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 ‘비급여 많은’ 치과 타격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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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 ‘비급여 많은’ 치과 타격 더 크다
  • 조혜원 기자
  • 승인 2008.12.11 17: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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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획] 메디컬은 그나마 건보환자로 유지…치과는 절반이하로 ‘뚝’

<기획의도> 어려운 경기불황과 더불어 비급여로 인한 치과계의 어려운 상황들을 본지에서 특집 기획기사로 준비했다.

유난히 길었던 올해 여름이 지나가기 무섭게 찬바람이 불어 닥쳤다. 그런데 무섭게 불어 닥친 것이 다만 혹한기 겨울뿐이 아니다.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보다 더 아찔한 ‘경제 불황’으로 인해 아픔의 고통을 참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 아픔은 고통이 아니라 ‘공포’라고 표현할 정도. 약 2조 원의 건강보험 진료비 ‘흑자’의 이유도 얼어붙은 서민경제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진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아야 할 국민들이 병원비가 무서워서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다.

‘본인 부담금 3,000원 마저도 아끼는 국민들’

상계주민의원 박태식 원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본인부담금 3,000원을 아끼기 위해 아픈 것을 참는 환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김정범 원장은 “감기약은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병으로 여기는 일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고, 오랜 감기지속으로 폐렴이나 결핵에 대한 검사를 권유하면 대다수의 환자들이 거부하는 상황”이라며 “환자 본인도 검사를 하고 싶어 하지만 차후에 들어갈 검사비용 때문에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잇따른다”고 전했다. 

또한 김 원장은 “심지어 지속적으로 먹어야 하는 혈압약과 당뇨약의 지출비가 없어 병원에 발길을 끊은 환자들이 생겨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줄어듦에 따라 약국도 상황은 매 한가지다.

천문호 약사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어드니 약을 사 먹으러 오는 환자들도 자연스레 줄어들고 있다”며 “의례적으로 간단한 일반의약품으로 환자들이 병을 다스릴 것 같지만, 일반의약품에 대한 소비도 전혀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천 약사는 “예년에는 기온이 차가워지면서 약국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시기가 지금이었지만 올해는 환자들이 조금 아프면 참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해 약국을 찾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감기치료도 어려운데 비급여 치과치료는...?

찬바람 불면 흔히 걸릴 수 있는 감기치료에도 국민들은 지갑을 열 수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경제사정속에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의원들의 결론.

이 모든 상황이 10년 전 IMF때 보다 더한 경제적 침체와 어려운 서민경기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그래도 의원은 그나마 건강보험적용 진료가 대부분이어서 버티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치료가 대부분인 치과는 환자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상황이다.

건강연대 김경애 총무팀장은 “몸이 아픈데 중요하고 덜 중요한 신체부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치과는 두렵다”며 “당장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기도 하거니와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를 받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나는 것이 바로 치과진료”라며 비급여 치과진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보험 안되는 치과는 ‘더 찾기 두려워’

▲ 절반이상 줄어든 환자수로 인해 텅텅 비어있는 진료실 모습.

치과의사 ‘놀다 놀다 잠들 정도’

tnwjdalsdnd란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이가 아파 치과를 찾았다. 생활이 어려운 그는 충치 치료비가 없어 진료하지 못했다.

단순한 충치니 이를 잘 닦으면서 지내자고 생각한 것이 벌써 몇 달째. 이후 최근에 이가 시리고 찌릿함이 느껴질 정도의 통증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보험도 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tnwjdalsdnd는 “치료비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못해 계속해서 치과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중구에 개원하고 있는 K원장은 “10월 이후 부터는 돈이 들어가는 치료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것들도 부담스러워 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그리고 나중에 문제를 더 키워서 극에 달했을 때 찾아오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K원장은 “조금 참다보면 고통이 사라지고 그러다 보면 괜찮아 진 것 같지만 이미 상황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부천에 개원하고 있는 S원장은 “치료를 받더라도 보험이 되는 치료만 받고 가는 환자들도 있다”며 “경기침체로 인해 매출액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이며 실질적으로 주변에 폐업도 불사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성북구 P원장은 “요즘 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환자가 없어 놀다, 놀다 지쳐 잠이 들 정도”라며 그만큼 환자가 없어 진료를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이같이 표현했다. 

생명과 지장 없어 ‘미루고 또 미뤄’

동작구 B씨는 몇 달 전부터 아리던 이를 진통제로 다스리고 있다. B씨가 아픈 이를 계속해서 진통제로밖에 다스릴 수 없는 이유는 감당할 수 없는 ‘치료비’ 때문이라고 밝혀왔다.

또한 경제가 어려운 탓에 생활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죽을병이 아니고서야 병원을 찾는 일 조차도 생활에 큰 타격이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의 J원장은 “경제적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내원환자 수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이는 분명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담감 등으로 인해 치과치료를 미루고 있는 숨어있는 환자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J원장은 “환자들 얘기처럼 생명에 지장 없는 병이라 여기고 당장 치료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에 치과진료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닿으면서 더 멀어지고 있는 게 현실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그나마 하던 치료도 ‘마무리 못해’

올해 초 대전시 유성구에 사는 A씨는 심하게 썩은 충치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큰 맘 먹고 치과를 찾았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했건만 충치의 고통을 참은 열매는 악화된 잇몸상태뿐.

그래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하나씩 치료를 진행해 나갔다. 발치까지 마친 상태로 임플란트만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때마침 불어 닥친 경제위기로 인해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로 인해 A씨는 현재 치료의 마무리 단계에서 진료를 포기하고 말았다.

당장 지속해야 할 생활비도 위태로운 상황.

인천 서구 L원장은 “이를 만들어서 해 넣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하는 심각한 상태의 환자들이 여럿 있지만 보험이 되지 않아 치료비를 부담감으로 느끼고 마지막 치료를 하지 않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의원들 보다 훨씬 많은 타격을 보고 있는 것이 현 치과계의 현황.

치과계의 어려운 이 상황은 곧 이가 아파도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 '보험으로 이 치료 받고 싶어요'
비급여 없이는 경영이 안 되는 치과의원

비급여 치과 치료 항목 중에서도 국민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보험화 되어야 할 항목은 바로 노인틀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호성 박사는 지난달 7일 5대 운동본부(위원장 이태복) 주최의 노인틀니 보험 급여화 토론회에서 실제 많은 노인들이 ‘틀니’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수요의 100%를 공급하기 위해 치과의사당 매년 몇 개의 틀니를 제작해야 하는지를 추계한 바 있다.

신호성 박사의 추계에 따르면 면허기준으로 치과의사 수를 2만 명으로 잡았을 때, 치과의사 1명당 한 달에 제작해야 할 틀니 수는 3개라는 계산이 나온다.

참고로 신 박사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추계한 자료를 바탕으로 필요인구수를 추계한 것이다.

반면 7명의 국회의원들이 재정추계를 하는데 잡은 65세 이상 틀니 필요인구수는 135만 명으로 복지부 추계보다 적은데, 이를 치과의사 2만 명으로 나누어도 1년에 1인당 13.5개의 틀니를 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많은 수의 치과의원이 공동개원 등을 하고 있고 실제 활동 치과의사 수가 2만 명에 달하지는 않지만 신 박사의 추계대로 치과의사 1인이 1개의 치과를 개원하고, 그 수가 2만개일 때 1개의 치과의원당 한 달에 3개의 틀니를 제작해야 한다.

모두가 완전틀니라고 가정하고, 관행수가를 100만원만 잡아도 한 달에 3백만 원의 고정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치과의원을 방문해 틀니 제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치치료 등 부수적인 진료도 받기 때문에 고정수입은 더 늘어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복지부는 노인틀니와 스케일링 급여화를 올해에도 모두 제외시켰고, 2010년 이후에나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은 병원을 찾지 않음으로써 본인부담금을 줄일 수는 있지만,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건강보험료는 안낼 수 없다. 그리고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만들어진 건강보험재정에서 치과에 오는 양은 전체의 3%대에 불과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보통 치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인데, 우리나라 치과의사들은 나머지 7%를 의사와 약사 등에게 나눠주고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불황! 비급여 없이는 경영이 안 되는 치과의원에는 더더욱 찬바람이 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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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동 2008-12-12 10:14:32
좀 많네요... 제목부터..[특집 기회]->[특집 기획], 악해질 대로 악해진-> 악화될 대로 악화된, 환장-> 환자, 불사는-> 불사하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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