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해 저물면 마음도 집으로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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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해 저물면 마음도 집으로 들고
  • 소종섭
  • 승인 2010.03.08 16: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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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의 포토에세이

 

▲ ▲ 소종섭 作. <가을이네 집>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집 하나는 짓고 산다.
그게 곤한 현실 저편의 안식처처럼 막연한 것이든
자신을 몰아붙이는 욕망의 대상이든
혹은 문득 문득 떠오르는 과거 어느 한 때 머물렀으리라 기억되는 희미한 공간이든.
누구에게나 가끔씩 찾아 드는 저마다의 집이 있다.

제주도 자연 속에 숨겨진 황홀을 훔친 대가로 루게릭이라는 형벌을 받았다는 사진가 김영갑. 그는 죽음 앞에서 가누기조차 힘든 몸으로 폐교를 갤러리로 꾸미는 일에 집중했다. 자연이 주는 메시지를 통해 영혼의 구원을 꿈꾸었다는 그가 품었던 집은 자연에 자신을 바치는 제단과 같은 것이었으리라.

칼 융은 노년에 첫 번째 둥근 집을 세우기 시작한 이후 12년에 걸쳐 건물을 확장했으며 아내가 죽은 지 1년이 지난 후에야 모든 건물을 완성하였다. 30년이 넘는 세월이었다. 그의 건축 작업은 결국 정신적 전체성의 상징을 이루게 된 과정이었다고 했다.

영화 '위대한 침묵'의 카르투지오 수도원. 누군가가 그 곳을 찾아 서약을 하고 의식을 치른다. 수사들은 공동체로 살아가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수행하며 조그만 독방에서 지낸다. 그들은 창가 작은 선반에서 음식을 먹으며 계절이 바뀌어가는 것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본다. 고요함이 사위를 에워싸고 수사들은 '겸허하기 그지없는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보고 듣고 느낀다.

해 저물면 사람들 제각기 집으로 돌아가듯이
인생의 어느 시기에 이르면 그가 품어왔던 집으로 찾아든다.
그제야 집은 성찰과 미래에 대한 겸손함 위에 쌓아 올린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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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욱 편집위원 2010-03-18 11:58:24
사진에 부가된 글이 좋습니다

전민 2010-03-12 11:17:23
듣기만해도 푸근해지는 마음의 고향이 되기를. ... 요즘 집들은 아파트니 연립이니 심지어 개인주택조차도 개성이 없어서 아쉽네요. 그런데'소포'라는 제목이 뭔지 금방 와닿지가 않는데 좋은 작명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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