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공공의료 역할’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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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공공의료 역할’ 커질 수밖에 없다
  • 문정주
  • 승인 2010.01.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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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 10년 회고·10년 전망]③ 공공의료…공공의료 강화는 선택 아닌 필수

지난 10년은 ‘공공의료 강화 토대’ 마련한 시기

새 천 년의 이른 아침, 2000년 1월 12일에 국회에서 2개의 중요한 법률이 새롭게 제정됐다.

하나는 ‘보건의료기본법’으로서 “보건의료를 통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하며 “보건의료의 형평과 효율의 조화”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법이다.

이 법에 의해서 보건의료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보건의료인의 책임, 환자 및 보건의료인의 권리, 국민의 건강권 등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확보됐다.

다른 하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로서 “국민에게 양질의 공공 보건의료를 효과적으로 제공”하여 국민 보건의 향상을 도모하는 법이다.

이 법률에 의해서 공공 보건의료, 공공 보건의료기관의 법적 정의와 주요 사업에 관한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두 법 모두 법령 관련 추진 계획의 수립·시행만을 의무화할 뿐 그 외 정책 수단을 갖지는 않으나, 의료 서비스 공급을 민간이 주도하는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공공 의료 추진의 근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2002년 11월에는 27명의 연구진에 의한 「보건의료 시장 개방에 대비한 보건의료 체계 공공성 강화 방안 연구」(책임 연구원 김용익)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됐다.

이 연구는 의료 시장을 개방할 경우 국가나 지역 단위의 자체 충족적 보건의료가 직면할 위험을 다각적으로 조망해, 국내 보건의료 체계의 기반을 보존하고 의료 공백을 방지할 대책, 국민의료비 증가를 둔화시키기 위해 현재 건강보험의 비용 유발형 사후 보상 대신 질병의 사전 예방 체계의 도입, 공공 부문뿐 아니라 민간 부문까지도 포함하는 공공성 강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또한 국민 건강권 실현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 강화가 시급하므로 공공 보건의료기관을 확충할 것을 역설했다.

이후 2004년에는 9월 ‘공공 의료 확충을 통한 보건의료 체계 개편’이 정부 정책의 큰 틀로 채택됐고, 11월 4조 원을 공공 보건의료에 투자한다는 방침이 결정됐다.

2005년 12월에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 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은 우리나라 공공 보건의료 정책의 중요한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이 대책에서 당시 참여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의 보장성과 질적 수준의 발전에도 보건의료 공급에 대한 정부 투자 부족 때문에 필수 보건의료 공급 기반이 취약하다고 보고, 공공 보건의료기관의 역할 정립, 표준 진료, 경영 효율화로 국민의 의료 이용 환경의 합리적·효율적 전환을 꾀하고자 했다.

이에 담뱃값 인상으로 확보한 건강증진기금을 재원으로 우선 5년간 2009년까지 연차별 계획을 수립해, 보건의료를 지속 발전 가능한 체계로 개편할 공공 보건의료 확충을 추진했다.

지금까지 짧은 추진 기간과 부족한 재원으로 아직은 큰 성과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나, 참여정부에 뒤이은 현재의 정부에서도 정책의 골격이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어 차후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지난 10년은 공공의료에 관한 법적 기반을 갖추고 투자 재원을 확보해 중·장기적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공공의료 강화의 토대를 마련한, 참으로 값진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10년 전망 - 공공의료 강화는 선택 아닌 필수

여전히 우리나라 의료 공급은 민간 부문이 주도하며 공공 의료의 양적 비중은 미미하다. 따라서 앞으로 10년 또한 공공의료 내부보다는 외부의 요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변화를 추동할 것이다.

첫째, 서비스 산업에서 성장의 동력을 얻으려는 경제 정책이 공공의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른바 영리병원으로 상징되는 의료 산업화를 경제계 일각에서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산업화가 진행되면 일반 대중의 의료 이용 여건이 나빠지리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역설적이지만 의료 산업화 정책을 성사시킬 방편으로서 공공의료에 관한 정책 및 투자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성된다.

또한 의료산업화가 진전돼 실제로 지역보건의료 제공 체계가 약화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저하될 경우(의료의 미국화) 사회적 의료 안전망으로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염려스럽지만 존재한다.

둘째,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 중증 환자 증가에 따라 늘어나는 국민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보건의료 비용 억제 및 효율 제고를 위해 공공의료를 정책적으로 활용해야 하리라고 전망한다.

적정 진료 모델 수립, 진료비 지불 제도 변경 등 의료의 효율성 제고에 관한 정책을 공공 의료기관에 우선 적용하는 과정을 거칠 때 전면적 제도 도입에 앞서 불필요한 시행착오나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셋째, 향후 공중보건의사 수 격감에 따라 공공의료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후, 입학생 중 여학생과 병역을 마친 남학생의 비중이 크게 늘어 공중보건의사 자원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벽·오지 기관이나 비수익 분야 의료를 담당하는 공공 의료기관에 의사를 충분히 배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 매년 1,000명 안팎인 신규 공보의 수가 2014년부터 대폭 줄어 2020년에는 240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나 정부 차원의 대책이 아직 확립되지 못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넷째, 남북 관계의 변화에 따른 공공의료의 역할 증대를 전망한다.

의료 분야의 협력이 가능하게 되면 가장 시급한 것은 결핵, 말라리아 등 전염병 관련 대북 지원일 것이며 이외에도 북한 사회의 보건의료 자체 충족률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겠으나 공공 의료기관 및 소속 인력을 활용할 때에 정책의 지속적 추진과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합리화·효율화하려 할 때 공공의료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정책의 핵심 요소이다.

민간 부문이 기형적으로 비대해 공급을 주도하는 현실에서 공공 의료를 강화해 혹은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해 국민의료비의 합리적 수준을 유지하고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는 것은 지나간 10년보다도 앞으로의 10년에 더욱 절실한 사회적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문정주(공공보건의료사업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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