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 복지서비스로 영역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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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 복지서비스로 영역 확대해야
  • 이영문
  • 승인 2010.03.05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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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 10년 회고·10년 전망](20) 정신보건

 

정신보건 정책의 수립과 실행은 다른 보건 정책과 공유되는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정부에 의해 채택된 원칙이나 과정을 ‘정책’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포함되어야 하며, 정책을 통해 사회 유지와 재생산을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이 분배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자원과 권리의 분배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정신보건 분야는, 입원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병원 조직과, 지역사회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비병원(비시설화)이라는 양대 시스템을 적절하게 운영해야 하는 구조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보건 체계 중에서는 가장 관리하기가 어려운 영역이다.

그 주된 이유로 정신보건 영역에는 사회의 강한 편견이 늘 작용한다는 것과, 전문가 집단 안에 정신 장애의 이해에 대한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신보건법 제정 15년! 어떤 변화 있었나?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1995년을 기점으로 지난 15년간 우리나라 정신보건 체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의 발전과 정신 사회 재활 치료의 확산이 한 축을 차지하게 되었지만, 반대로 입원/입소를 중심으로 하는 수용 중심의 정책 또한 강화되는 모순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구 정신보건 정책의 역사에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일어난 입원화 운동과 1950-60년대에 집중적으로 벌어진 탈수용화(deinstitutionalization) 및 지역사회 정신보건 양면이, 지난 15년간 동시에 전개되는 이행기적인 모습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모순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기적 현상으로 해석해야 할지, 딜레마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모순이 아니라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하려면, 향후 전개될 정신보건정책과 실행의 방향과 규모가 발전 과정 중에 있다는 예측이 전제되어야 한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중심이 되어 서울시, 경기도 등이 새로운 정신보건 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하고 있다는 점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정신보건 정책을 가질 수 없는 광역 자치 단체나 기초 자치 단체가 존재하는 것 또한 현실이며, 이를 무시한 채 우리나라 전반의 정신보건 정책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가설도 의미가 없다.

2009년 5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164개의 정신보건 센터가 운영 중이며, 경기도 31개 시․군 전역에 35개소, 서울시에 20개소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수도권을 제외한 타 지역의 정신보건 센터는 예산 2억 원 미만의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 사회 복귀 시설은 186곳이 운영 중인데, 이용 시설이 83개로 가장 많으며, 주거 시설이 75개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시에 36%인 69개가 설립되어 있는데 사회복지 관련 인프라가 가장 많은 점을 반영하고 있다. 민․관․학 협력 모형을 통해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과 16개 광역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정부 조직과 함께 매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신보건정책 향후 숙제는?

그동안 정신보건에 대한 방향 전환에 큰 진전이 있었으며, 전문가 그룹에 의한 정책 개발에 국가와 지역사회가 효과적으로 개입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정신보건의 전체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 방향은 숙제로 남아있다.

첫째, 지역 정신보건 사업에 대한 국가의 목적과 목표, 각 지방 자치 단체나 관련 기관의 역할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2009년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국가 정신보건 정책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명기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광역 및 기초 자치 단체들에게도 정신보건 계획 수립이 의무화되었다. 현재 지역적으로 정신보건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한 곳은 서울시, 성남시, 수원시 등이 있다.

각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지방 지원단 등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지방 자치 단체별로 정신보건의 인프라를 계획성 있게 확충해야 한다.

둘째, 장기 입원 중인 정신질환자의 탈수용화에 대한 접근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정신 장애인의 탈수용화는 지역 정신보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탈수용화는 입원·수용된 정신 장애인을 퇴원시킨다는 단순한 개념은 아니다.

탈수용화에는 지역사회 내에서 거주하는 정신질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 환자들의 보호 부담을 안게 되는 가족들에 대한 지원 체계, 지역사회 주민들의 정신질환자 사회 복귀에 대한 호응과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부의 뚜렷한 의지 표현과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사회 정신보건 사업의 주된 대상인 만성 정신질환자의 사회 복귀와 재활을 위해서는 보건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2000년부터 만성 정신 장애인이 장애인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으나 아직 이 문제는 다른 관련 법규와 더불어 많은 부분이 해결되거나 완화되어야 한다.

이번에 개정된 정신보건법에 따라 광역 정신보건 센터를 비롯한 정신보건 센터와 다양한 사회 복귀시설이 설치되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 정신보건 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 방안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행되고 있는 지역 정신보건 사업의 사업 운영비는 대개 지방 자치 단체 등 공공 기관에서 부담하고 있으나 포괄적인 서비스 제공과 사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 시설의 확보에는 모자라는 형편이다.

지역사회 정신보건 사업이 확대되는 최근의 양상을 볼 때, 공공 기관에서 부담해야 할 예산은 점점 늘어나지만 각 단위 지역에서는 예산이 항상 모자랄 것이고 이는 향후 지역사회 정신보건 사업의 확대와 수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다섯째, 지역 정신보건 사업에 대한 평가 방향과 내용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지역 정신보건 사업의 평가는 단순하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효과 평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계획되고 실행된 지역 정신보건 사업이 서비스 이용자의 정신보건 요구를 충분하게 반영하였는지, 사업 계획이 원래의 목표와 소비자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세워졌는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원 동원과 제공 과정은 합리적인지, 사업의 수행을 위한 지방 정부의 전반적인 지원 체계는 효율적이었는지 등에 대한 평가 자료가 지속적으로 생산되어야만 정신보건 정책의 목표 설정과 우선순위 결정, 사업의 수정이 올바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신보건사업 ‘이해 Up’ 필요

순기능이 많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는 정신보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전문가 내부에서, 특히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입원 병실을 가진 기관 종사자들에게 지역사회 정신보건은 진정성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 실천하며 보낸 값진 시간들을 다시 조화롭게 엮어 내야 할 시기이다. 일도 많고 보람도 많았으며 갈등도 있고 해결해야 할 숙제도 가득하다. 그러나 1990년 초부터 지금까지 15년 이상을 정신보건에 종사한 입장에서 볼 때,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오늘의 값진 결과를 만들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민중 참여적인 모든 운동은 결국 사람과 그 문화가 남는다. 또한 그 문화는 인간이 갖는 고결함(dignity)과 신념(power of idea)의 상징이다.

신념은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정신보건 정책을 창조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정신보건과 재활 서비스에 헌신한 수많은 분들과 이 글을 나눈다.

이영문(아주대 교수,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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