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아름다운 비행 철새를 만나러 가는 탐조여행
상태바
그들의 아름다운 비행 철새를 만나러 가는 탐조여행
  • 김보희
  • 승인 2002.10.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격적인 탐조여행 시즌이 다가왔다. 80년대 후반부터 겨울 테마여행의 하나로 등장한 탐조여행은 성인들에게는 단조로운 일상과 도시에서의 탈출을, 어린이들에게는 생생한 자연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겨울철에 더없이 좋은 가족나들이가 될 듯하다. 수십만 마리의 철새떼가 하늘을 수놓으며 펼치는 군무는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일만한 구경거리인데다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열대와 한대의 길목인 한반도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많은 철새가 머물거나 지나간다. 이 기간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는 희귀종인 두루미를 비롯해 청둥오리, 고니 등 120여 종에 500여 만 마리이다. 수십만 킬로미터를 날아 해마다 같은 곳을 찾아드는 진짜 철새들의 생명력을 만나면,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이합집산하는 그들을 가리키는 ‘철새’라는 수식어가 과연 걸맞는 것인지, 어쩌면 철새들에게도 미안해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탐조여행의 명소들

[천수만] 충남 서산군과 홍성군 사이의 8km를 둑으로 막으면서 드넓은 논과 습지가 생겨났다. 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바다오리, 논병아리들을 주로 볼 수 있다. 특히 오리 중에서 가장 작고 아름답다는 태극무늬의 가창오리가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벌이는 군무는 일품이다.
특히 텃새로는 없어진 황새가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남저수지] 경남 창원시 동면에 조성된 100만평 규모의 인공저수지. 낙동강하구 을숙도의 환경이 악화되면서 8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각광받고 있다. 고니, 큰고니(백조), 재두루미, 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가창오리, 청둥오리, 쇠오리, 고방오리, 흰죽지,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 100여 종의 철새, 텃새, 나그네새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까다로운 절차나 교통의 불편없이 바로 승용차로 찾아갈 수 있고 시간의 제약없이 일출과 일몰 등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새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금강하구]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 금강하구는 95년경 무려 2만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들어 손꼽히는 도래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청둥오리, 혹부리오리, 가창오리, 기러기, 재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등-중 특히 검은머리갈매기는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 미만이 남은 것으로 알려진 희귀조이다. 이곳의 탐조 포인트는 하구둑의 중간 지점과 양쪽 끝부분 주차장, 하구둑과 금강대교 중간에 위치한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회 강당 등이다. 붉게 물든 석양을 받으며 도요새와 고니들이 유유히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남 고천암간척지] 영암호는 90년대 방조제 공사로 만들어진 거대한 담수호이다. 수질이 깨끗하고 한가운데 여의도 크기만한 ‘뜬섬’이라는 섬이 있는데다 곡창지대인 해남답게 낙곡(추수후 떨어진 곡식) 등 먹이도 풍부하다. 주변 90여 만 평 간척지 일대 숲에는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천연기념물 철새를 포함 80여 종 30만 마리가 겨울둥지를 틀고 있다. 내친김에 근처 금호호 안쪽 호반의 공룡발자국 화석지에서 공룡, 익룡, 물새의 발자국을 보고 올 수도 있다.

[ 철원] 155마일 비무장지대의 넓은 철원평야는 토교저수지 등 인근의 담수와 함께 새들에게 훌륭한 서식환경을 제공한다. 소란스럽게 비행하는 기러기를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두루미와 재두루미 같은 각종 희귀조와 독수리 등의 맹금류도 관찰할 수 있다.
새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천통리와 내포리 일대, 동송저수지와 샘통 근처의 비무장지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소정의 절차를 밟아 허가를 받아야 하며 도시락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우포늪] 경남 창녕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이 자연늪지대에는 430여 가지 식물들과 수많은 철새들이 있다. 우포늪 제방에 올라서면 고니, 기러기, 청둥오리 수백마리가 헤엄지거나 수초를 뜯어먹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밤섬과 통일전망대, 강화도] 수도권에는 서울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한강 밤섬~오두산 전망대~강화도 코스가 인기있는 탐조코스이다. 오리류가 많은 밤섬은 배로는 접근할 수 없지만 남쪽 강변에 마련된 전망대를 이용하면 철새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밤섬을 지나 자유로 끝에 나오는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천혜의 철새도래지다.
오리떼와 원앙도 볼 수 있으며 남한 김포군과 북한 개풍군 철새들을 비교해 보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강화도에서도 길상면과 화도면 사이 해변과 정수사에서 내려뵈는 간척지에서 오리와 도요새, 기러기떼를 만날 수 있다.

새들은 기온과 주변환경 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따라서 출발하기 전에 한국조류보호협회(02-749-4747) 등에 현지사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새들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여행이니만큼 주인격인 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사소한 부주의로 이들을 서식처에서 영원히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새를 가지려고도, 품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 설레며 새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수 있다면, 탐조여행을 통해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탐조여행에 필요한 것>
인내심 : 새들은 인간을 기다리지 않으니 군무를 펼치건 둥지를 지키건 우리가 기다려야 한다.
따뜻한 옷 : 찬바람 부는 곳에서 오랜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보온성이 좋은 옷으로 중무장이 필수. 방한복과 방한화, 장갑 및 두툼한 양말 등을 준비한다.
조류도감 혹은 전문 안내인 : 최소한 새들의 이름 정도는 미리 알아두고, 여행을 통해 익히고 돌아와야 ‘구경’이 아닌 ‘탐조’라 할 수 있겠다(추천도서 : 한국의 새 - 이우신 외 / LG상록재단).
망원경 : 멀리서 관찰해야 하므로 필수다. 초보자에게는 7~9배 정도의 쌍안경도 괜찮으며 망원경(Field Scope)은 원거리 탐조에서 유용하나 삼각대까지 합치면 꽤 무겁다. 관찰결과를 기록해 둘 노트와 카메라, 비디오 등도 필요하다.

<탐조여행에 있어선 안될 것>
돌멩이 : 가끔 군무를 연출하기 위해 던지는 사람이 있다. 절대 금물. 새들은 한번 돌멩이가 날아오면 그 자리에 두 번 다시 앉지 않는다.
큰소리 : 역시 금물. 새들은 매우 민감하다. 특히 동행한 어린이들에게 단단한 주의가 필요하다.
원색옷 : 특히 빨간색은 새들의 경계심을 배가시킨다. 주위환경에 어울리는 중간톤의 색상이 좋다.
화장품 : 새들은 후각 역시 엄청나다. 특히 담배와 향수는 금물.

 

 

메가람 http://www.megalam.co.kr - 자연생태웹진으로 꽃산행, 탐조여행 등을 다룸
주남저수지 http://www.junam.co.kr - 서식 조류의 사진, 탐조요령, 포인트 등 안내
서산 천수만의 새 http://seosanbird.com - 서산 천수만 조류 소개, 탐조여행 안내
한국조류보호협회철원지회 http://www.chorwon-kabp.org -철새소새, 탐조여행 등 야생조수류 고주 및 보호활동을 소개
김현태의 한국의 새 http://home.megapass.co.kr/~skua - 서산을 중심으로 한 조류소식, 사진 등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