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한의과처럼 ‘생선은 고양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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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한의과처럼 ‘생선은 고양이에게’(?)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9.02.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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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병협, 전문의제 토론회…수련기관 지정·전공의 배정 ‘주관 여부’ 집중 조명

“의과와 한의과처럼 치과도 전문의제도를 위한 수련기관 실태조사 및 지정, 전공의 정원 책정 및 배정의 역할은 치과병원 단체가 해야 한다.”

거의 대부분이 전문의를 취득해 다수정예로 전락한 의과와 애초 소수정예제를 추진하다 교수들에게 전문의 자격을 주며 분란에 휩싸인 한의과 전문의제도.

이에 대한 평가는 빠진 채, 운영방안의 일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기조의 토론회가 열려 치과계 내에서 빈축을 살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치과병원협회(회장 장영일 이하 치병협)는 지난 19일 오후 4시부터 서울대치과병원 지하1층 강의실에서 ‘치과의사전문의제도에서 치병협 역할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치과병원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영규 총무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현행 치과전문의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대안 찾기 보다는 ‘왜 전문의제도의 일정 권한을 치병협이 가져야 하는가’를 공유하는 수준의 자리였다.

먼저 개회사에서 장영일 회장은 “알다시피 의과와 한의과는 병원급 의료기관 단체들이 전문의제도 운영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치과계만 치과병원들의 역할이 미미함으로써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피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3개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는데, 먼저 대한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과 대한한의학회 김장연 회장이 각각 의과와 한의과 전문의제도 현황과 (한방)병원의 역할을 설명했다.

30분의 주어진 시간동안 발표자들은 각각의 연혁과 전문의 현황 등을 지루하게 설명했고, 핵심적으로는 “전문의 자격의 인정은 (한)의사회에게, 수련기관 지정 및 전공의 정원책정은 (한방)병원단체에게 위탁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병협 성익제 사무총장은 “1967년도에 복지부로부터 전문의 수련병원 실태조사 및 전공의 정원 책정에 관한 업무를 병원신임위원회가 일체 위임을 받았고 82년도에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면서 “병협이 외부에 어떠한 영향을 받지 않고 전적으로 이 업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병원신임위원회는 병협 회장이 위원장이고, 병협 관계자 15인, 의협 관계자 2인, 전문과목학회 26인 등 총 48인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병원표준화 및 의료의 질 향상, 수련기관 실태조사, 지정, 전공의 배정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데, 결정과정에서 학회 측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수련기관 지정 및 전공의 배정 결과를 복지부가 최종 승인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 복지부도 신임위원회에서 상정한 안은 거의 이의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한의학회 김장연 회장은 “우리는 병협의 사례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의과와 거의 다른 게 없다”면서 “한방병원협회가 병협과 마찬가지로 수련기관 실태조사 및 지정, 전공의 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전문의 제도 시행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 회장은 “수련기관 지정 등의 역할로 전문의제도가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한방병원협회의 입지와 위상이 강화됐다”면서 “아울러 실태조사 등을 통해 회원병원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고, 회비 수납율 향상 등 재정적 안전성도 확보하게 됐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94년에 의료법 근거를 마련해 2002년 1월 첫 전문의가 배출됐는데, 당시 의료법을 개정해 대학교수 및 전속지도전문의에게도 전문의자격 취득기회를 부여했다”면서 “그러나 개원의들에게는 경과조치를 불인정하고 교수 등 공직 일부에게만 기회를 부여한 게 내부 분란의 씨앗이 됐고, 현재 그 골이 더 깊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김 회장에 따르면, 한방병원협회는 한의협 대의원총회와는 무관해, 한의협 대의원총회 결정사항이 수련기관 지정 및 전공의 배정에 어떠한 영향력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련기관 지정 기준의 경우 전속지도의 자격과 환자 실적이 중요한 반면, 시설기준 등은 거의 비슷비슷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느슨한 지정기준에도 최근 한의계의 침체로 인해 수련기관은 초기 67개에서 47개로 줄어든 상태이며, 전공의도 정해진 TO보다 훨씬 적게 선발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의과와 한의과의 경우, 최종 전문의 자격시험의 합격률이 90% 이상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수련기관 지정 및 전공의 정원’ 결정권을 병원단체들이 행사함에 따라 전문의 배출 수를 사전에 제어할 수 있는 기전을 상실한 상황으로 보여진다.

수련기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는 수련기관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개별 기관이 알아서 모집하도록 하다, 어려움을 호소해 현재는 병협 차원에서 전공의를 모집해 배분해 주고 있다”는 병협 성익제 사무총장의 말처럼 오히려 자격이 미달돼도 더 많은 전공의가 배정될 수 있게 온갖 외곽 지원활동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 마지막 발표자로는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환 수련고시이사가 나서 ▲실태조사 고시 ▲수련기관 기준 ▲전속지도전문의 ▲수련교육과정이 ‘질적으로 개선’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철환 이사는 “복지부 실태조사 고시는 기준을 단순히 제시하고 있어, 양질의 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전문의를 교육할 수 있는 기관인지를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도서관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실제 그 도서관에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김 이사는 “수련기관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문제는 소수냐 다수냐의 문제와 상관 없이 양질의 전문의를 배출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아울러 전공의 처우현황, 간호부문, 전공의 당직근무 활동여부 등 수련기관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신임평가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이사는 수련교육과정의 질적 개선을 위해 ▲수련병원 인증제 실시-수련치과병원 평가지표의 개발(치과병원협회 등에서) ▲수련교육 성취도 지표의 설정-수련교육 성취도 주기적 평가(치평원 등에서) ▲전문과목 종별 총정원제-중장기 전문의 수급계획 위해 ▲수련제도 개선에 관한 국가정책의 의지와 지원 ▲일반치과의사와 전문의의 직무분장-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등의 마련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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