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료! ‘限의학’ 넘어 ‘韓의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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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료! ‘限의학’ 넘어 ‘韓의학’으로
  • 한창연
  • 승인 2010.02.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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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 10년 회고·10년 전망](19) 한방의료

‘한약분쟁’ 통한 한의계의 성장

지난 10년을 평가하는데 빠트릴 수 없는 것이 한약분쟁일 것이다.

1993년 1월 30일 약사법 시행규칙 제1항 제7호(약국에서 재래식 약장 외의 약장을 두어 이를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로 촉발된 한약분쟁은,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한약’을 둘러싼 한의사회와 약사회의 의료 일원화 논쟁 과정을 통해 한방 의료에 대한 가치 재평가를 낳았다.

동시에 한약분쟁은 외부적으로는 한방 의료가 국민 보건의료 속으로 내딛는 사회화 과정을 촉발했다.

그 전에도 한방 의료는 (양방) 의료, 치과 의료와 더불어 보건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으나, 건강보험 적용 및 연구 개발 투자 등 각종 제도적 지원에 있어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 열세와 박탈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하여 한의대에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한의계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잡게 되는 1990년대 중․후반 시점부터 한방 의료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제도적 지원 부족에 대한 불만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1990년 이후 10년 동안 한의사 인력이 2.1배 많아져 한의계 내부에서 계층화가 이뤄졌다는 점과 함께, 한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고 졸업한 한의사들이 의료 서비스 영역 내에서의 실체법상 의사와의 대등한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한방의료 건강보험 적용 왜곡 개선돼야

사실 1980년대만 보더라도 전체 보건의료계 내 한의사 인력 및 한방 의료는 극히 미미했다.

1987년 적용된 한방 건강보험 급여는 1984~1986년 간 시범 사업을 실시한 이후 1987년 2월 침구, 부항, 진찰, 입원에 급여 범위를 국한해 시작했고 1987년 4월 68종 단미․혼합 엑스제로 구성된 26개 처방으로 약제비 급여를 실시해 현재 56개 한약 제제 처방이 건강보험 적용되고 있다.

또한 검사료를 신설하고, 침의 종류에 따라서 급여 항목을 세분화하며, 기존의 급여 항목 외에 추가적으로 급여를 확대하는 등 제한적이긴 하지만 꾸준히 보험 급여 확대를 이루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건강보험의 한방 진료비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1998년 한방 의료기관의 총진료비는 3천억 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3.17%에 불과했지만, 2006년 총진료비는 1조 2천억 원으로 늘어나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9%로 성장했다.

한방의 건강보험 진료비 확대는 동시에 한방 의료의 진료 영역을 기존 만성 통증성 질환 및 내상성 질환을 넘어서 감염성 질환 및 호흡기계 질환 등으로 다양화한 데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

다만, 한방의료의 경우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진료비 중 약제비가 1994년 27.79%에서 2006년 1.94%로 기형적인 추세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한방 의료의 건강보험 적용이 왜곡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아직도 한약은 보약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일반 국민들이 이용하기에는 고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는 향후 한방 의약분업 제도 도입이 논의가 될 시점에는 반드시 해결돼야만 할 숙제로 남을 것이다.

현대 의학의 한계로 재조명되는 ‘한의학의 잠재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한의계는 어느 집단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발전을 해 왔고 지금도 그 발전의 과정 중에 있다.

사립대 위주의 한의과대학을 넘어서 국립대 한의대가 설립됐으며, 국책 기관으로 설립된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그동안 문제 시 돼오던 한의학의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라는 역할과 책임을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아 한의학 연구를 하고 있다.

더욱이 1998년 한의과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신설돼 일차보건의료 현장에서 국민들과 한의학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고, 2004년에는 한의약육성법이 제정돼 한의약 육성 발전의 기틀이 마련됐다.

이러한 변화는, 내부적으로는 변화에 대한 한의계의 욕구 분출이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긍정적인 점과, 외부적으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현대 의학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보완 대체 의학이라는 이름하에 한의학의 잠재력이 재조명되는 상황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한방 의료의 기회와 기대 사이에서

지금 한의계는 지난 10년간의 도약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10년 동안 비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일차적으로 한의계는 연구 개발을 통해 한의약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동시에 기존 치료와 비교하여 비용 효과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입증해야만 한다.

매년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국가적인 문제로 신문 지상에서 회자되는 상황에서 한의학은 노인 인구를 비롯해 다양한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만성질환 관리에 효과가 있으며 국민적 선호도도 높은 한방 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는 비용 효과적인 장점도 있다.

또한 한의계는 국가 보건의료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 참여해 일선 의료 현장에서도 기존 보건 사업들과 연계하여 국민들이 그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의학의 우수성을 보여 주고 한의학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구축하는 기회를 마련해야만 한다.

적극적인 한방 의료 정책을 바라며…

아울러 이 과정에서 정부는 한의학의 가치에 대한 인식 및 평가를 바로 하여야만 하며 한의학이 국가 보건의료 체계 내에서 올바른 모습과 역할을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적 지원 및 재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3국 중에서 전통 의료 서비스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범위가 가장 협소하고, 특히 국립의료원을 제외하고 공공 보건의료 체계 내 한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방병원 및 2․3차 병원이 없다는 점은 정부의 한의학 육성 발전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의료 산업 및 생명 공학 산업을 선두로 내세우면서도 국가 연구 개발 예산에서 한의학이 차치하는 비중이 2007년 현재 국가 연구 개발비 총액의 0.05%에 불과하다는 점은 정부 스스로 한의학을 육성, 발전시키기보다는 이익 집단 달래기 수준의 정책 추진을 해 왔다는 비판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러한 오해와 불신을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는 기존의 획일화된 의료 체계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의료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한의학의 역할과 임무를 보다 분명히 하고 동시에 한의학이 국민 의료에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과의 관계…그리고 한의학의 미래

이제 한방 의료는 그동안의 ‘한의학 발전 및 한방 산업 육성’이라는 원론적인 주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건의료 체계 내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내용을 채우는 과정 속에 있다.

앞으로 10년간 한의학이 국민들과의 어떠한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한방 의료의 위기와 기회가 동전의 양면처럼 다가온다는 점을, 정부뿐 아니라 한의계 스스로가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한창연(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신기술개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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