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동과서 VS 생각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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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동과서 VS 생각의 지도
  • 김기현
  • 승인 2009.09.09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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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버지니아의 한 대학에서는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대학 영문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재미한국인 조승희에 의한 총기 난사사건으로 무려 3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던 것입니다.

이 사건 직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국민은 깊은 충격과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하면서 ‘진심으로 미국 국민께 위로와 애도를 표한다’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에 살고는 있지만 한국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유감표시는 적절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과 관련이 없는 미국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정부차원의 공식 유감표시는 너무 저자세로 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정부차원의 유감표명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당시 대다수 한국민들은 이 사건이 우리와 관련이 있다고 느꼈으며, 이 사건이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에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한국민들 사이에서는 미국민들에게 사과하며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촛불집회까지 벌이기도 하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한국민의 생각이나 한국정부의 유감표명과는 달리 미국 사회(미국인)의 반응은 대체로 ‘이건 우리의 문제지, 한국, 한국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으로 한국민은 미국민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질 이유도 필요도 없으며, 한국 정부가 우리들에게 유감을 표명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한 많은 한국민들은 미국인들의 합리적 사고에 대해 또 한번 찬사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당시 한국민들이 가졌던 생각이나 감정들은 비 합리적인 것이었을까요? 고치거나 극복해야 할 문제였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사고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인식의 문제이지 무엇이 더 옳고, 낫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동양과 서양 사람들은 뚜렷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으며 그것은 문화의 차이에 따른 생각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사물, 현상을 전혀 다르게 인식하는 것. 이것이 위 사건을 한국과 미국이 달리 보는 차이를 만들어 낸 이유라는 것입니다.

<동과 서>는 EBS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가끔씩 보게 되는 EBS의 다큐멘터리는 작품의 수준이나 완성도가 BBC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이전에 비해 뛰어난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재미도 함께 갖추고서 말이죠.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런 다큐멘터리를 엮은 책들이 쏟아지는 걸 보면서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너무 날로 먹을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짧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동과 서>라는 책을 통해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읽게 되었으니, 어찌보면 제가 생각했던  날로 먹는 책들이 새로운 책들을 안내해 주는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꼭 나쁘게 볼일만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동과 서>는 동서양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는 과연 어떤 것이며, 그런 것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떤 식의 사고가 삶을 행복하게 해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와 똑같은 책입니다. <동과 서>의 제작팀이 말한 바대로 이것을 텍스트 삼아 잘 요약한 것이 <동과 서>이니까요. 사실 <동과 서>를 보면서 느꼈던 재미와 미흡한 점이 <생각의 지도>를 통해서 배가되고,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만 <생각의 지도>에서는 좀 더 논증적인 글들과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들이 있다는 것일 뿐, 그 속에서 담아내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많으신 분들은 두 책을 모두 읽어 보시는 것도 좋지만, 진료에, 육아에, 취미생활까지......시간 쪼개기 어려우신 분들은 아주아주 읽기 편한 <동과 서>만 보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책장 넘기는 수고까지 마다하시는 분들은 <다큐프라임, 동과 서> DVD를 구입하시거나, 다운 받으셔서 보시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싶습니다.

** 위의 문제들은 <동과 서>에 나오는 것들입니다. 동양인과 서양인들은 전혀 다른 대답을 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 이번 방학때 미국에 사는 제 여동생이 한달간 광주에 와 있었습니다. 조카가 둘이 있는데, 첫째(11세)는 한국에서 3살 때 미국으로 갔고, 둘째(8세)는 미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자랐습니다. 물론 엄마, 아빠가 한국사람이라 동양적인 사고방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터이지만 대답하는 것이 사뭇달랐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문제를 풀어보시고, 자신의 생각의 지도는 어디에 있는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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