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의 장으로 활용되는 대정부질문, 과연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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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의 장으로 활용되는 대정부질문, 과연 필요한가"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4.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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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현안 논의없이 말싸움에 몰입한 정치권에 시민들 "제발 일 좀 해라"

국정현안에 대한 논의는 빠진 채 정쟁의 장으로 활용되는 대정부질문이 과연 필요한가. 어제(14일) 공전 후 재개된 대정부질문도 본래 취지와는 무관하게 '모욕주기'식의 여야간 말싸움의 장으로 활용되자, 이런 식의 대정부질문이 과연 필요한 것이냐는 이른바 대정부질문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대정부질문은 "정부에 대한 질문은 본회의에서 회기중 기간을 정하여 국정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분야를 대상으로 정부에 대하여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제정헌법과 제정국회법에서 국회의 국무위원출석요구권과 국무위원의 출석·답변의무를 규정함으로써 도입된 것으로 구두질문 외에도 서면질문, 긴급현안질문제도가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국회는 국정전반에 대한 점검과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행정부인 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입법기관인 국회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인 셈이다.

그러나 17대 국회의 대정부질문은 이 제도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됐다. 재개 이틀째인 12일, 국회 본회의장은 다시 막말과 고함이 난무했다. 환경, 노동, 교육, 언론 등을 비롯해 민생현안 이슈가 다뤄져야 할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당면한 현안들마저 외면한 채, 말싸움 수준의 정쟁에 몰입한 것이다.

12일 본회의장의 소동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질문아닌 긴 규탄성 발언과 그에 대한 의사진행으로 김덕규 부의장이 마이크를 끄고 발언을 중단시킨 것으로부터 본격화됐다. 김 부의장의 발언 중단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항의하러 나오면서 20분 가량 대정부질문이 중단되고 여야 의석에는 "야 임마", "너나 품위를 지켜" 등의 막말과 삿대질이 오갔다.

그후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이해찬 국무총리를 불렀다가 바로 들여보내는 '망신'을 주자 여당은 거세게 반발했고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헌법재판소에 대한 규탄발언을 하자 한나라당이 거세게 항의했다. 이목희 의원은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을 '사법쿠데타'로, 헌법 재판관 7인을 법복입은 정치인으로 규정한 뒤, 참여정부를 비판한 '대령연합회'를 두고 "내란과 군사반란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뒤질세라 한나라당에서는 정형근 의원이 이목희 의원의 발언을 두고 "헌정질서를 부인하고 국기를 흔드는 엄청난 발언"이라며 "원고 사전검토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강행한 것은 열우당이 배후에 있다는 증거이니, 열우당은 17대 국회에서 해산되어야 한다"고 맞받고, 이병석 의원이 이목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여야간 말싸움은 잦아들기는 커녕 계속 번져갔다. 여기에 한나라당 정두원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의 이념공방도 더해졌다.

이러한 추태를 각 언론을 통해 지켜본 시민들은 개탄해마지 않았다. 각종 사이트 게시판에는 "한심 그 자체의 풍경이었다"며 국회의원들을 성토하는 글이 이어졌고 여야 각 당의 홈페이지에도 비난글이 쇄도했다.

'못살겠다'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열린우리당 사이트에 남긴 글에서 "뽑아주니 하는 짓이 싸움질이냐. 요즘 공무원 파업한다고 잡아들이는데 왜 국회의원은 안 잡아가나. 하는 일 없이 국민 피만 빨아먹고 지내면, 그게 파업이지 뭐냐"고 항의했다. 한나라당 사이트에도 비판글이 줄을 이었다. 아이디 '고세진'이라는 네티즌은 "국회는 분풀이하는 곳이 아니다. 하라는 일은 할 생각도 않고, 무지하게 분풀이만 하고 있다"며 "제발 일 좀 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정기국회에 대해 개혁법안에 대한 입법운동 및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별도로 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한마디로 통탄스럽다"는 반응이다.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은 "이틀간의 대정부질문은 평가도 필요없는 유치한 수준"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입만 열면 민생걱정, 나라걱정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정작 그 문제를 다뤄야 할 대정부질문에서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말싸움이나 하고 있다.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지난 14일의 공전을 거듭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럴 수 없다"며 개탄했다.

김 국장은 "이런 식의 대정부질문이 과연 필요한가"라고 이의를 제기한다. "17대 국회가 이번 회기에서 남은 기간동안 처리해야 할 법안은 670여 개, 예산규모는 208조원에 달한다. 이토록 무의미한 말싸움을 계속 할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대정부질문을 그만 두는 것이 낫다. 차라리 예산과 법안심의에 주력해라"고 요구했다.

또한 언론의 정치보도 관행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국정현안과 정책대안이지 싸움질이 아니다"라고 못박고, 언론에 "차라리 이런 따위의 험담이나 욕지거리는 아예 보도하지 않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최현주 기자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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