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브론선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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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론선교병원
  • 이동호
  • 승인 2009.06.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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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친구들_(31)

처음 선교병원에 관해 김형기목사님으로부터 들었을 때, 그 곳의 치과의사 부부가 혹시 그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6월 25일,  캄보디아의 시하누크빌 부근에서 한국인들이 탑승했던 PMT항공의 여객기가 추락했을 때, 그 참혹했던 비극의 현장에 가장 먼저 접근해서 현장을 수습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한국인 치과의사부부에 관한 방송보도를 보았었기 때문입니다.

내심, 그 분들이 틀림없을거야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곳이 다른 곳도 아니고 캄보디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캄보디아에 또 다른 한국인 부부치과의사가 있을 리 만무했지요.

당시의 보도를 접했던 분들께선 아마 기억하고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 열대의 밀림지대 속 능선에 추락한 여객기는 40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위치가 확인되었습니다.

그나마 사고현장에 접근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사관직원들과 한국 교민으로 구성된 수습대책기구을 진두에서 지휘했던 당찬 여성분의 이름은 김성녀씨였고 치과의사로 소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은 남편 최정규씨와 함께 현재 캄보디아에서 의료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 분들이 어떻게 해서 캄보디아에 머물게 되었는지, 또 한국치과의사협회에 명단이 없는 걸로 봐서 그 분들이 어디에서 공부를 한 것인지 약간의 미스테리로 남아 있었습니다.

김형기목사님과 점심시간 무렵에 헤브론병원을 방문하기로 미리 약속을 해두었지만 혹시 진료를 방해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역시나 저희들이 방문했을 때 아직 오전진료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항 근처 동네 안에 위치한 헤브론병원은 캄보디아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수백 평은 될 듯한 넓직한 정원과 두 동의 반듯한 건물,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인공연못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곳에 병원을 세울 수가 있었을까 놀라울 따름이었지요.

병원장이신 소아과의사이신 김우정장로님과 인사를 나누고 병원시설을 둘러보면서 이곳이 원래 캄보디아의 고위관료의 저택이었는데 나중에 병원을 크게 증축할 것에 대비해 조금 무리해서 구입을 했으며 또 현재 캄보디아의 부동산이 워낙 급속하게 오르고 있어서 지금 사두면 나중에 큰 자산이 될 것 같다는 등등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헤브론병원을 설립한 세 의사분과 치과의사부부는 원래 각기 따로 교회의료선교활동을 펼쳐오던 분들이었다고 합니다.

이 분들이 의기투합하여 제대로 된 병원을 설립하고자 뜻을 같이 하고 그동안 국내외 교회에서의 모금과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이 훌륭한 병원을 오픈하게 된 것은 아마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소아과개업의로 20년을 열심히 일하시다가 모두 접고 캄보디아로 날아오신 병원장 김우정선생님의 모습 속에서 저희들은 모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회 장로로서 또 의사로서 한국교회에서 인정받고 존경받으며 편안하게 사실 수도 있었을텐데 캄보디아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모두 다 버리고 오신 그 분의 행동은 종교를 떠나 저희들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치과의사이신 최정규선생님은 울산이 고향이신데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잠시 회사생활을 한 뒤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그곳 국립모스크바치대에서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부인인 김성녀선생님을 만났고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부인의 제안으로 평생을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위해 선교활동을 하며 살기로 결심해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에 오기 전, 베트남에서 의료선교사로 잠시 일을 했으며 캄보디아에 와서는 다일공동체와 함께 2년 정도 일을 하다가 김우정장로님을 만나 헤브론병원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그간의 경과를 들려주었습니다.

근처 한국인이 하는 중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병원 뒷 편의 연못 위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휴식공간에서 두 분 치과의사부부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김성녀선생님은 고운 외모와는 달리 매우 적극적이고 굳은 신념을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지금은 치과진료실은 주로 남편에게 맡겨두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모든 종류의 환자들을 다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현장체질'이라며 비록 치과의사지만 여기서는 '돌팔이짓'도 많이 한다면서 그것이 자신에게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며 얼굴 가득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참으로 특이하고 또 놀라운 두 사람의 살아온 이력과 또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세상에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재산, 능력을 200% 발휘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일정한 수입도 없이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 앞에서 그저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헤브론병원에 관한 많은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최정규, 김성녀 두분 선생님들의 홈페이지를 받아온 게 있어서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선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지금도 캄보디아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있을 두 분과 김우정장로님을 비롯한 헤브론병원의 모든 식구들에게도 안부인사를 전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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