기사와 대화에서 여론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한 특징이다. 요즈음 서울에 가 택시를 타보면 기사는 현 정부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기사 양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강부자·고소영’ 정권이 될 줄 몰랐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휴, 지난 대선 때 박근혜가 나왔어야 했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1987년 6·10 항쟁에서 촉발한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진행한지 20년, 우리나라의 진보진영의 현 주소를 택시기사의 말에서 가늠할 수 있었다. 국민의 폭발적 지지를 받아 100년 정당이라고 큰 소리 친 ‘열린우리당’은 겨우 5년도 안되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민노당조차 이른바 ‘종북주의’ 논쟁에 휘말려 진보신당이 갈라져 나갔다. 부시가 ‘깽판’을 치니 오바마를 택한 미국을 보면 ‘깽판’을 쳐도 대안이라는게 겨우 박근혜 뿐인 우리 처지가 너무나 서글프다.

국민들이 지난 10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선택한 것은 그동안 수구보수 일색 사회에 대한 염증과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 형성에 막강한 조·중·동이 그토록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탄생한 ‘참여정부’는 국민의 그러한 갈망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진보의 앞길도 밝아 보였다. 그러나 지금 진보는 숨 끊어지기 직전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그 한 원인이 참여정부가 보여준 소통과 설득의 부재가 아닐까 한다.

대북 송금 추적 조사, 이라크 파병,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권력을 통째로 주겠다는 ‘대연정’제안, 막무가내 밀어붙인 한미 FTA 따위의 일련의 과정에서 ‘참여정부’는 한번도 소통을 위한 대화를 진보진영 측 하고 나눈 적 없었다.

좌파라고 스스로 규정하고도 미국식 의료제도 도입 같은 지극히 우파적 정책을 스스럼없이 추진하였다.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어리둥절한 신조어를 만들면서까지 말이다

참여정부 주체인 자신들만이 도덕적 우월감이 있다는 ‘선지자적 오만’이 빚어낸 착각이 국민들에게 진보에 대한 염증을 낳게 하고, 진정한 ‘좌파’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리게 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반 치과의사 대중은 건치를 좌파라 생각한다. 치과의사의 직업적 이기주의에 매몰하지 않고 국민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는 것을 좌파라 한다면 우리는 좌파로 불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유시민 같은 참여정부의 오만한 사이비들 때문에 좌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요사이 철저하게 부정적이다.

진정한 도덕적 우월감은 상대방과 소통하면서 설득할 때 가능한 것이다. 왜 우리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상대방에게 이해를 구하고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이해나 공감하고 ‘동의’는 다르다고 한다. 상대방이 우리에게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소통하는 목적은 이룰 수 있다.

얼마 전 노인틀니 보험화 공청회에서 밝힌 ‘건치의 입장’에 대하여 치협의 한 관계자가 건치가 치과정서에 반한다거나 ‘따로 노는 건치’와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치의신보와 치과신문를 통하여 이런 자극적인 비난을 확산하고 있다. 마치 택시기사의 짧은 소견처럼 말이다.

한편 생각하면 치협 관계자가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우리 의견을 불쑥 들었다면 우리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에 비해 동료 치과의사에 대한 소통과 설득이 부족하지 않았나는 점이다.

치과분야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은 그야말로 보잘 것 없다. 그러니 국민은 감내해야 할 비용에 대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치과 동료 대중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윈-윈 전략은 말이 쉽지 현실에서는 어느 한 쪽의 양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정된 예산에서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치과의사가 일정부분 양보해야 할 부분에 대해 동의를 못 구할지라도 이해를 얻는 노력은 참으로 필요하다.

같은 직업 동료를 내편으로 만든다는 것은 세련된 계획이 없이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나의 처지보다 상대방의 처지를 듣고 충분히 듣고 나서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정당한 도덕적 당위일수록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면서 이해를 구해야 한다. 너무 한꺼번에 큰 동의를 얻으려 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작은 동의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한다.

도덕적 우월감으로만 공감을 얻지 못한다. 동료들에게 인간적 친밀감을 차곡차곡 쌓으며 접근해서 건치가 추구하는 가치를 조금씩 알려 나가야 하는 것이다.

내년이면 건치 탄생 20주년입니다. 우리가 가야할 진보의 길은 오히려 험해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거품에 휩싸인 경제위기에 치과도 예외 없이 질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때 일수록 건치의 가치를 차근차근 쌓아야 할 것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입니다.


시인 사무엘 베케트의 시입니다.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때 마다 실패했다.
늘 다시 시도했다.
또 실패했다.
이번에는 세련되게"


소동파의 시입니다.

“환난은 함께 겪을 수 있으나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는 어렵다.
겨울날의 양지, 여름날의 그늘에는 부르지 않아도 사람이 스스로 찾아든다.“


겨울날의 양지와 여름날의 그늘이 되는 건치를 위해 ‘세련’이 참으로 필요합니다.

송필경(건치 공동대표)

송필경 논설위원  spk1008@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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