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윤리와 가치관의 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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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윤리와 가치관의 수준은?
  • 박한종
  • 승인 200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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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진보 이론 진영에 작은 소동이 있다.
70년대부터 우리 사회 진보적 운동에서 한 축을 담당해 왔던 문부식씨가 진보운동진영에 만연한 일상적 파시즘을 갈파하는 책을 출간할 즈음, 자신의 심경을 <조선일보>에 피력했다. 이에 대해 조희연 교수가 국가폭력과 저항폭력을 같은 수준에서 보는 것은 잘못이란 입장을 밝혔다.

현실에도 소동이 있다.
의협이 실패한 의약분업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의료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는 이유로,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김용익·조홍준 두 교수에게 징계를 가한 것이다. 그에 대한 시민사화단체들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의협의 징계 내용이 반윤리적이며 그 형태가 파시즘적이란 것이다.

우리가 이 소동을 같이 비교하는 것은 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윤리나 가치관의 지형을 볼 수 있지 않나 하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시민사회의 성숙을 과제로 하며, 단기적으로는 대선을 앞둔 우리의 윤리적, 가치적 운동의 방향을 시사하기에 중요할 수 있다.

우리는 윤리의 문제를 악의 문제를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것이 항상 선이거나 악일 수는 없다. 또 어느 경우 선과 악은 확연히 구분되지 못하고 선 속에 악이, 악 속에 선이 내재되기도 한다. 절대적 선이 없기에 윤리 역시 변화하는 것이지만, 선을 취하고 악을 버리는 윤리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상대주의적 윤리 또는 윤리의 상대성을 배후로 두고, 오히려 악을 옹호하는 적반하장적 행위들이 윤리의 이름으로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저항폭력의 어쩔 수 없음에 대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진보진영의 일상적 파시즘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적어도 국가폭력을 옹호하는 <조선일보>는 피해야 하지 않았을까? 또한 직종의 이해와 다른 견해를 가졌다고 징계를 주는 것이야말로 전문 직종 고유의 윤리를 벗어난 일반적 차원에서 파시즘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가?

우리의 자유주의자보다 유럽의 공동체주의자가 더 자유주의적이며, 우리의 공동체주의자보다 유럽의 자유주의자가 더 공동체주의적이라는 혹자의 일갈이야말로 우리의 윤리적 상황을 선명히 부각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그 어떤 윤리를 추구하건 간에 우리는 아직도 국가적 규모이건 집단의 규모이건 자유와 평등의 절대적인 부족 상태에서 기득권자들의 폭력적 배제의 논리가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이야말로 상대성 이전에 우리에게 제기되는 윤리적 요청의 근거가 아닐까?

의협은 김용익·조홍준 두 교수의 ‘비윤리’를 판단하기 전에 자신의 윤리·가치관 수준을 머저 판단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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