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에 빠져 비린내도 ‘향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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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에 빠져 비린내도 ‘향긋’
  • 김병주
  • 승인 2010.02.02 17: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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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건치 광주전남지부 우승관 회원

 

비좁은 원장실 문을 밀치자 맨 처음 눈을 사로잡은 것은 가로 1.3m, 세로 1m쯤 되어 보이는 제법 큰 수족관이었다.

중고기, 참 중고기, 줄몰개, 참마자, 루치, 줄납자루, 각시붕어, 떡납줄갱이, 참붕어, 수수미꾸리, 납지리, 가시납지리…. 주인을 만났다는 듯이 줄줄 이름을 대기 시작하는데, 그저 아직 낯선 이름들일 뿐.

“민물고기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피라미나 붕어로 알고 있죠. 그러나 우리나라 민물고기도 알고 보면 종류도 많고 예쁜 게 많아요.”

우승관(37) 회원이 민물고기에 푹 빠진 건 지난해 봄부터다. 아토피가 있는 첫째 딸 주연(7)이를 위해 집에서 수생식물을 키워볼까 하다, 이왕 토종 민물고기를 한번 키워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

신안이 고향이라는데, 향수처럼 물이 그리웠던 걸까. 본격적인 물고기 채집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께부터다. 가족과 함께 뜰채를 들고 주말마다 영산강, 탐진강, 황룡강 지류를 찾아 집을 나섰다.

“처음엔 욕심대로 잡은 물고기를 다 집에 가져 왔어요. 그런데 갈수록 생각이 바뀌더군요.  채집에 필요한 몇 마리만 가져오고 대부분 그대로 살려 보냈죠.”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애들과 물고기도 잡고, 더불어 물놀이도 하고 가족과 나들이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 토종 민물고기만 220여종인데, 그 중 60여종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종입니다. 묵납자루라는 물고기가 있어요. 수묵화 같은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빛깔의 물고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호종이죠. 그런데 일본에서는 한 마리당 5만엔씩에 팔리고 있어요. 밀수출된 것이죠.”

카페에서 민물고기 동호회 활동을 해 오던 그는, 지난해 직접 ‘물고기 여행’(http: //cafe.daum.net/mulgogee)이라는 카페를 개설, 운영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에서는 독립 수계마다 그에 따른 고유종이 있게 마련인데, 그러자면 우선 가까운 지역 동호회원들끼리의 교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었다.

카페 회원은 어느새 200명을 넘어섰다.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채집여행을 나서기도 하는데, 올해는 더 잦아질 것 같다고. 카페를 잠깐 들려 유유히 날갯짓을 하는 물고기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각박한 세상사와는 한 발 비켜선 또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이다. 특히 그 안에서 비린내를 사랑할 줄 아는 회원들끼리 나누는 대화는 더 따뜻하고 오붓하다고.

사실 우승관 회원이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여 온 것이 있다면 바로 ‘광주시민센터’ 활동이다. 광주시민센터는 2003년부터 지역공동체 운동을 표방하며 활동해 온 지역운동단체. 주로 맞벌이 가정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방과후 공부방), 어린이 도서관 등을 운영하는 등 지금까지 봐오던 시민단체와는 사뭇 다른 활동방식으로 지역에 뿌리를 내려왔다. 그는 현재 서구지부장 직을 맡고 있다. 초창기 맨 바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씨름해 온지 3년여, 어느 덧 회원은 100명을 훌쩍 뛰어 넘었다. 

그 중에서 내심 가장 땀을 많이 들인 것은 광주 최초의 민간 어린이 도서관인 ‘아이숲 어린이 도서관’이다. 개관 2년차이지만 육아나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라면 한번쯤 얘기를 들어봤을 만큼, 유익하고 탄탄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톡톡히 그 이름값을 치르고 있다. 특히 바쁜 일상에서도 좋은 일을 위해 기꺼이 자기 시간을 낼 줄 아는 주부들의 ‘힘’을 발견한 것은 값진 교훈이기도 했다.

특히 지역에 눈을 뜬 건 각별한 경험이었다. 들여다볼수록 하나하나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다는 것이었다.

지역민들과 함께한 ‘금당산 지킴이’ 활동 중, 서구청과 한 차례 공방전을 치른 금당산 가로등 설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야간 등산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등산로 곳곳에 한밤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가로등을 설치하겠다는 발상이 그것. 광주시가 천혜의 자연녹지를 갖춘 중앙공원에 유스호스텔을 짓겠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회원들과 함께 5월부터 계속 모니터링을 해왔어요. 동네 생태지도를 한번 만들어 볼 생각이죠. 생활 가까이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느껴보게끔, 생태학적 여가공간으로서 금당산의 가치를 새로 발견해 보고자 하는 것이죠.”

어쩌면 거대 담론들 앞에 작고 미미한 것에 불과 할 수도 있는 일.

“말로만 할 건 아니죠. 생활 현장에서부터 좋은 미래의 대안을 만들어 봐야, 그것에서 또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늘지 않겠어요.” 그가 꿈꾸는 미래다.

* 이 글은 건치 광주전남지부(회장 김기현) 2009년 소식지에 게제된 글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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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4 10:15:03
오호, 우승관샘 멋진걸. 매운탕 끓여먹는것만 좋아할것 같았는데.^^

김기현 2010-02-04 14:08:17
출마하신다고 하니,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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