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기]옆나라 일본 치과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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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기]옆나라 일본 치과를 엿보다
  • 홍성진
  • 승인 2008.12.29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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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치과계 탐방기-대한여자치과의사회

 

우리보다 10년이 앞서 있다고들 말한다. 부동산이고, 패션이고, 방송이고 우리나라보다 10년이 앞서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유행을 하면 그 이후에 우리나라에서도 히트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에 와서야 한류가 워낙에 강해져서 ‘욘사마’가 휩쓸고 ‘지우히메’에 열광한다고 하지만 말이다.

치과계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치과계가 한국 치과계보다 10여 년 앞서있다고. 3M과 같은 치과재료도 그렇고, 교정 보철 등의 분야도 그렇다고 말이다. 그런데, 치과 보철이 보험이 되어서 ‘뽀껫뜨 덴쳐’가 넘쳐나고 여러 다양한 문제로 인해 일본 치과계가 서서히 어려워지고 있다는 항간의 풍문도 들린다.

얼마 전 치협에서 문자를 받았다. ‘치과보철 보험에 대한 설문조사’라는 제목으로 설문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였다. ‘우리나라에도 뽀껫뜨 덴쳐가 넘쳐나게 되는건가?’라는 걱정이 가장 먼저 머릿속을 달렸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불경기에 썰렁한 병원이 틀니가 보험이 되는 것을 기회로 활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도 생겼다.

이러한 시기에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에서 일본 치과계와 교류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살짝 가슴이 설레었다. 공식적으로 다른 나라의 치과의사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현실을 들어다보는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그것도 우리보다 10년이 앞서 있다는 일본의 치과를 돌아보는 기회라니.....금요일, 토요일의 병원 진료를 모두 빼야 하는 힘든 일정이었지만 욕심이 났다. 기회는 매번 오는 것이 아니리라. 그냥 저질러보자는 마음으로 가장 늦게 합류를 결정했다.

▲ 국회의원 이시이 미도리와 함께-우측에서 3번째가 국회의원 이시이 미도리!!
역시나 대여치 선생님들은 대단하시다. 새벽 6시 반에 인천공항에서 만나는 일정이다. 약속 시간에 늦어 비행기를 놓치는 꿈을 꾸며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5시에 무겁게 일어나서 부산스레 준비했다. 다행히 현실은 꿈과 달라 안전히 비행기에 탑승하고 일본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어찌나 햇살이 좋은지 자연스레 기분도 좋아졌다.

일본에서의 첫 공식 일정은 치과의사 출신의 여성 국회의원 이시이 미도리를 만나는 일이었다. 26명 전원이 방문하기에는 국회의원 사무실이 협소하여 대여치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 몇 분이 만나고 나머지 임원들은 일본의 국회의원회관을 둘러보았다. 미도리 국회의원은 현재 선거를 통해 자민당 참의원으로 선출되어 일본치과의사회와 함께 치과수가를 올리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일본치과의사회 회관이었다. 회관 건물은 한눈에 보기에도 참 멋있었다. 더군다나 7층의 건물을 일본치과의사회에서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회의자료 및 선물까지 정갈하게 준비되어있던 회의실로 정중하게 안내 받았다.

▲ 일본치과의사협회관앞에서-대여치

일본치과의사회장님의 부재로 인해 쿠라지 상임이사로부터 간략하게 일본 치과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 등록되어있는 치과의사수는 9만 명이 넘는다고 하였다. 인구가 1억 2천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굉장히 많은 수이다.(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에 치과의사수가 2만 명을 넘었다.) 하긴 2박 3일의 짧은 여정동안 버스타고 돌아다니면서 본 동경시내의 치과의원 수만도 엄청났다.

▲ 쿠라지 상임이사에게 일본 치과계의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히라가나를 몰라 한자로 ‘齒科’라고 쓰인 곳과 ‘dental clinic'이라 쓰인 곳만 알아봤는데도 번화가에는 한 건물 건너 하나씩이었다. 그런데도 한해에 배출되는 치과대학 졸업생 수는 3000여명이라 하였다.

그중에 국가고시를 합격하는 사람은 2500여명 정도라서 치과의사의 수는 지금도 과포화상태인데 해마다 적채된다고 했다. 합격률을 조정하자니 치과대학 졸업생들 때문에 안 되고, 방법은 치과대학의 수를 조정하여 입학생의 수를 조정하는 것인데 사립대학이 많아서 이도 어렵다고 하였다.

이러한 일본의 치과의사 수급문제가 가장 나에게는 와 닿았다. 일본의 치과계가 어려워진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보철 보험이 한 원인이겠지만 이러한 인력 수급 조절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도 현재 치과전문대학원으로 변환하여 내년 초 첫 졸업생을 배출해낸다. 같은 문제는 아니지만 교육의 ‘과잉’ 이라는 부분에서 일본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 동경의대 치과대학 앞에서

일본치과의사회를 방문한 이후에는 국립동경의과치과대학을 방문했다. 시마다 병원장으로부터 전반적인 대학과 병원에 대한 소개를 받고 이어서 교정과를 비롯한 여러 과를 둘러보았다. 와타나베 일본치과의사회 상무이사로부터 2시간에 걸쳐 일본 보철 보험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듣고 난 뒤 들었던 나의 생각은 ‘보철 보험을 시작한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보철 보험화 이후에 수가의 인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다’라는 것이다. 1927년 치과 보험화를 시작한 이후 80년이 넘게 흘렀다. 그 사이 물가가 얼마나 상승했을지는 상상도 못 하겠다. 그런데도 보험 수가는 100%도 인상되지 않은 case도 있었다.

▲ 보철 보험 세미나
처음 보철 보험화를 시작할 당시에는 적절하던 수가가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는 말도 되지 않는 수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보철 보험을 시작하고 시작하지 않고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시작한다고 한다면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이러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현명하게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이후에는 일본의 여자치과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 끼 식사에 2만엔이라는 일생동안 경험해 보지 못할 저녁을 먹었다. 일본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짧은 언어로 인해 웃음만을 흘렸다. 그래도 함께 먹고 마시는 동안 충분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었다. 첫 날의 저녁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서둘렀다. 일본의 개원 치과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일본은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황금연휴라고 하였다. 그 연휴의 첫 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진료를 하고 계셨다. 역시 한국이나 일본이나 직장인들은 토요일을 쉬어도 치과의원은 쉴 수 없는 게 현실인가 보다.

▲ 개원 치과의원 실내 모습-단촐하지만 정감어린 모습들이다.

병원은 생각보다 굉장히 작았다. 체어와 체어사이는 좁았고, 스텝들도 따로 쉬는 곳이 있는 게 아니라 진료실의 스툴에 앉아 쉬고 있었다. 인테리어라고 할 만한 것들도 거의 없고, 기자재는 대체로 낡아보였다.

반대의 경우로 일본의 치과선생님들이 한국을 방문해 개원 치과를 둘러본다면, 그 규모와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에 깜짝 놀랄 것 같았다. 땅 값이 무지하게 비싼 동경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인지,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민성 때문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총 2박 3일의 일정동안 일본의 치과계를 살짝 엿보고 왔다. 겉모습보다는 내실을 기하려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았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하는 실패한 모습도 보았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내가 본 것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앞으로의 한국 치과계의 청사진을 그릴 때 꼭 일본의 치과계를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선 일본의 치과계 역사를 파악하여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전문의가 배출되고, 치전원 출신의 치과의사가 생기고, 보철 보험이 논의되고...........변화하는 2008년의 치과계를 살고 있다. 변화는 혼란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 변화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현명한 지혜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어떠한 사안에서든 한 면만을 바라보지 말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폭넓게 바라보아야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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