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 활성화’! 지역의료 발전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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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생협 활성화’! 지역의료 발전 기둥
  • 박웅섭
  • 승인 2010.01.2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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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 10년 회고·10년 전망](9) 지역사회 자치의료의 미래

 

질병을 관리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활동에 지역사회 자신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여러 경험과 국제기구에서 끊임없이 강조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건강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마련하여 노력하는 것은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고 해당 지역사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사회 자치 의료 수준은 지역사회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지역사회 자치 의료의 수준은, 보건 문제와 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낮고 다른 정부 부서와는 달리 일선 전달 체계가 없거나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기초 자치 단체의 자치 의료의 수준과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고, 현 수준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방향성에 대해 서술하였다.

기대감 높아진 지역자치의료

1995년 시작된 지방 자치와 더불어 국민 소득 수준의 향상, 질병 및 인구 구조의 변화 등에 따라 그동안 전염병 관리와 가족계획 사업 위주로 운영되어 온 보건소를 지역 주민의 중점적 건강 관리 기관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지역보건법이 제정되었다.

지역보건법에 명시된 내용 중 기존의 보건소 활동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지방 자치 단체장이 지역 주민, 보건의료 관련 기관·단체 및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수립한 후 지방 의회의 의결을 거쳐 시·도지사에게 제출하도록 하여 지역사회 스스로가 지역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지방 자치 단체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을 해야 할 공공 보건 사업들을 추가로 제시하였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건강증진 사업, 가정 방문 사업, 건강 진단 및 만성 퇴행성 질환 관리 사업, 장애인의 재활 사업 등의 보건 사업이다.

이로 인하여 보건 사업이 종래의 전염병 질환 관리와 방역, 가족계획, 영유아 보건 등에서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 건강증진, 정신 보건, 구강 보건, 만성질환 관리, 재활 사업 등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는 건강 생활 실천과 관련한 금연 클리닉 센터 운영, 영양 개선 및 운동 사업의 확대, 지역사회 중심 재활 사업 확대, 각종 의료비 지원 사업 확대, 맞춤형 방문 건강 관리 사업 도입 등 지역 보건의료의 실무를 담당하는 지역사회 자치 의료의 범위는 꾸준히 확장되었다.

이렇게 지역에서 책임져야 할 자치 의료의 범위와 주민들의 보건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으나, 공공 보건 기관의 인력, 조직, 예산 등 인프라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실질적인 사업 수행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인구 100만이 넘는 지역에 운동 실천율이나 음주율을 변화시켜야 하는 전담 인력이 각각 한 명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수행되는 사업도 지역 내 주요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닌, 상급 기관에 제출할 실적 위주로 수행되고 있다.

또한 인구가 많은 시·구에 보건소는 한 개에 불과하며, 모든 보건 사업이 하나뿐인 보건소를 중심으로 수행되기 때문에 보건소 근처의 주민들만 혜택을 보는 경우가 많아 지리적인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규모 있는’ 사업 수행 시급

따라서 향후 지역사회의 자치 의료는 다음과 같은 발전 방향이 요구되고 있다. 첫째, 공공 보건 기관의 인력, 조직, 예산 등의 인프라가 확충되어 지역의 건강 수준이 개선될 수 있을 정도의 규모 있는 사업이 수행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다만 이러한 인프라의 확충을 위해 공공 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관 활용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건강 문제를 사각지대 없이 해결하기 위한 인프라의 대대적인 확충이 공공 기관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간 기관의 활용의 예로서는 현재에도 광범위하게 시도되고 있는, 정신 보건 업무를 민간의 정신 보건 센터로 위탁하는 형태나, 더 나아가 일본의 경우처럼 보건소는 자치 의료의 행정과 지도를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직접 서비스는 민간에게 위탁하는 형식이 있을 것이다.

둘째, 지역사회 보건 기관들이 실제 지역의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중앙의 지침과 평가만을 눈치 보며 하는 실적 위주의 백화점식의 사업으로는 지역의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항상 자원이 부족한 현실의 세계에서는, 자원을 집중하여 중요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해결하는 기획과 전략 수립의 방법을 통해 지역의 건강 문제를 하나씩 풀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자원의 집중은 건강 문제별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취약 계층 밀집 지역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역 단위의 통합적인 접근의 예로서는 영국의 “Health Action Zone (HAZ)” 등이 해당될 수 있다. HAZ는 건강 수준이 낮은 빈곤 지역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의 행정 당국, 지역 의회, 지역의 공공 및 민간 자원이 서로 협력하여 건강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그램이다.

셋째, 지역사회 협력 및 조직화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 세계은행, 미국 등에서도 공중 보건의 목표 성취를 위하여 보다 더 적극적으로 민간 부문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활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보건의료 정책과 전략은 국가 재정 및 활동은 물론 민간 부문의 서비스 제공과 민간 재정을 포함해야 하며, 이러한 방법으로 보건의료 체계가 전체적으로 공익 목표 성취 지향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 보건 부문이 양적으로 취약하여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지역사회 협력이 매우 필요한 실정이나, 아직 이런 연계 체계가 매우 미흡하거나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역사회 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협력의 중심이 될 공공 보건 기관들이 협력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공 기관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일도 많은데 협력 시 발생하는 갈등이나 비용을 고려하면 협력을 하지 않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실적이 아닌 지역의 건강 수준 향상과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공 기관만의 자원으로는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사회 협력을 통한 자원 동원은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주민들의 관심과 욕구, 실천 중요

넷째, 주민들의 자치 의료에 대한 관심과 욕구, 더 나아가 실천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사회 보건 기관들이 지역 문제에 기반한 핵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건 기관의 보건 사업과 관련된 기획, 수행, 평가의 전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참여 기전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건강증진 사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보건 사업들은 지역 주민의 참여 없이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러한 지역 주민의 참여는 자연스럽게 보건 사업에서 지역의 우선순위가 반영된 사업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전만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왜냐하면 지역 주민의 대다수는 보건 문제와 자치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지역 자치 의료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의 가장 큰 걸림돌도 지역 주민들의 보건 문제와 자치에 대한 무관심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 정책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지방 의회 의원이나 주민들이 지역 문제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역 경제 발전이나 교통 문제이지 보건의료 문제에는 관심이 적기 때문에 상당 기간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자원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일상과 보건 문제에 근거한 보건의료 운동이 필요하다.

의료생협 활성화 필요

이러한 지역 주민의 일상에 기반한 보건의료 운동의 예로서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이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생협은 지역 주민 스스로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생활의 문제를 다루려고 조직한 자발적인 주민 협동조합이다.

의료생협은 지역 주민 조합원의 능력을 강화(empowerment)하고 있다. 의료생협은 지역 주민의 자발성과 참여의 바탕 위에 조직되어 건강 관리와 예방 활동, 가정 방문을 통한 왕진 등의 서비스를 수행한다.

다른 의료 조직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여기에 투입하여야만 하는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지만, 의료생협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에게 기초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능력을 강화시키고 참여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서비스가 자발적이고 참여적으로 가능하다.

현재의 지역사회 자치 의료를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최소한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의 구축, 지역의 건강 문제에 기반한 사업, 지역사회 협력의 문제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보건 문제와 자치에 대한 지역 주민 스스로의 인식과 참여가 필요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향후 10년의 자치 의료의 미래도 결국은 주민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만큼 진보할 것으로 보인다.

박웅섭(관동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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