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3]지방은 식민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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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3]지방은 식민지인가?
  • 전민용
  • 승인 2010.03.2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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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식민지다' 강준만 저. 개마고원.

 

2009년 가을 2010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시기에 몸담고 있는 포럼에서 2010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내용의 토론회를 하게 되었다.

포럼을 준비하기 위해 몇 분에게 의견을 구하고 인터넷서점을 통해 ‘지방자치’ ‘지방선거’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 보았다. 검색하면서 놀란 것은 의외로 지방자치나 선거에 대한 대중적인 책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있다면 지나치게 학술적인 것이거나 선거용이거나 나온 지 너무 오래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 고른 책이 2008년 말에 출판된 강준만의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책이다.

현재 수도권 집중 문제는 도를 심각하게 넘어서고 있다. 2002년 통계로 볼 때 서울은 중앙행정 기능의 100%, 경제 기능의 76%, 정보 기능의 93.6%, 국제 기능의 92.7%를 보유하고 있다. 수도권의 국토면적은 12%지만 전체 인구의 50% 가까이가 살고 있다. 100대 기업체 중 95개, 공공기관의 90%가 몰려 있다.

▲ '지방은 식민지다' 강준만 저. 개마고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 역시 출발은 수도권 집중 문제를 완화시킨다는 선의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이런 정신은 실종되고 세종시 개발의 문제로 변질되고 말았다. 심지어 무분별한 수도권 규제 완화가 공공연하게 주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 인구 감소의 원인 중 1위는 먹고사는 문제이고 2위가 교육이라고 한다. 심지어 지방에 기업을 유치해도 번 돈은 대부분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가고 지방민들은 저임의 단순 노동자로 일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전체 세금 중 지방세의 비중이 0.22% 밖에 되지 않아 지방정부의 재정에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지방은 땅 빌려주고 공해로 고통당하고 실익은 거의 없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최장집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정치권력 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자원들이 수도권이라는 단일 공간으로 집중되는 ‘초집중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심한 것이 교육 초집중화이다.

서울에 재학 중인 대학생 중 절반이 지방 출신이고 등록금만 연간 9000억에 달한다. 거기다 지방의 고교생은 물론이고 대학생들까지도 방학만 되면 학원을 찾아 서울로 간다. 방학 동안 남편은 집에 둔 채 자녀를 강남의 학원가에 보내기 위해 서울에 가서 생활하는 ‘서울 기러기 엄마’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지방의 돈이 교육을 명목으로 서울로 향하는지 통계를 잡을 수도 없는 지경이고, 삶의 황폐함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는가?

지방정부를 권한과 세원과 인재가 없는 3무정부라고 한다. 그렇다고 지방의 권한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것이 지방 토호세력과 부패의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 많고 이를 감시할 지방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제대로 성장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원이 별로 없는 지방정부는 중앙의 지방예산을 따내기 위해 중앙정치에 힘 있는 연고나 인맥의 줄을 찾아 나서게 되어 지방의 예속을 부채질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그나마 따낸 예산은 대부분 과시용 토건공사에 사용되고 건설사들 배만 불려주는 경우도 많다.

20년 지방 분권 시대의 자화상이다. 책에는 수도권 집중화 문제와 지방의 정치, 행정, 교육, 문화,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문제점과 지방이 어떻게 식민지화되고 있는지를 드러내주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대안들도 여러 가지 제안하고 있는데 그 중에 지방교부금의 투명한 분배 시스템의 구축, 교육 집중 문제의 해결, 지방 언론의 활성화와 시민단체의 역할 정립 등이 기억에 남는다. 주로 언론 보도를 근거로 글이 전개되고 있어 현실에 대해서는 생생하게 접할 수 있지만 대안에 대해서는 좀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저자의 경력으로 볼 때 그것은 또 다른 사람들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의 부속물로 치루어지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이 이기고 누가 당선될 것인가를 넘어 바람직한 지방자치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한 번 쯤 읽고 고민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보너스로 이 책 248쪽에는 건치회원인 강신익 교수의 지방문화와 관련된 글에 대한 저자의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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