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 부처이기와 정당 힘겨루기의 희생양(?)
상태바
국민연금 운용, 부처이기와 정당 힘겨루기의 희생양(?)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4.11.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연금기금운용 관련 논란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국민연금기금운용 관련 발언(11/19) 이후 당·정·청이 21일 국민연금기금운용 관리주체를 독립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와 관련한 논란과 혼선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된 논의의 핵심은 특정 정권 혹은 행정부처의 근시안적인 기금사용이나 연기금을 재정수단화하려는 유혹으로부터 어떻게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가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기금운용 통제권을 갖는 것이 복지부냐 경제부처냐 식의 왜곡된 논란으로 이어져서는 안됨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를 다변화하고 연금기금을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활용하자는 것은 그 방향에서 타당하나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합법적 권한을 무시하는 것으로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자 현행 법률에도 반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 우리는 국민연금기금운용이 법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운용될 때 국민의 불신이 가중됨을 지난 10년동안 목격해 왔다.

참여연대는 수년전부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독립화를 주장해 왔으며, 지난 8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설치등에관한법률’ 제정안를 국회에 청원한 바 있다. 이에 우리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독립화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밝히는 바이다.

첫째,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위원회의 독립성은 경제부처만이 아니라 복지부를 포함한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며, 이는 그 구성에 있어서 가입자 대표를 비롯한 민간위원이 과반수 이상을 점해야 함과 함께 위원 추천에 있어서 정부의 일방적 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정부인사로 구성된 국민연금정책협의회를 구성,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선임 등의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저해하려는 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는 과거 국민연금기금의 관치를 재현하려는 기도이다. 또한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경제부처로부터의 독립으로 그 의미를 변질시켜 보건복지부 산하에 기금운용위원회를 묶어 두려는 발상 역시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상이다. 위원회의 기금운용과 관련된 업무와 인사, 예산 집행 등 업무의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정부는 위원으로 참여하거나, 추천위원회를 통해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에 의견을 반영하면 된다. 이를 넘어서 위원회의 업무 등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김근태 장관을 비롯하여 일부에서는 국민연금기금운용을 민간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을 하나, 자산전문공사의 설립이나 위원회의 독립은 기금운용을 민영화하거나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시스템으로 가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국민연금에 있어 기금운용 기능을 독립화, 전문화하고, 이를 통해 공공성, 수익성, 안정성 등 기금운용의 원칙을 확립하고 원칙에 따른 집행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관리감독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의 운영과 연금지급의 책임은 분명히 정부에 있다. 제도운영과 기금운용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복지부와 경제부처가 국민연금기금운용과 밀접히 연관되고,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협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금운용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혼돈하거나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혼란을 불러일으켜서는 안된다.

둘째, 위원회가 실질적인 기금운용의 관리·감독기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공단 산하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를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기금운용전문공사(일종의 기금운용 전담 특수법인)로 전환하고, 위원회 산하에 기금투자정책국, 성과분석국, 준법감시국 등 상설조직을 구성하여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공사를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여기에는 민간 전문가들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원회의 업무수행을 보좌할 수 있도록 배치하여야 한다.

현재 정부와 여당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단일 사무국을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만일 단일사무국이 단순한 행정업무를 담당하면 문제가 없으나 공무원이 주축이 된 사무국에서 기금운용전반에 대한 의제설정 등의 주도권을 행사한다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역시 저해될 것이다. 따라서 단순 행정기능 외의 준법감시, 성과분석, 투자정책 업무 등은 민간인을 중심으로 한 상설 보좌조직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내에서는 기금운용위원회 독립과 기금운용본부의 전문공사화를 반대하거나, 위원회에 부처 공무원이 주도권을 갖는 사무국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위원회 독립에 역행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수백조원이 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다루면서, 부처 이기주의에 연연해 해서는 안될 일이다.

셋째, 의결권 행사는 위원회의 독자적 판단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나라당은 기금관리기본법 개정과 관련하여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 부처로부터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경우,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관치는 있을 수 없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보유 지분의 가치를 보호하고, 제고하는 필수 요건이다.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관치나 자의성 논란은 연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하고, 의결권 행사의 가이드 라인을 사전에 위원회가 심의·의결하도록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우리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가입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수백조원을 넘어설 국민연금기금이 가입자들을 위해 운용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 독립화가 더이상 늦어져서는 안된다고 판단한다. 경기부양을 위한 연기금활용론이나 부처이기주의, 정당 간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기금운용의 독립성이라는 시급한 개혁과제의 처리가 지연되거나 그 의미가 퇴색되어져서는 안된다.

국민연금 가입자를 위해서, 국민연금 제도의 발전을 위해서 각각의 이해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후과는 고스란히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여야 정당, 국회가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사회복지위원회     ⓒ 인터넷참여연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