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최저생계비 현실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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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최저생계비 현실화 외면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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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사회보장권에 대한 구태의연한 태도 다시 한번 확인

지난 2002년도 최저생계비를 고시함에 있어서 장애로 인한 추가지출비용을 반영하지 않고 가구별 인원수만을 기준으로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지난 2002년 5월에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어제(10/28)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周善會 재판관)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이 같은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명시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여전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회보장 권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구태의연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확인시켜주는 이번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가구원 수에 따른 구분만 두고 있어, 장애인과 노인, 학령기 아동이 있는 가구 등 추가 지출요인이 있는 가구의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장애가구의 경우 일반가구에 비해 월 15만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소요된다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가 있었음). 이로 인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과 같은 장애인가구의 경우 헌법 및 법률이 정하고 있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국가가 보장해야할 ‘인간다운 생활’이란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며, 생계급여에 장애인가구의 추가지출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소득평가액 산정시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수당 등이 공제되고, 각종 법령 및 정부시책에 따라 각종 급여 및 부담감면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함에 있어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장애수당은 수급자 중 중증 장애인에게만 월 5만원(2002년 기준, 2004년 월6만원) 지급되고 장애아동부양수당은 2003년에야 수급자 1급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신설되었고, 장애인보호수당은 장애인복지법에 이름만 있을 뿐 지급되어 본 적도 없다. 또한 각종 감면은 소비를 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혜택이며, 소비능력이 없는 수급자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다.

이런 사실을 헌법재판관들이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장애인 가구 등의 비인간다운 삶의 현실을 헌법재판소가 추상적으로 파악하거나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대로라면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모든 권리가 제한당한다 하더라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것이며, 헌법상에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결국 행정부의 뜻에 따라 보호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권리 아닌 권리라는 것 아닌가.

다행히 올 초 (2004년 1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되어 가구유형별 특성이 최저생계비에 반영되게 되었으며, 보건복지부도 2005년도 최저생계비에는 장애인, 노인 가구 등의 특성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가구유형을 고려한다 해도 그것이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며, 예산의 뒷받침을 통해 현실화되어야만 한다.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것과 같이 고려만 하면 되지, 그 수준은 행정부의 맘대로라는 식의 발상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보건복지부와 국회의 최저생계비 계측과정과 예산 심의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사회복지위원회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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