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밝 송학선의 사진으로 쓴 여행 보고서1 “소외 그리고…”
날짜도 기억나는군요. 1977년 7월 18일, 낙산사 홍련암이었습니다.
활짝 열린 법당 마루에 유난히도 코끝이 뾰쪽한 버선으로 엇갈리도록 사뿐히 즈려밟으며 곱게 먼지를 쓸고 있는 고운 비구니 한 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뿐입니다. 그런데 그 장면은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되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감동의 저장창고로 내 마음 한구석에 쌓여 있는, 표지가 떨어진 채 너덜너덜 굴러다니던 <라이프>잡지 속 사진들과 겹쳐 오십대 중반의 나이에도 문득 떠오르는 풍경들이 살아온 날들처럼 다채롭습니다.대학시절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 방황하던 때가 있었고, 또 가슴 한구석엔 젊음과 함께 보낸 답답하던 시절의 흔적이 얼룩얼룩 남았습니다.
또 오래된 친구들과 술과 낭만과 함께 게으름으로 보낸 시절이며, 그 멋진 친구들의 민주화 운동이며 보건의료운동, 건치운동, 환경운동, 평화운동, 지역시민운동 주변을 맴돌며 치과의사로 살아온 중늙은이의 인생사도 얼룩져있습니다.
이제 틈틈이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떠나면 고약한 사냥꾼이 마구잡이로 총을 쏴 대듯 사진 사냥을 합니다. 사진기는 영상만 훔쳐오지 생명을 빼앗지는 않는다는 핑계로 말입니다. 이렇게 사진을 찍을 때도 엉뚱하게도 문득문득 마음속 풍경들이 아름다움으로 또는 아픔으로 되살아나곤 합니다.
내 마음속 또 다른 풍경, 길에서 만난 소외된 사람들과 희망을 담은 여행 보고서를 부끄럽게 내 놓습니다.
가난과 차별 그리고 소외가 없는, 생명가치가 존중받는 시대가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이 사진들이 여러분들 마음속 풍경하나를 깨워 되살려 낼 수만 있다면 또한 더 바랄게 없지 싶습니다.
세알콩깍지에서 콩밝空朴 송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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