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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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청산, 어떻게 할 것인가?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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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참여사회포럼 ' 과거사 청산 - 시각과 방법' 논의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한 여러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시민사회 시각에서의 ‘과거사 청산 방법’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2일 오후 3시, ‘과거사 청산: 시각과 방법’이란 주제로 참여사회연구소가 개최한 제43회 참여사회포럼에서는, 발표를 맡은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와 김민철 민족문제 연구소 연구실장, 윤해동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이춘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사무처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등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는 강원대 경제학과 이병천 교수가 맡았다.

김동춘 교수는 과거사 청산의 모델들에 대해 “정치적 사건은 가해자들의 권력이 약해진 후대에 와서야 진상이 규명되고 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대표적인 예로 사대사화를 들 수 있다”며 “당시 사대사화가 세조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과정에서 발생하였던 것에 비해 현대의 과거청산은 다른 형태로 일어나는데, 보복 ? 총괄사면(스페인) ? 지속적인처벌(독일) ? 화해(남아공) 등 국가와 사회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과거청산이 이루어진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과거청산문제는 주장하는 집단의 힘의 크기에 따라 그 순서와 내용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경우 강한 힘으로 추진하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고 진상규명 없는 보상의 형태로 과거청산이 이루어져 유족의 파편화가 나타나고 위령탑, 기념관건립중심으로 진행되어 역사성이 다소 퇴색되었던 예를 들었다.

또, 과거청산의 내용과 원칙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에 중점을 두고 가해자 처벌은 최소화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과거사 청산이 어느 정도 정치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공소시효 범위 내에 있는 경우에도 처벌 자체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고, 진상규명을 통한 사회적 처벌?더욱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은 매우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하며 보상은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선행된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진상규명의 주체와 기구 문제와 관련하여 김 교수는 “어떤 과거청산도 정치권력의 힘을 업지 않고서는 진행되기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다”며 “국가를 과거청산의 징검다리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민철 실장은 “한국의 과거사 청산은 실용적 측면(조사방법, 법의 권한, 보상문제 등)과 담론적 측면(국가권력의 인권침해, 친일청산문제의 이해, 어떻게 대중화할 것인가 등)에서 진행되었다”며 과거청산에서 다음의 다섯 가지 쟁점을 고려할 것을 주장하였다.

첫째, 과거청산은 과거에 대한 재 기억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에 응답해야한다.
둘째, 정치권력투쟁(이념대립)과 국가폭력에 대한 인권침해를 구분지어야 한다. 특정진영을 절대악으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이러한 것은 시민사회가 뛰어넘어야할 대상이다.
셋째, 친일문제는 45년 이전으로 한정해야하며 45년 이후에는 좌-우 진영대립의 문제가 있으므로 청산하기에는 복잡한 문제가 많이 있다.
넷째, 과거 청산은 책임문제로 귀착되는 것이 좋다. 즉 책임이 누구에게 어떻게 있느냐를 보는 것이 중요하며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책임문제는 국가에게만 돌릴 수는 없으며 국가의 책임못지 않게 사회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한다.

이에 반해 윤해동 박사는 과거청산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특히 과거사의 문제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의 문제가 도덕화되고 정치화되는 것을 차단해야하며, 국가에 대한 막스 베버의 이론처럼 근대한국에서 해방이후의 국가 폭력은 어느정도 국가주체형성의 과정일 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춘열 사무처장은 김동춘 교수의 발표에 대해 “너무 전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다보니 오히려 자기검열을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밝히고 “국가는 언제든지 다른 국가로 다시 세워질 수 있는 것이므로 국가를 너무 절대화하기보다는 과거의 잘못된 것들을 바로 세우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과거청산에서 처벌과 진상의 구분은 옳지 않으며 과거청산의 최고목적은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록하여 교훈을 얻는 것”이므로 역사교과서에 몇 줄 기록되는 것이나 기념사업을 벌인다거나 하는 것은 박제화 되는 경향이 크며 부정한 부와 권력에 대한 박탈과 명확한 처벌만이 올바른 과거청산을 가능하게 하고, 특히 “처벌을 최소화하고 진상과 별도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과거청산을 위한 기구는 하나의 단일한 기구보다는 사안별로 분리된 기구가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진행되고 있는 과거 청산의 논의에 대해 “ 가해자집단은 상당히 단결되어 있으나 피해자 집단은 사건의 다양성으로 인해 나누어져 있는 듯 하다. 이로 인해 과거사 청산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전략과 전술의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며 “우리 안의 파시즘 얘기를 하는데, 우리 안의 패배주의가 더 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에게는 프랑스가 가장 과거 청산을 잘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인구수에 비례할 때 공권력 박탈 즉 처벌이 가장 적다”며,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가는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적 국면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때 청산은 필연적으로 처벌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가해자가 공권력을 가짐으로해서 역사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공권력을 박탈함으로서 역사 청산을 이루어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신재열 객원기자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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