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dw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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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재선
  • 승인 2002.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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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원제: Hedwig and the angry inch)’은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던 날 태어나고, 성전환 수술은 실패로 끝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날 남편에게 버림받은,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로커의 삶을 다룬 영화다.
드랙퀸(여장남자) 무비이지만 단순히 성적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뛰어넘는다. 불완전한 자신을 완성해 줄 반쪽을 찾아 끝없이 헤매는 인간의 보편적 갈망에 대한 이야기이고, 온전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이며, 이 세상 소외 받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가이다. 시종 도발적이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 이유다.

영화는 감독, 각본, 주연을 맡은 존 카메론 미첼과 음악을 맡은 스티븐 트래스크가 플라톤의 ‘향연’을 모티브 삼아 지난 94년 미국 뉴욕의 작은 드랙퀸 바에서 벌였던 공연에서 비롯되었다. 98년 브로드웨이로 옮겨가 컬트가 되었고 지난해 영화로 만들어져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과 관객상 등, 각종 영화제 상을 받았으며, ‘헤드윅’이 걸쳐져 있는 모든 영역의 매체(영화, 음악, 성정체성, 팬덤, 일반 뉴스)로부터 찬사를 받는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다.
록뮤지컬답게 음악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어서 헤드윅의 인생역정은 대부분 음악으로 표현되며, 애니메이션과 플래시백을 사용해 이끌어나가는 내러티브는 상상력과 더불어, 실험성과 창의성이 돋보인다. 영화의 많은 것이 강렬하여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데, 특히 영화가 끝난 후에도 록음악이 귓가에 맴돈다.

어떤 강박관념 때문인지, 소수라는 이름이나 마이너, 비주류라는 접두어에 나는 민감하다.
절망의 나락에서 부르는 희망의 노래가 되어도, 끼리끼리 그냥 잘 살아가겠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환타지가 되어도, 세상과 부딪쳐 권리를 쟁취해 보겠다는 투쟁의 함성이 되어도, 때론 좌절 그 자체이더라도.
또한 그것이 비록 주류 문화 사업에 의해 착취되고, 거친 면이 갈고 닦여진 채로 진실과 거짓을 오고 갈 지라도 말이다. ‘헤드윅’을 보고자 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인데…. 기대보다 가슴이 짠하다. 그런 가슴 짠함이 나를 돌아보는 이유가 되고 그 접두어들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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