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고집한다
상태바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고집한다
  • 편집국
  • 승인 2002.11.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권자의 힘으로 정책선거 만들기

 

각 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된 이후로 주요신문의 정치면은 날만 새면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쏟아내고 있다. 임기 말만 되면 터져 나오는 폭로전과 각 후보들의 비리혐의와 약점들, 각자의 계산에 따라 정치지향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정상배들의 이합집산. 이를 보는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무기력감을 느낀 지 이미 오래다.

이런 정치판의 천박함을 극단적으로 노출시키는 선거국면에서 파편화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아무 것도 없을까? 정치인은 다 더럽다며 침을 뱉고 투표를 포기해봐야 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우리 나라의 진보시계는 오히려 뒷걸음칠 뿐이다. 그럼 어떻게? 진부한 정답인 것 같아도 답은 참여민주주의에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집단화된 유권자의 힘의 표출일 수밖에 없다. 평소에 조직되어 있지 못한 유권자의 힘을 드러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시민단체를 통한 정책관철 활동과 선거시기의 단체간 연대 활동이다. 시민단체들은 선거시기에 고유한 일상적 활동영역을 넘어 다양한 수위의 정치활동을 전개한다. 투표참여 독려에서 정책제안, 단순한 연대활동에서부터 특정후보 지지까지 정치활동의 내용은 각 시민단체의 숫자만큼이나 폭넓다.

혼자보기 아까울 만큼 극적인 요즘의 정치상황에서 정도를 걷는 유권자운동은 입만 아플 뿐 무력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참여민주주의 없이 사회의 진보를 이룰 수 없고 폭주하는 기득권 층의 이익행동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희망을 고집하며 할 바를 해야 한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결성된 대선유권자연대의 활동과 노사모 현상을 짚어보고 치과의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에서의 대선대응을 스케치해 본다.

대선 유권자 연대
2002 대선유권자연대(이하 유권자연대)는 지난 9월 24일 300여 개의 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연대체이다. 유권자연대는 낡은 정치청산을 위한 범국민운동(Clean March Campaign),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10가지 약속 (Promise 10 Campaign), 유권자의 힘 100만 유권자위원회 등 세 가지의 주요사업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캠페인 중심의 유권자 참여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결의한 바 있다. 또한 발기인 성명문을 통해 정치권에게 반부패입법의 연내실현, 정책중심의 선거운동, 선거비용공개를 요구했다. 반부패입법의 경우 대통령 후보의 공약사항이 아니라 지금 국회를 크게 양분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의 후보가 선거운동과 동시에 연내추진에 성의를 보임으로써 개혁의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어느 후보가 진정한 개혁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성과를 통해 검증하겠다는 시도였지만 정치권의 담합으로 불행하게도 별 신통한 결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유권자연대는 이에 대해 항의 집회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반부패입법 및 정치개혁법안의 연내처리는 현실적으로 이미 물 건너 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5일 10대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정책선거를 촉구한 바 있으며 정책판단에 의한 표의 심판만이 현실적인 유권자의 활동 몫으로 남게 되었다.
 
노사모
국내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 일명 노사모의 출발은 2000년 4·13 총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이 청문회 스타의 프리미엄을 포기한 채 민주당의 이름으로 고향 부산에 3번째 출사표를 던진 날이었다. 주저 없이 노무현에게 표를 던져야 할 부산 시민들은 끝내 그를 외면했다. 노무현으로서는 이 세 번째의 좌절 앞에서 정치를 계속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던 상황. 그러나 그의 도전과 좌절에 공명한 많은 이들이 인터넷상의 노무현 홈페이지에 하나둘씩 찾아와 글을 남기면서 자연스레 노사모라는 인터넷 팬클럽으로 발전하게 된다.

노사모가 정치인 팬클럽으로 가장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인 것은 민주당의 국민경선 때였다. 그러나 전체 선거인단 7만명 가운데 절반이 비당원인 국민선거인단으로 채워졌던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노사모의 자발적이고도 기민한 움직임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아무도 예상 못했던 결과. 노무현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이로써 결성된지 불과 1년만에 노사모는 시민단체에 결코 뒤지지 않는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노사모의 존재이유인 노무현을 빼고도 노사모는 그 자체만으로 기존 시민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공통점 외에는 상당한 이견을 가지고 있는 각 회원들간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실천의 시스템, 그리고 느슨하고 자율적인 연대의 정신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2002 대선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지금 노사모의 많은 역량은 개혁국민정당으로 이전되어있는 상태다. 부패추방, 국민통합, 참여민주주의, 인터넷정당을 기치로 내건 개혁국민정당은 현재 기존정당처럼 1인 보스 중심으로 창당된 사당이라는 혐의를 상당부분 받고 있다. 그러나 개혁국민정당을 100년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그들의 호언은 바로 노사모라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에 의해 단련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힌다.

건치
건치는 그간 장애우 진료, 외국인 노동자 진료, 베트남 진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진료활동 외에도 수돗물불소농도조절사업, 군축, 반핵 등의 평화사업, 문화사업 및 기타 다양한 연대활동을 실천해 왔다. 이런 폭넓은 활동의 밑바탕에는 건치가 추구하는 치과의사상, 즉 진료실 안의 치과의사만이 아닌 사회 안에서 더불어 존재하는 치과의사라는 개념이 깔려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이자 치과의사 집단으로서 한국사회의 발전과 진보에 당당한 한 축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건치는 이번 대선에서 치과의사들의 정치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자발적인 논의와 참여의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소규모 토론에서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표명까지 회원들 간의 활발한 의견교환 자체가 참여민주주의의 자산이라는 입장으로 홈페이지안에 대선 토론방을 개설중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대선에 건치가 어느 정도의 활동을 펼치는 것이 좋을지, 그리고 어떠한 구강보건정책을 제안할 것인지에 대해 회원대상의 설문작업을 진행중이다. 회원모임이자 지부차원의 대선 강연회 등도 요청이 있을 경우 측면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번 대선에 대한 건치 차원의 이러한 움직임과는 별도로 건치 내에서는 노무현 후보와 정치개혁을 지지하는 치과의사모임(이하 노정치)이 지난 11월11일 결성되어 최근 발기인 55명을 중심으로 회원모집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