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증진 사업! 접근 패러다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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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증진 사업! 접근 패러다임 바꿔야
  • 고광욱
  • 승인 2010.02.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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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 10년 회고·10년 전망](15) 건강증진사업

 

보건소 ‘건강증진 사업’의 연혁

보건소를 중심으로 확산돼 온 ‘건강증진 사업’이라고 불리고 있는 사업이 대한민국에 도입된 지도 어느덧 십 년이 넘어간다.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제정으로 건강증진에 대한 국가 정책이 처음으로 시작됐다. 그 후 1997년 국민건강증진기금 조성으로 재원이 확보되면서, 1998년 10월 9개 보건소를 시작으로 1999년 9개 보건소가 추가돼 총 18개 보건소가 2001년 6월까지 3년간 건강증진 거점 보건소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이 때는 ‘건강증진 활동’ 외에 각종 질병 관리 프로그램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했다. 금연, 절주, 운동, 영양 등 소위 건강 생활 실천 사업이 보건소에서 추진된 것은 2002년 10월 이후 제2차 건강증진 시범사업 기간부터다.

이 기간 동안 건강증진 사업은 100개 보건소에서 2004년 156개 보건소로 확대됐다. 2005년부터는 건강증진기금의 대폭적인 확충과 더불어 건강증진 사업이 전체 보건소로 확대됐고 금연, 운동, 영양, 절주 사업 모두를 기본적으로 수행하도록 의무화됐다.

그러나 이후 ‘건강증진 사업’의 명칭, 수행 체계, 사업 내용과 전략이 계속 변화를 보이다가 2008년에는 ‘지역 특화 건강 행태 개선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됐다.

즉 명칭도 ‘건강증진 사업’과 ‘건강 생활 실천 사업’으로 혼용되다가 ‘건강 행태 개선 사업’으로 바뀌었거니와, 사업 내용에 있어서도 금연, 절주, 운동, 영양(비만 포함)으로 수렴됐다가 금연 사업이 별도로 분리됐다.

이와 더불어 2006년도부터는 각 시도별 건강증진사업지원단이 설치됐고 지역별로 ‘건강증진 실무전문가 양성과정’(FMTP)과 같은 교육 훈련 과정이 실시되고 (중앙)건강증진사업지원단을 통한 연구 사업도 지속돼 왔다.

‘건강증진’의 개념

‘건강증진’이라는 용어는 사용하는 사람과 그 정황에 따라 너무나 다양하게 쓰이게 되었지만, 1970년 말까지는 실제로 쓰이지 않는 용어였다가 1980년대 초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개념이 정리된 고유 명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초기에는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행동을 바꾸려는 활동이었다가 일련의 WHO 회의를 거치면서 사회적 및 환경적 초점이 추가되어 재정립된 용어인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건강증진에 대한 ‘오타와 헌장’에서는 “‘건강증진’이 건강을 개선하도록 건강에 대한 관리 능력을 높이도록 능력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정의돼 있다.

또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와 열망을 찾아 실현하며 환경에 적응하거나 환경을 바꾸어 나가야 되므로, 건강이 무슨 추상적이고 객관적인 목표가 아니라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하여 건강을 신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개인적 자원을 강조하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보았다.

따라서 ‘건강증진’도 단순히 보건 분야만의 책임도 아니요, 건강한 생활 습관 만들기를 넘어서는 개념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 환경적 개념은 건강한 공공 정책,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차원에서의 건강 지원적 환경 등 일련의 국제회의를 통해 더 다듬어지고 변화하게 됐다.

회고와 전망

세계적으로는 사망 통계가 잘 정리돼 있는 영국이나 캐나다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된 결과에 의해 영양과 위생적 환경의 개선과 같은 공중보건적 조치들과 현대 의학의 성과에 이어 질병과 사망에 있어서 생활 양식이 중요하다는 1970년대의 발견(The Discovery of Lifestyle)은 생활 양식 변화의 초점이 알마아타 선언과 오타와 헌장 등을 통해 1980년대에는 건강 형평성에 기반을 둔 사회 환경적 관점으로 변화돼 ‘건강증진’의 개념이 확립되고 건강 도시(Healthy Cities) 운동과 건강 영향 평가(Health Impact Assessment) 등과 같은 구체적 방법론도 개발되게 됐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어떠했는가? 라롱드 보고서로부터 계산하면 20년이 지나 ‘건강증진 사업’이 소개됐지만 건강 형평성과 사회 환경적 건강증진 접근에 대한 관심은 어떠했는가?

최근의 ‘건강증진 사례집’의 내용, ‘건강 도시’ 운동과 ‘건강 영향 평가’ 도입 노력 등을 보면 건강한 변화의 단초가 감지된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접근 틀 자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던가 한다.

국가 주도의 ‘압축 성장’을 통한 한국 경제에서의 ‘영광의 30년’이 끝나가던 1990년 중반 이후, IMF 경제 위기와 중산층의 붕괴 및 비정규직의 증가 등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 하에서의 사회 경제 환경적 변화로 고통 받는 국민들의 건강에 ‘건강증진 사업’은 조금이라도 기여하여 왔던가?

앞으로 10년간 의학적 건강증진과 개인 행태적 건강 행태를 넘어 사회 환경적 건강증진으로 나아가는 데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공공 보건의료 자체의 앞날이 예측 불가능한데 ‘건강증진 사업’이 그 접근 틀(패러다임)을 바꾸어 새로운 공중보건 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변화무쌍한 사회 경제 환경 변화를 헤쳐 나가면서 건강 형평성에 기반을 두고 폭 넓은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들에 대처하는 ‘건강증진’ 본래적 의미의 내용을 채워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제 곧 돌아오는 정치의 계절. 2010년 지방 선거, 2011년 국회의원 선거, 2012년 대통령 선거가 연이어 돌아오고 경제적 변화는 예측 불가능하다.

그 속에서 ‘건강증진’은 보건 분야라는 우물 안에서의 행정 집행적 태도를 넘어 지역의 참여와 파트너십에 기반을 두고 각 분야의 변화를 추동해 내는 조정자, 옹호자, 능력 부여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은 분명 이 글을 읽는 한 사람에게서 출발할 것이다. 그와 함께 하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서 시작될 것이다.

고광욱(고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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