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똥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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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 똥파리
  • 김기현
  • 승인 2010.01.06 14: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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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극장에 거의 가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다.

극장에 자주 다니지 않은 후로는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많은 영화들을 접해왔으나, 집에 TV가 사라진 6년 전부터는 주로 어둠의 경로를 통해 영화파일을 내려 받아 보아온 것 같다.

물론 극장의 대형 화면과 웅장한 음향시스템이 주는 감동에 비할 바는 아니었겠지만, 조그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접한 영화는 그 나름대로의 쏠쏠한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1년여 전에 새로 이사한 후 홈시어터 시스템을 마련한 것은 어둠의 경로를 찾아다니는 쏠쏠한 재미와 마음 내키면 언제라도 볼 수 있는 편리함, 그리고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주는 감동을 동시에 추구해보고자 하는 이유에서였다.

1년 6개월 남짓 약 70여 편의 영화를 봤으니, 매주 한편정도 씩은 꼬박꼬박 영화를 접한 셈이 된 것이다.

5.1사운드를 느껴 본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전쟁물이나 액션물을 많이 봤는데, 초기엔 그럴싸한 음향적 감동을 주었지만 이내 질리게 되어, 그 이후로는 전문가나 대중의 평이 좋았던 영화,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들을 위주로 하여 보게 되었다.

물론 그중에는 아이와 함께 본 픽사르(PIXAR)와 지브리(GHIBLI)의 애니메이션들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때문에 거의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섭렵하게 되었고, 이런데로부터 나의 영화편력을 굳이 말해야 한다면 ‘잡식성’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또 내 취향을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말도 없는 듯하다.

그래도 굳이 좋아하는 장르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SF영화’라고 말할 것이다.

비현실적이며 황당한 시츄에이션 그리고 빤한 스토리 전개 때문에 무협영화 만큼이나 SF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을 많이 봤지만, 난 또 그런 이유 때문에 SF영화를 좋아한다. 비현실적(?)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에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무한한 상상력의 동원이 가능하다는 점은 SF영화가 가지는 최대의 장점이자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무협영화나 애니메이션 또한 좋아하는 장르중의 하나가 되었다.

반면에 드라마나 멜로류의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은 편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실을 가장해서 가장 비현실적인 황당한 이야기가 난무하다고 생각되는 나만의 편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똥파리’는 이런 류의 드라마와는 조금 달랐다.

우연찮게 보게 된 영화평에 이끌려 내려 받았지만, 연말 모임과 술의 홍수에 빠져 살다보니, 한참 후에야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독립영화라는 타이틀이 앞에 붙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조폭영화처럼, 조폭을 미화하는 듯한 이야기 구성은 보는 동안의 재미는 배가시켜 줄지 몰라도, 보고난 후의 찝찝함과 허탈함으로 인해 온몸에서 힘을 쭉 빠지게 하는 그런 영화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제작비 2억 5천 만 원의 저예산 영화, 감독이 주연 배우 역을 소화한 흔치 않은 영화, 대종상, 청룡영화상, 노테르담 영화상 등 국내외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영화’라는 타이틀만 보아도 화제의 영화였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실 ‘똥파리’의 스토리는 특별할 게 없다. 어렸을 적 아버지에 의한 가정폭력의 상처를 안고 성장한 주인공은 그 폭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용역깡패로 살아가게 되고, 자신과 같은 가정환경의 고3여학생을 우연히 만나 정서적 교감을 이루게 된다. 영화는 그들을 통해 폭력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악순환되면서 생산되고 있는가를 그린, 진부하다면 진부한 내용이다.

이런 진부한 이야기를 덮을 수 있는 ‘똥파리’의 매력은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삼류 양아치 깡패 연기를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한 주연배우의 표정과 대사 등은 보는 내내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워낙 뛰어난 주연배우의 연기력에 가려지긴 했지만, 여자배우의 감정연기에도 최고의 찬사를 보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핸드 헬드로 찍어 흔들린 듯 한 거친 영상은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으로 독특한 영상미를 제공해준다. 그런 영상 기법 때문에 차분하고 이성적인 영화로의 몰입은 방해받는 느낌이지만 대신에 불편함과 긴박감을 제공하여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유도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씨.발.로.마’로 시작해 ‘씹.새.끼’로 끝나, 대사의 절반이 욕으로 채워진 ‘똥파리’를 보면서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었지만, 이 또한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저런 사람이 있을까’라는 일반적인 생각에,  영화는 ‘그런 사람은 분명히 있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현실로 인정하는 듯 하지만, 실제는 그것을 '진짜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똥파리’의 남녀 주인공의 삶 역시, 있을 법만 현실이라는 생각과, 그것을 '진짜 현실'로써 받아들이는 실천적 존재로서의 우리(사회) 사이의 간극은 지나칠 정도로 넓다는 생각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런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은 ‘분명한 현실’이라는 것이고, ‘똥파리’는 우리(사회)에게 그런 ‘분명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현실을 우리(사회)가 무덤덤한 눈으로 바라만 본다면 그 ‘분명한 현실’은 점점 더 고착화되고, 반복되어진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다 되어간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 수도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에는 어이없는 이 사건은 2009년 대한민국의 ‘분명한 현실’이다. 지금도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위에서는 진상규명을 부르짖는 유족들의 절규는 계속되고 있고, 그것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도 그대로이다.
 
2000여 년 전 하느님께서 인간을 원죄에서 구원하고자 예수를 이 땅에 보내실 때 인간의 모습으로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과 똑같은 핍박과 고통을 받으시어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들 속에서 구원의 길을 찾으라고 가르치신 것은 아닐까?

또 한 번의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오늘.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2000년 전의 가르침이 이 땅 용산위에도 그대로 실천되기를 기도해본다. 다른 사람으로부터가 아닌 바로 ‘나'로부터.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광주전남지부 김기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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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홍 기자 2010-01-11 15:58:06
저희집에서 하나로TV를 보고 있는데, 불과 몇달전까지는 3천원 유료던게, 900원으로 내려갔더라구요. 그래서 큰 맘먹고 집사람이랑 유료 영화를 봤는데,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다만 막판 주인공이 죽는 설정은 약간 억지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과도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주인공이 초반 극중에서 "니가 김일성이야"라며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좀 이해가 안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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