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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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 전민용
  • 승인 2009.05.2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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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못다 이룬 민주정치개혁·지역통합·남북통일 ‘우리의 몫’

아름다운 별 하나가 떨어졌다. 이념과 세대와 정파와 지역을 뛰어넘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민족 모두의 영혼에 내재되어 있는 민족혼이 울고 있다.

정치적 결단의 순간마다 자기를 내어놓고 정면에서 도전했던 노무현식 바보정치가 마지막 남은 목숨마저도 내어놓고 바보정치를 완성했다.

고인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것 때문에 고통 받는 가족, 정치적 동지들, 지지자들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고, 무엇보다 반평생을 추구해온 ‘깨끗한 정치, 바른 정치’에 대한 가치가 훼손되고 역사가 역주행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고인이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그의 죽음으로 미몽 속에 빠졌던 우리들의 마음과 안개 속에 감추어졌던 진실들이 백일하에 들어났다.

현 정권의 정치적 목적과 검찰의 과잉 편파 표적 수사, 언론의 노무현 죽이기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이 과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국민과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유서를 쓰고 이미 보아둔 장소에 가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주저없이 뛰어내린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왔고 의식과 잠재의식을 포함한 그의 모든 정신이 죽음을 껴안고 결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코 죽음을 찬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회피나 자포자기의 수단이 아닌 살신성인의 결단은 가슴 아프지만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적으로 훌륭한 장점들과 더불어 약점도 많았고 정책적으로도 일부 아쉬움이 있었지만 큰 그림으로 보여준 고인의 인생 역정은 우리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대통령 재임 중 추진했던 노무현 정치에 대한 평가는 이후에 더 활발히 이뤄지리라 기대해 본다.

이제 우리는 애도와 함께 고인이 죽음으로 이루려 했던 정치적 의제를 완성해 가야 할 것이다. 고인이 끊고자 했던 보복의 정치, 적대의 정치를 통합의 정치, 우정의 정치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진정한 통합과 우정의 정치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심 없는 법집행에서 나올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리뭉실하게 덮고 넘어가는 식의 정치적 해결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을 것이다.

가깝게는 정치보복과 적대의 정치는 주로 세무조사, 검찰수사를 수단으로 이뤄지므로 이에 대한 제도적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독립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작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 정권 관련자에 대한 세무조사, 검찰 수사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조사해 정치적 목적으로 권력을 남용한 것이 들어나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길게는 고인이 못다 이룬 민주정치개혁과 지역통합, 남북통일 등 화해와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 가야하고, 그것은 남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마음 속의 별로 남을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전민용(건치신문 대표이사, 안양 비산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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