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이야기] 노조는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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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이야기] 노조는 정말 싫어
  • 신이철
  • 승인 2004.10.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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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입장에서 노조는 골치거리다. 아무 문제없는 직원들을 꼬득여 임금을 올려달라거나 복지 혜택 운운하며 머리띠를 두를 때면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된다. 그래서 노조는 사업하는데 아무 도움도 안되면서 사사건건 반대만 해대는 불량집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노조활동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상황인데, 하물며 병원에서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하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보기 싫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꽤 있나보다. 이들은 노조 설립 자체를 부정하거나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무력화 시키기도 한다. 심지어는 구사대를 조직해 폭력을 일삼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때 병의원은 노동운동의 무풍지대였다. 환자를 돌보는 병원노동자의 파업을 이해해 줄 국민도 없었거니와 병원의 속성상 노사의 관계가 애매하고 전문직종을 노동자로 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노조 설립 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병원노조의 폭발적인 병원민주화 요구가 파업사태까지 치닫게 되고, 고용안정과 경영참가 뿐만 아니라 의료의 공공성 확보투쟁으로 발전하면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도 사업주인 병원측에서는 환자를 볼모로 삼는다며 노조활동을 끊임없이 매도하였다.

그런데 2000년 여름 사상초유의 의사파업이 발생해 국민들을 극도의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병원노조의 파업에는 미동도 않던 의사집단이 움직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부유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간주되는 의사들의 파업을 곱게 봐줄 리 없다. 여간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기 힘든 의사들의 파업이었지만 배부른 투정으로만 여기며 가혹하고 냉혹한 눈초리를 보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업주인 의사 당사자들과 병원측은 환자들을 볼모로 한 자신들의 집단행동은 당연한 생존권 투쟁이라며 당당하고 관대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노조를 싫어할 수 밖에 없다. 없으면 더 좋다. 하지만 차를 타면 차비를 내고 사업을 하면 세금을 내면서도 노조는 당연히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나 보다. 그러기에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하지 못하면서 의사들의 입장만 주장하는 것은 무임승차에 다름아니다.

아직은 치과의원에서의 노조결성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학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노사의 대립보다는 가족적인 인간관게를 우선시하는 풍토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직원과 원장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직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 노조의 결성은 필연적으로 따라올지도 모른다. 선생님들도 공무원도 노조활동을 하는 시대에 우리의 직원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위해 행동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된 것이다.

우리 치과 직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글로 말미암아 노조를 결성하겠다는 주장을 반박할 길이 완전히 막혀 버렸다. 나도 노조가 생기면 당장 받아들이기가 힘들지도 모르겠다. 노조가 싫어질 것이고 귀찮아 할 것이 틀림없다. 하는 수 없다. 노조를 만들겠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게 더욱 잘해야 겠다. 아무래도 너무 오랫동안 무임승차를 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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