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제로 유턴’ 등록금 그대로 1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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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제로 유턴’ 등록금 그대로 1천만원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0.03.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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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석사 통합 ‘6년제 치전원’ 급부상…정책토론회서 정필훈·최재갑 원장 제안

학사와 석사를 통합한 6년제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대학원) 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국치과대학장·치의학전문대학원장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인 정필훈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장이 ‘6년제 대학원제’ 도입을 공식 제안했으며,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도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과 한나라당 신상진, 박영아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학교육제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정필훈 원장은 이와 같이 제안했다.

학제 개선안 발표 앞두고 ‘여론몰이’(?)

▲ 서울 치전원 정필훈 원장
2005년 의·치학계의 반대와 우려에도 대학원제를 도입한 교과부는 2009년까지 시행한 이후 평가를 거쳐 지속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한 바 있으며, 작년 6월부터 ‘의·치의학교육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평가를 진행해 왔다.

그리고 교과부는 위원회 평가소위에서 논의한 최종 결과를 3월 말 또는 4월 초순경 치·의학 교육 학제 개선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개최된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이하 협회) 신좌섭 전문위원과 협의회 정필훈 회장,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 김무환 평가소위원장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또한 서울대 물리학과 오세정 교수,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윤태영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정남식 학장,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최재갑 원장,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노정혜 자문위원, 교육과학기술부 김관복 대학지원관의 패널토론 및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치의학 교육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 나선 협의회 정필훈 회장은 '6년제 학·석사 통합 대학원제도'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정필훈 회장은 "대학원제는 다양한 전공의 인재 확보가 가능하고, 성취동기가 분명하며, 졸업 후 박사과정으로 입학이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공계 졸업생의 탈이공계 현상 극심에 따른 국가경쟁력 약화, 양성기간 및 비용 증가로 진입장벽 발생, 제2의 고시화에 대졸자 적체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정 회장은 "졸업연령 증가로 진로선택이 급해지고, 개원선호 경향의 증가로 다양한 배경의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당초 목적이 무색해졌다"면서 "6년제의 학석사통합 전문대학원제도로 전환해 고등학교 졸업자와 4년제 대학 졸업자가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교수들 ‘6년제로 회귀’ 요구 높아

협의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수의 학생에 대한 만족도는 치대생의 경우 91%인데 반해 치전원생은 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학원제 도입에 따라 군필자 비율이 급증해 평균 82%에 이르며, 이로 인해 군의요원과 공중보건의 지원이 급감했다.

특히, 교수들은 기초치의학전공자 증가로 치의학 R&D 발전과 임상교육 내실화로 숙달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애초의 목적 달성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 8년의 대학원제를 6년제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것이다.

정 회장에 따르면, 11개 치대학장 및 치전원장들은 지난해 12월 12일 열린 협의회에서 ▲치과의사 양성제도는 6년제가 돼야 한다 ▲전체 학생 중 4년제 대학 졸업자 수용비율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치과대학에서 전문대학원으로 체제 이행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체제 이행 준비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는 3가지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당시 협의회 합의사항을 전달하는 한편, ‘'6년제 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6년제 전문대학원 제도에 대해 정 회장은 "치과의사 양성교육을 4년에서 6년으로 내실화할 수 있다"면서 "예과에 맡겨졌던 교육부분을 치과대학이 관리함으로써 치의학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적절한 시기에 수행할 수 있다"고 장점을 밝혔다.

▲ 경북 치전원 최재갑 원장
또한 정 회장은 "치과의사 양성교육에서 기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전공의 인재확보가 가능하다"면서 "고졸 학생들의 입학으로 학문후속세대 양성이 용이하고, 군의요원, 공중보건의 등 1차 진료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지방 의·치전원 육성대책 마련도 필요

패널토의에서 최재갑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장도 '6년제 학석사 통합 대학원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재갑 원장은 대학원 전환 후 장점으로 ▲교수 충원 등 교육의 질적 향상 ▲학생 면학태도 향상 및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전문연구요원 양성 가능 등을 피력했고, 문제점으로는 ▲신입생의 고령화 ▲지방치전원에 수도권 출신자 입학비율 급증 ▲성적의 하향평준화(졸업할 만큼만 공부) ▲이해타산에 민감(인성교육 부실 우려) ▲군의관 요원 고갈 ▲의료인 양성비용의 과다 등을 제시했다.

개선방안으로 최 원장은 학석사통합과정인 '6년제 치전원제' 도입과 의료인 양성제도의 일원화, 지방 의치전원 육성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학제 선택권·고졸자 선발비율 ‘대학 자율에 맡겨야’

의과는 ‘6년 대학원제’를 제안한 치과와는 달리 현존하는 2개의 학제를 그대로 두고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의학교육제도 개선의 방향 발표에 나선 협회 신좌섭 전문의원은 현 의전원제도의 문제점으로 ▲교육과정은 동일하나 학위는 다른 문제 ▲교육기간 연장 및 높은 등록금 ▲이공계·자연계가 의전원 입시준비기관 전락 ▲대학원 재수생 증가 따른 무형의 국가적 손실 증가 등을 지적했다.

신좌섭 위원은 "의학교육 제도를 둘러싼 현 갈등상황은 교육외적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의학교육 학제변화를 정부의 일방적 압력에 의해 추진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라며 "협회의 입장은 3개의 제도가 공존하고 동일 교육과정에 이종학위를 수여하며, 이공계자연계 대학을 의학교육희망증후군으로 파행시키는 현 상황을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 위원은 "대학원제가 누구를 위한 제도이며, 정책목표가 무엇인지 제도를 강제한다고 해서 목표가 달성될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되물어야 할 때"라며 "추진정책 자체가 크게 훼손되면 책임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지만, 어차피 2009년 '평가해 결정키로 한 것이므로 지금 후퇴한다고 해서 책임을 물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 위원은 "제도 선택과 대졸자고졸자 선발 비율은 대학이 자율로 결정토록 하면 된다"면서 "대학원제를 둘러싼 논쟁을 생산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의학교육의 개선, 의생명과학의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등 다각적 방안을 정부와 의학교육계가 함께 마련하는 새로운 판으로 국면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6년 대학원제! ‘실패한 정책’ 덮어두기용 ‘묘책’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교과부 김관복 대학지원관은 평가소위에서 ▲대학과 대학원제 2개 체제 공존 ▲고졸자·대졸자 유연하게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학제(학석사 통합 6년 대학원제) 도입 2가지 안을 놓고 최종 조율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김관복 대학지원관은 “6년제 대학원안은 비중이 있는 안 중 하나지만, 법학전문대학원 처럼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학제선택 및 고졸자·대졸자 선발비율을 대학자율에 맡길 경우 병행체제 대학 대부분이 일시에 대학으로 회귀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즉, 교과부는 ‘6년제 대학원’을 도입하되, 고졸자·대졸자 선발비율은 통제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현재 국회에는 ‘학·석사 통합과정’을 허용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6년제 대학원’ 도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커 귀추가 주목된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정책연구회 관계자는 “사실상 대학원제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정책 실패를 덮으려 또 다른 좌충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6년 대학원제’는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 회피(정부) ▲고졸자 선발 가능 및 높은 등록금 유지(대학) ▲대학원 입시준비자 반발 완화를 모두 충족시키는 최상의 접점이라는 것이다.

다만, 기존 대학과 똑같은 교육과정을 들으면서도 1천만원에 육박하는 한학기 등록금은 6년간이나 내고, 3학년부터는 편입한 이공계 대학 졸업자들과 거북한 관계를 유지하며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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