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우물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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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우물 그리고 미래
  • 이동호
  • 승인 2009.07.01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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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친구들_(32)

학교는 프놈펜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김형기목사님과 이곳을 방문한 것은 목사님이 하시는 사업 중의 하나인 우물사업을 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더불어 캄보디아의 가장 평균적인 학교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프놈펜 시내는 아니었지만 시의 경계와는 불과 10여분 정도 떨어진, 그 유명한 킬링필드박물관 근처의 조그만 마을이었습니다.

초등학교는 개학을 앞두고 있어서 아직 조용했습니다. 두 분의 선생님이 목사님을 맞이했고 최근에 공사가 마무리된 학교 마당의 우물 두 곳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우물이 학교 학생들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 동네 사람들의 공동우물인지는 확실히 듣지 못했지만 주민들이 이곳에 와서 목욕을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 마을공동우물로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목사님의 우물사업은 정수기로 유명한 한국의 웅진그룹이 캄보디아에서 벌이고 있는 국제지원사업의 하나입니다.

물사업으로 대기업이 된 웅진이 캄보디아에서 우물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웅진은 김형기목사님을 통해 캄보디아 전국 각지에 500개의 우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현재 200개가 넘는 우물을 완공했습니다.

하나의 우물을 건설하기 위해 마을선정부터 주민과의 협의, 공사착수와 진행, 완공 이후의 유지보수문제 등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가 한 둘이 아닙니다.

캄보디아에 오신지 1년 6개월만에 200개의 우물을 완성하신 목사님의 활동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곳 쯩억초등학교의 우물은 웅진그룹과 김형기목사님이 캄보디아에 건설한 200번째 우물입니다.

200호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0월 23일 한국에서 온 웅진그룹임직원들과 이 학교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작은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지하수 우물 하나를 파는데 드는 비용은 우리돈으로 30만원 안팎입니다. 그 돈이 없어 캄보디아사람들은 오염된 강물과 빗물로 생활합니다.

더러운 물에서 비롯된 수많은 수인성전염병, 이를테면 장티부스같은 질병으로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병들거나 죽거나 합니다.

NGO사업으로 우물사업은 그래서 가장 필요한 사업입니다. 하지만 우물을 파주기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우물의 유지보수 문제가 더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엔 캄보디아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쯩억초등학교는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곳이 수도 프놈펜 근교라는 것을 생각하면 캄보디아의 전기사정이나 수도사정을 대충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분의 선생님들은 교무실로 저희 일행을 안내하였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흐린 날의 교실은 너무 어두워서 얼굴을 확인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어떻게 수업을 하나 싶었습니다.

창문 밖으로 마을의 불교사원이 보였습니다. 이 초라한 초등학교교실에 앉아서 크고 화려한 절을 바라보자니 마음이 서글퍼졌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목사님을 통해 무언가를 또 부탁하고 있었습니다. 새 교무실건물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찌 필요한 것이 새 교무실뿐이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전기였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21세기의 학교교실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없는 어두운 빈 교실에서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가지 과제물들을 보면서 그래도 역시 희망은 교육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교실의 책걸상은 일본정부에서 지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걸상에는 캄보디아국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일본은 고마운 친구나라로 기억될 것입니다. 자세히 보니 교실의 칠판은 우리나라 기업이 지원한 것입니다. 건설업체인 (주)부영이 지난해 300만 달러어치의 칠판을 캄보디아에 기증한 기사를 보았었는데 여기 쯩억초등학교에서 눈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이 회사는 한국어전공학생 8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하여 학비와 생활비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건설업체로서 회사차원의 투자이기도 하겠지만 어쨌거나 반가운 일입니다.

학교를 나서는 마음이 조금 무거워 졌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이 누추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어린 아이들에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그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가난한 학교의 가난한 선생님들의 모습이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이제 어두운 과거의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미래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미래는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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