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예방서비스 활성화’ 집중 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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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예방서비스 활성화’ 집중 투자 필요
  • 나백주
  • 승인 2010.01.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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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 10년 회고·10년 전망](7) 지역보건의료

지역 보건의료의 과거 10년은 한마디로 건강증진기금 사업으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 보건의료 인프라 및 예방 서비스 전달 체계 개선은 미미해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는 허약한 날개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미래 10년은 지역 보건의료 체계 인프라 개선 및 전달 체계 기능 향상이 강조되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건강증진기금으로 ‘날개 단’ 지역보건의료

미 군정기 시작된 보건소부터 체계를 갖춰 온 지역 보건의료는 1995년 지역보건법을 통해 기능 강화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1980년대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제기된 지역 보건의료 체계(District Health System, DHS) 활성화 운동은 지방 정부의 보건 사업 참여, 지역 거점 병원과 보건소 연계, 생활터 접근을 중심으로 부서 간 협력 및 주민 참여 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고 이러한 내용이 지역보건법에 반영되었다.

하지만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재원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법률 변화는 추진 동력을 갖지 못하였다.

하지만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의 제정으로 건강증진기금이 만들어진 후, 2003년 담뱃값에 붙는 건강증진 부담금이 2원에서 150원으로 인상되고 다시 2004년 354원, 2005년에는 558원으로 인상되면서 안정적인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보건소 체계를 통한 보건 사업을 크게 활성화할 수 있었다.

현 보건소 체계의 문제점

하지만 인프라(조직 및 인력 등) 개선 없이 건강증진 사업비만 자꾸 일선 보건소로 배정되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중 홍보나 이벤트 사업 위주의 보건 사업에 주로 한정되었다.

건강증진 사업은 주민들의 건강 관리 능력을 실질적으로 길러 주는 것이어야 하므로 건강증진에 관한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관리와 상담이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참여 정부 말기에 도시 보건지소 사업 및 맞춤형 방문 건강 관리 사업이 시작되어 지역 보건 사업 활성화의 전기를 마련했으나 도시 보건지소 확산은 최근 주춤하고 있으며 맞춤형 방문 건강 관리 사업도 서비스 대상이 저소득 계층 및 장애가 있는 주민에 한정되어 지역 보건의료의 일부로만 활용이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새로 도입된 건강증진 사업 및 맞춤형 방문 건강 관리 사업 인력의 대부분은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워지고 있어 사업의 지속성이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게 된 원인은 우선 지방 자치 단체의 입장에서 이러한 사업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과, 지방 자치 단체가 반드시 지역 보건의료 기반조성에 대한 투자를 하게 하는 법적 강제력이 약하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즉, 도시 보건지소나 맞춤형 방문 건강 관리 사업이 지방 자치 단체 입장에서 볼 때 취약 계층에 국한된 사업이다 보니 전 주민을 대상으로 인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

국가 위임 사무로서 시설 및 장비에 대한 국비 투자는 있지만 인건비 및 사업비 등 운영에 대한 국비 지원이 전무하다는 것 등이 지방 자치 단체로 하여금 지역 보건의료의 조직 및 인력을 안정화하는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현재 지역 보건의료 사무 및 인프라에 관한 법인 지역보건법에 동(洞) 지역 보건지소 설치에 대한 의무 조항이 없고 보건지소의 기능도 보건소 기능의 연장으로만 되어 있어 보건소 기능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보건지소 기능으로 신설하기에 적합한 주민 생활 가까이에서 건강 관리를 수행하는 업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도시 보건지소 사업 추진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지 않고 있다.

예방 관리 보건사업 강화 필요

지역 보건의료 기능을 세분해서 살펴보면 보건 행정과 보건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보건 사업은 다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보건 사업, 생활터 기반의 주민 개인 대상 예방 관리 보건 사업으로 나눌 수 있고, 보건 행정은 의․약무 지도, 보건 기획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보건 사업은 위생 및 방역 등 환경 보건 사업은 물론, 미디어 홍보 및 건강증진 이벤트 등을 포함한다. 생활터 기반의 주민 개인 대상 예방 관리 보건 사업은 지역사회 주민의 개인별 건강 생활 실천 여부 모니터링 및 상담 관리 등을 내용으로 한다.

과거 보건소 중심의 지역 보건의료는 보건 행정이 주도를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건강증진기금 사업의 확대로 인구 집단 대상 보건 사업(미디어 및 거리 홍보, 금연 거리 조성 등)도 활성화되어 왔으나 아직도 생활터 기반 주민 개인 대상 예방 관리 보건 사업은 매우 미약하다.

이는 지역사회에 읍․면․동 단위의 보건지소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과 관련이 깊다. 주민 생활터를 기반으로 한 보건지소는 취약 계층 대상 진료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 모두(지역에서는 주로 노인 및 가정주부, 어린이가 대상으로 됨)의 개인별 건강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이 충분히 배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보건지소 기능을 주민 건강 관리 위주로 활성화하고 도시 지역(즉, 동 지역)에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보건지소를 확대, 신설하여야 한다.

또한 이미 설치되어 있지만 진료 기능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농어촌 지역 보건지소도 주민 건강 관리 기능이 추가되고 지역사회 주민 대상 집단 및 개인 보건 사업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지소 단위의 포괄적 건강 관리 사업 지침 개발과 시범 사업이 시행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보건지소에 대한 중앙 정부의 포괄적 사업비 지원이 공식화되어야 한다.

보건사업 협력 연계 강화 필요

한편 보건 사업의 전달 체계, 즉 지역 거점 국공립 병원과 보건소, 보건지소에 이르는 보건 사업 협력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 국공립 병원의 보건 사업 수행이 안정화되고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에 대한 지역사회 연계 관리뿐 아니라 보건기관 인력 교육 훈련 및 지역사회 보건 사업 계획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의 예산이 안정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앞으로 지역 보건의료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갈수록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건강한 삶 실현의 기본인 지역 보건의료가 주민 건강증진 실천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도록 설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 정책에 따라 지방 공무원 정원 축소가 현실로 되고 있어 보건기관 인프라 확대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4대강 등 경제 개발 위주의 국정 방향 설정으로 인해 고령화 시대 건강증진 전략의 핵심인 평생 건강 관리 체계 구축(지역 보건의료 뿐 아니라 소규모 작업장 및 서비스 업종, 학교와 보육 시설 등에 대한 건강 관리 체계 수립 및 연계 기능 강화)도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역 보건의료를 기반으로 한 일차보건의료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의 세계화 및 양극화로 인해 보건의료 분야의 상업화가 활성화되어 건강 불평등이 여전히 지속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 주민과 가까이 종합적인 건강 문제를 예방 위주로 관리하는 일차보건의료 체계 구축이 필수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역 보건의료 체계 구축에 있어 이러한 일차보건의료 원칙 검토가 안 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일차보건의료 체계 구축과 가장 근접한 국가 정책인 평생 건강 관리 체계 구축에 대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밑그림도 그리지 않고 있어 큰 문제이다.

인프라 조성·업무능력 Up 과제

지역 보건의료의 향후 10년을 전망하는 문제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원칙은 질병이 있어도 모르고 지나치는 주민이 없도록, 질병이 있음을 알아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는 주민이 없도록, 질병 치료를 받고 있지만 지속적,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주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지역사회 주민의 이런 문제를 중심으로 지역의 보건의료 문제를 평가하고 여기서 분석된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보건의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인프라 조성과 업무 능력을 높이는 데 정부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방 자치 단체의 보건의료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 자치 단체의 보건의료 인프라 설립 및 운영을 활성화하는 재정 지원과 이 예산을 꼭 보건의료 분야에 투자하도록 지방 재정 운영 평가를 활성화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방의 지역 거점 병원 및 보건소, 보건지소의 예방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예산 비용에 대한 중앙 정부의 재정 보조 등을 확대하여야 하는 것이 지역 보건의료 활성화 정책의 중심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지역 보건의료를 중심으로 이와 연관된 각종 서비스의 연계를 중앙 정부 차원에서 조정 연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설립 운영도 매우 중요하다.

나백주(건양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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