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길] 사랑스런 치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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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길] 사랑스런 치실 이야기
  • 정민숙
  • 승인 2004.11.08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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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병원에 입원을 해서 수술을 받았다. 병원이란 곳은 언제나 우울함이 존재한다. 남편이 입원한 곳은 정형외과 병원인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깁스를 하고 있다. 우울함이 흐르고 있음에도 가끔 병원 입원실 풍경에 웃음을 머금을 때가 있다. 어딘가가 부러지고 다쳐서, 목이며, 허리며, 다리, 팔 등등 여기 저기 붕대를 감고,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다니는데, 다들 얼굴들은 멀쩡한 것이다.

남편도 고관절부위에 수술을 해서 엉덩이 아래부터 발바닥 밑에까지 깁스를 하고 붕대를 감아 놓아 영락없는 중환자의 모습임에도, 일주일이 지나니 심심한 괴로움 때문에 어쩔 줄을 모른다. 수술한 날부터 삼 일 동안은 24시간 병원에 있느라고, 집안 살림과 두 아이 돌보는 것이 엉망이었는데, 사 일이 지난 후부터는 모든 일들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어, 그 때부터 또 내 관심사의 첫 번째는 잇솔질이다.

남편과는 스물한 살 때 만났는데, 그 때부터 담배와 함께 남편과 떨어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치실이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의 병실 사물함에는 잇솔과 함께 치실이 놓여있다. 남편이나 나나, 어디 갈 때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바로 이 치실이다. 

 그제는 저녁을 먹고 난 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그날따라 유난히도 남편의 치아가 반짝거렸다.

“이 잘 닦았나 보네요. 반짝거리네?”(나)
“엄마는 건강보다도 매일 치아건강만 이야기 해.”(이 닦기를 싫어하는 초등 1학년 큰 애)
“오늘은 치실까지 잘 쓰고 신경 써서 닦았지!”(남편)
몸이 아프면 제일 먼저 못 하는 것이 바로 씻는 일이다. 머리 감기와 이 닦기.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제일 먼저 소홀하게 되는 일이 바로 이 닦는 일이 아닐까싶다.
“치실은 정말 훌륭해. 치실만 잘 사용해도 치아가 참 건강할거야.”(나)
“어디 가서 칫솔질 못 하고 치실만 써도 개운해.”(남편)

이 치실의 훌륭함을 타인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대량구입을 한 후 한 개씩 선물을 하며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어서, 치실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구입해서 써 보았다. 장단점이 있지만 역시 제일 훌륭한 것은 손으로 하는 방법이었다. 강약을 조절 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곳을 잘 닦을 수 있고, 적당량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50대 이상은 정말 어려워 하셨다. 그래서 주로 홀더가 달린 일회용으로 권해드리곤 했다.  임상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치실 사용하면 이가 벌어지잖아요?”(치간 사이 충치발생이 많은 환자)
“나사의 우주인도 치실을 가지고 가서 이를 닦았대요. 칫솔이 아무리 좋아도 치아사이사이는 닦기가 힘이 드니, 이 치실을 꼭 써 보세요. 이가 벌어지지 않아요. 왜 치료해도 계속 충치가 생기냐고 원망만 하지 마시고, 꼭 치실 사용을 해 보세요. 과자는 오후에 한 번만 드시고요.(환자의 손에 치실을 감아 준 후 손가락의 방향과 어금니 부위에서 사용할 때의 위치와 각도를 실습하고 감. 이 분은 그 다음에 확실히 치간 사이 충치발생률이 떨어짐.)”

치실. 파닉부위가 있는 보철 환자라면 이 치실로 보철물과 잇몸사이를 닦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하악 사랑니 원심부위는 대부분 잇몸으로 덮인 경우가 많은데, 그 부위도 이 치실로 잇몸 속까지 집어넣어서 닦아보면 정말 상쾌하다.

그래서 남편도 나도 이 치실을 정말로 사랑한다. 구강위생푼사..앞으로도 나는 너를 사랑할 것이다

정민숙(치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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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05-02-15 22:29:22
치실은 제가 치위생과에 가기 전에 모르던 물건이었습니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딸기를 먹고
치아에 낀 딸기씨를 치실로 뺀 사실도 나중에 이해하게 되었구요!~
잇솔질을 후, 치실을 사용하면 해본 사람만이 알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 개운한 느낌을 갖게 되지요!~
그러나 일반화되지 못한 치실사용!!!!!!
참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우리 치과위생사들이 짊어지고 나아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쁜황 2004-11-09 23:15:57
정쌤 반갑네요

그간 여러 매체에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갈고 닦은 실력 치과게를 위해 풀어 놓아 주세요 ㅎㅎㅎ

성훈 2004-11-09 15:11:49
치실 사용에 중요성을 가족 얘기로 풀어 쓴 재미있는 기사네요.
더욱이 아이가 치실 사용하는 모습은 정말 이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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