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한땐 '공무원 노동3권'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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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한땐 '공무원 노동3권' 옹호
  • 편집국
  • 승인 200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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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여야 핵심인사들과 함께 88년 관련법안 대표발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탄압이 '마녀사냥'으로 치닫고 있다. 파업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단순한 의사표시 행위인 찬반투표마저 경찰력을 동원해 가로막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조 사무실 압수수색과 투표용지·투표함 탈취, 사무실 봉쇄·점거 등의 물리적 탄압이 동원됐으며, 무차별 연행이 벌어졌다. 심지어 집회에 참가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예비검속'이라 부를 야만적 탄압까지 동원됐다.

공무원 '마녀사냥'이 시작되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공무원의 불법행위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의 파업권 요구는 들어줄 수 없는 성격이다"고 못을 박는 등 잇따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대표하는 이부영 의장의 태도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의 태도를 종합하면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은 허용할 수 없다. 이에 저항하면 엄정대처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같은 강경대응의 정점에는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자리 잡고 있다. 공무원노조 문제에 대해 비록 공식적 언급은 없었지만 노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다. 총리나 각료, 여당 지도부의 언행 속에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게 마련이다. 더욱이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공무원노조법안은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거쳤다. 결국 정부안 내용이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변절'이자 노동자에 대한 배신행위다. 16년전 이들의 태도는 지금과 180도 달랐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노동기본권 확보가 사회현안으로 떠오르면서 1988년 공무원노조를 허용하는 내용의 입법안(노조법중개정법률안과 노동쟁의조정법중개정법률안)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됐다. 이상수 의원(당시 평화민주당)의 대표발의로 11월에 제출된 입법안과 노무현 이인제 정정훈 의원(당시 통일민주당)이 12월에 대표발의한 입법안이 그것이다. 특히 이들 법안의 발의자 명단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이상수 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노무현 안) 등 역대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들어 있다.

당시 입법안 탄성 절로

이들 법안을 뜯어보면 지난 9월14일 공무원노조와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입법안과 "어쩌면 이리도 똑같은지"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노동3권이 오롯이 담겨 있다. 법안은 '현역군인, 경찰·교정·소방 공무원을 뺀 모든 공무원은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할 수 있고, 쟁의행위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들의 쟁의행위는 공익사업에 준하여 법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국회 노동위원회는 법안심의 과정에서 단체행동권을 뺀 대안법률안에 합의했고 이는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나마 잘 알려진 대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공무원노조는 지금까지 '법외'에 남아 있게 된 것이다.  특히 1988년 7월8일 노무현 당시 의원이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행한 발언의 한 대목은 지금 들어도 '가슴을 찌르는' 바가 있다.

"권력분립이나 복수정당체제가 부인되었을 때 이를 민주주의라 볼 수 없듯이 노조와 파업의 자유가 부인되는 곳에 민주주의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노조와 파업에 대한 도전은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되는데 같은 의견이신지 아닌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공무원 노동3권 보장입법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도 지난 2002년 16대 국회에서 신계륜 의원과 함께 노조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단결권, 단체행동권 등에서는 앞선 입법안과 '붕어빵'이다. 이 법안은 나아가 단체교섭권 관련 조항이 처음으로 들어가는 등 한층 진전된 내용이다.

그 내용은 민주노동당 제출법안에도 그대로 담겨 있는데 '보수 등 근로조건이 법령이나 예산에 구속받게 되어 있는 공무원의 단협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협 중 유리한 기준은 법령·조례 및 예산에 의한 기준보다 우선하여 적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정권 핵심인사 대부분 발의 동참

이처럼 과거에는 '공무원 노동3권 보장하라'며 국회 안에서 당당히 큰 소리쳐가며 법안통과에 힘을 모았던 여야 지도부가 지금에 와서 정반대로 태도를 돌변한 것은 단순한 말바꾸기가 아니다. 이같은 '변신'이 스스로 떳떳하다면 과거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가 응당 뒤따라야 함에도 어물쩍 넘어가는 게 보수정치권의 못된 버릇이었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현재 밀어붙이고 있는 공무원노조법안이 정당하다고 믿는다면 지금이라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한때 공무원 노동3권 보장을 주장한 것은 명백한 오류였다. 우리는 이제 공무원 노동자들을 버리고 보수·기득권층의 편에 서기로 했다"고.

박승희(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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